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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학생 데모, 권당(捲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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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cowj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요원 댓글 0건 조회 805회 작성일 04-07-21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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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국주의 지배 아래 3 · 1 운동, 광주 항일 학생 운동을 비롯해서 4 · 19 혁명과 그 뒤의 민주화 운동들에서 드러난 학생들의 정의감과 과감한 행동은 우리 역사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 또한 사실이다. 학생들의 이러한 과감성은 아직 때묻지 않은 청년기의 순수함과 함께, 먹고사는 문제에 크게 얽매어 있지 않은 신분 조건 또한 크게 작용하는 것이다.

조선 시대의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중종 14년(1520) 11월 16일 성균관의 유생 이약수를 비롯한 150여 명이 대궐문을 밀고 몰려 들어가 통곡하며 농성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개혁 정치가 조광조를 처벌하지 말라는 시위를 벌인 것이다.

성균관을 비롯한 학교의 유생들이 자신의 뜻을 표현하는 방식으로는 상소를 써서 올리는 것과 집단 행동을 하는 것 두 가지가 있었다. 집단 행동이란 ‘권당’이라 해 교실을 비우는 것을 말하는데 요즘으로 치면 바로 동맹 휴학과 같은 것이다. 권당에도 교실에 앉아 눈 뜬 장님 행세를 하는 청맹 권당과 위의 예처럼 ‘아이고, 아이고’ 하며 곡성을 내면서 대궐까지 나아가는 호곡 권당 따위 여러 가지가 있었다. 학생들의 권당은 학교의 선생이나 학교장을 파면시키라는 요구부터 국가 대사에 관여하는 것까지 다양했고 대개 몇 사람의 주동자만 처벌하는 것으로 관대하게 다뤄졌다. 또 처벌이래야 ‘정거’라 해 과거를 보는 자격을 몇 년 동안 정지시키는, 오늘날의 유기 정학 정도로 그쳤다.

그러나 어느 시대에나 학생은 역시 학생인지라 학생들의 말과 행동은 그 무렵의 사회 규범에 비추어 볼 때 파격적이라 할만큼 과격할 때도 있었다. 영조는 왕위에 오른 초기부터 탕평책이라 해 당파 사이의 격한 대립을 없애기 위해 당파의 등용과 처벌에 절충하는 태도를 취했다. 그러자 학생들이 반발했다. 영조 3년(1727) 7월 12일 왕이 항의 시위를 하는 성균관 유생들에게 학교로 돌아갈 것을 명하자 이들은 왕명을 따르지 않고 글을 바쳤는데, 거기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하늘 아래 성토하지 않아서는 안 될 일은 역적질이고 국가에서 밝히지 않아서는 안 될 일은 옳고 그름입니다. 그런데 전하께서는 역적질의 죄악을 시원스럽게 바로잡지 못할 뿐더러 또다시 역적들을 모두 풀어 주셨습니다. 또한 잘못된 글의 옳고 그름을 밝히지 못할 뿐더러 숙종께서 남긴 가르침을 모두 바꾸시니, 온 나라의 신하들과 백성들이 모두 놀라고 수상히 여깁니다. 전하께서는 충과 반역을 혼동하고 옳고 그름을 모호하게 하는 것을 붕당을 깨뜨리는 방도로 여기시나, 저희들은 선악을 분별하고 옳고 그름을 명확히 하는 것을 붕당을 깨뜨리는 방도로 여깁니다. 저희들이 주장하는 것과 전하께서 좋아하시는 것이 서로 차이가 있으니, 이와 같이 되면 마땅히 저희들의 말을 굳게 물리쳐 받아들이시지 않을 것입니다."

세상을 뒤엎고 왕권을 휘어잡고자 모반을 일으킨 사람이 아니고서는 이처럼 왕을 직접 비판하고 왕명을 거부하는 사람이 있을 수 없던 시절이었다. 왕이 앞장 선 유생에게 유기 정학 3년을 명하고 다들 돌아갈 것을 지시하자 유생들은 또다시 상소를 올렸다.

"저희가 아뢴 것은 다만 역적의 죄를 성토해 군신의 큰 의리를 엄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이것은 실로 하늘의 뜻이고 땅의 의리인데, 이제 상감께서 저희의 말이 옳은지는 묻지 않고 오직 꺾으려고만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저희의 주장에 지적하고 물리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애매한 말로 얼버무리면서 막으시는 것이겠습니다. 전하께서 억지로 협박하고 뜻대로 얽매려 하시더라도 저희들은 죽음이 있을 뿐이고 결코 학교로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이처럼 왕의 말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오히려 왕의 명령을 "협박"이라 규정하는 유생들의 과격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 놀랍다. 뿐만 아니라 이 같은 행동이 있었음에도 또 다른 주동자 한 사람을 유기 정학에 처할 뿐 나머지 유생들을 다시 설득하는 왕의 태도도 놀랍기만 하다. 학생 운동 하기에는 조선 시대가 더 나았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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