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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회전율’ 높이는 꽃의 전략…“다 드셨음 빨리 나가”

75% 알코올 담가 수술 고정 기법 개발…매자나무과 700여 종서 채택 

수술 밑부분의 꿀샘을 꿀벌이 건드리면 수술이 갑자기 움직여 벌을 때리는 뿔남천 속 식물의 꽃 단면. 리 덩페이 제공.

꽃은 꿀벌 등 가루받이 곤충이 꽃가루를 매개해 주는 대가로 꽃꿀과 꽃가루를 제공한다. 이때 꽃가루를 가능하면 멀리 떨어진 여러 개의 동종 꽃에 전파하는 것이 생식에 유리하다.

 꿀과 꽃가루를 먹느라 꽃에 파묻혀 시간을 보내는 곤충이 달가울 리 없다. 마치 손님의 회전율이 높아야 이윤이 많이 나는 식당의 이해관계와 비슷하다.

일부 식물은 식당 주인이 꾸물거리는 손님에게 눈총을 주듯이 꿀벌이 꽃꿀을 마시려고 수술의 밑부분을 건드리면 수술이 갑자기 안쪽으로 구부러지면서 꿀벌을 쫓아내듯 탁 때린다.

생물 분류학의 기초를 놓은 스웨덴 식물학자 칼 폰 린네는 1755년 이런 모습을 처음 관찰했다. 이후 그 이유를 둘러싼 논란이 수백 년 동안 이어졌다.

수술이 움직이는 얼개. 벌이 입이나 다리로 꿀샘을 건드리면 수술이 빠른 속도로 굽혀진다. 리 덩페이 외 (2022) ‘이라이프’ 제공.

 유력한 가설로는 곤충의 혀나 얼굴에 꽃가루를 정확하게 묻히기 위해서라거나 방문자를 선별하기 위해, 또는 짧고 많은 방문자를 맞기 위해서 등 다양하다. 수술의 이런 움직임이 꽃가루 수분을 극대화하고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란 사실이 실험을 통해 처음으로 입증됐다.

리 덩페이 중국 중화사범대 박사과정생 등 국제연구진은 과학저널 ‘이라이프’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수술을 굽히는 동작으로 3배나 많은 꽃에 가루받이해 생식 성공률을 높이는 한편 꽃가루 손실을 줄이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에서 꽃을 75% 알코올 용액에 약 40분 동안 담가 수술이 구부러지는 동작을 멈추는 기법을 개발했다. 가루받이 곤충은 알코올 냄새에 영향받지 않았다.

 주 연구자인 리는 “수술로 벌을 때림으로써 가루받이 벌과 파리가 가져가는 꽃가루의 양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유익한 수분 매개곤충을 선별하는지, 그리고 꽃꿀 소비량이 줄어드는지를 수술의 움직임을 중단시킨 꽃과 정상적인 꽃을 비교해 알아봤다”고 말했다.

 실험 결과 매자나무 속의 꽃은 벌이 뾰족한 혀로 수술 밑바닥에 있는 꽃꿀샘을 건드리면 0.44초 만에 꽃 안쪽으로 구부러져 곤충의 혀나 얼굴에 꽃가루를 묻히는 동시에 밀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알코올로 수술의 움직임을 중단시킨 꽃에서는 꿀벌은 정상적인 꽃에서보다 3배 긴 14초 동안 머물렀고 방해받지 않고 마음껏 꽃꿀을 마셨다. 평균적으로 수술로 곤충을 밀어내는 꽃에서 곤충의 체류시간은 수술을 움직이지 않게 한 꽃보다 4분의 1 수준으로 짧았다. 꽃의 ‘회전율’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연구자들은 꽃가루를 염색해 전파과정을 추적한 결과 수술을 움직이는 꽃이 더 먼 거리에 3배나 많은 수의 꽃에 꽃가루를 전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서 토종꿀벌 등 5종의 벌과 파리류가 가루받이했는데 생식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곤충을 더 쫓아내지는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에 참여한 이 대학 황 솽콴 교수는 “이번 연구로 식물이 수술을 빠르게 움직여 꽃에 대한 꿀벌과 파리류의 회전율을 높임으로써 꽃꿀 비용을 줄이고 성공적으로 꽃가루를 전파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매자나무.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인용 논문: eLife, DOI: 10.7554/eLife.81449   

한겨레 조홍섭 기자 

2022-10-18 1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