쯔위 뒤의 중국·대만 현대사 > 자유 게시판

쯔위 뒤의 중국·대만 현대사
데뷔한 지 얼마 안된 한국의 다국적 걸그룹 멤버 '쯔위'가 한국 방송에서 대만국기를 흔들어 중국, 대만, 한국 여론을 들끓게 했다. 무대 위에서 해맑게 '우아하게'를 외치던 이 대만소녀가 한 순간 정치적 상징 또는 피해자가 된 이번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대만 사이 굴곡진 현대사를 살펴야 한다. 중국과 대만의 협력과 반목의 역사를 다시 정리했다.

중국과 대만

중국과 대만을 흔히 언론에서는 양안관계라고 한다. 현재 이들은 우리의 북한과 남한처럼 분단상태이다. 각자 대만해협을 사이에 두고 중국 대륙을 서안, 대만을 동안으로 마주보는 관계라 하여 양안관계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 표현에는 각자가 서로를 국가로 인정하지는 않으나, 언젠가는 자기들 편으로 통일 또는 수복시키기 위해서 협력을 모색해야 할 관계라는 미묘한 뜻이 담겨 있다.

{이미지:0}

중국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 아래 대만을 언젠가 흡수 통일시킬 대상으로 보고 있다. 반면 대만은 원래 중화민국의 땅이었던 중국 본토를 수복시켜 잃었던 땅과 권리를 되찾을 생각을 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은 오랜 시간 각각 다른 체제에서 살아는 동안 조금씩 수정되고 변화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서로의 존재를 100% 인정하지 않으려는 전제가 깔린 채 진행되어왔다.

{이미지:1}

1945년~1949년
공산당 vs. 국민당

청나라가 무너지고 일본의 식민지가 된 중국에서는 장제스의 국민당과 마오쩌둥의 중국공산당이 세력다툼을 해왔다. 이 두 세력은 1924년부터 북방의 군벌과 일제를 타도하고 민족 혁명을 이루기 위해 두 번 정도의 협력관계를 가지나, 내부 사정과 알력다툼으로 인해 결국 일제 식민 통치 종식 쯤인 1945년엔 내전상태에 이른다. 이 내전에서 마오쩌둥의 중국공산당이 승리하고 1949년 중국공산당은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한다. 패전한 장제스의 국민당은 같은해 약 200만명의 본토인을 데리고 대만으로 도피해 그곳에서 중화민국을 수립한다. 두개의 중국이 탄생한 배경이다.


두개의 중국, 협력과 갈등의 연대기

{이미지:2}

1950년대
대만의 성장과 중국의 고립

장제스의 국민당은 청나라 때부터 대만에 정착한 원주민들과의 마찰을 강력한 계엄령과 독재로 탄압하며 장기 집권에 성공한다. 이들은 반공주의를 내걸고 1954년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에 서명함으로써 경제 성장을 이룬다. 중국과의 관계에서는 접촉, 협상, 대화하지 않는다는 3불(三不)정책을 고수하며 중국에게 공산주의와 무력 사용을 포기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한국 전쟁 때 북한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모든 경제교류를 중단하는 '대중국 금수조치'를 받는다. 중국 역시 대만에 대해 무력에 의한 대만 통일, 해방을 주장한다.

{이미지:3}

1970년대
중국, 국가로서 공식 지위 확보

중국과 대만의 평행선 같은 관계가 미국으로 인해 달라지는 시기가 70년대다. 69년 미국 닉슨 정부가 중국과의 대화채널을 개방한 것을 시작으로 美·中 두 나라는 차츰 교류의 횟수를 늘려간다. 베트남전으로 골치를 앓던 미국이 현실적 필요에 의해 공산권 국가인 중국과의 관계 개선 시도했고, 중국 역시 소련과 관계가 악화되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미국에 공을 들이기 시작한 무렵이었다.

이런 흐름을 타고 미국은 71년, 중국의 국제적 경제적 고립을 가져왔던 대중국 금수조치를 해제한다. 72년에는 대만이 중국의 속국이며 중국이 공식 국가임을 인정하기에 이른다. 점점 중국의 국제적 지위가 상승하면서 대만은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UN 등에서 입지가 줄어들거나 자격을 박탈당하며 외교적 고립을 겪어야했다. 국제무대에서 중화권을 대표하는 모든 권한이 대만에서 중국에서 넘어갔으며, 이때부터 대만은 더 이상 국가 대접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로인해 대만은 올림픽과 아시안 게임 등 국제 주요행사에서도 국가로서 인정을 받지 못해 출전 시 자국의 국기인 청천백일기를 대신 대만 올림픽기 사용해야만 했다. IOC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정치 경제계를 비롯해 스포츠 행사에서도 자신의 국가명, 국기를 사용할 수 없으며 국가로서의 자주권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미지:4}
◀ 위 : 대만의 공식국기 청천백일기. 아래 : 대만의 올림픽기, 정확하게는 대만의 올림픽 위원회의 기다. 국가가 아닌 대만은 공식국기로 올림픽에 출천할 수 없어 자체적으로 만든 대만의 올림픽 위원회 기를 사용한다.
{이미지:5}

1980년대
중국과 대만, 교류·교역 확대
1978년 이후 중국이 개혁개방노선을 채택하면서 중국과 대만의 관계도 교류와 협력이 이뤄지기 시작한다. 대만 역시 경제적·외교적 고립을 벗어나기 위해 중국과의 대화에 나선다. 무력에 의한 대만 통일 또는 해방을 주장하던 중국은 '평화통일' 노선으로 변경해 대만에게 자본주의와 군대를 인정하는 자치권을 부여한다. 그리고 82년 덩샤오핑은 '하나의 나라 안에 두개의 체제(공산주의와 자본주의)'라는 뜻의 '일국양제(一國兩制)'에 의한 통일을 제안한다. 현재 중국은 대만 뿐만 아니라 홍콩과 마카오 역시 하나의 중국 안에 두개의 체제를 공존한다는 '일국양제' 원칙 아래 중국의 영토라고 보고 있다. 이 시기 대만과 중국은 가족친지 방문, 간접통신 우편, 직접무역 및 직접 투자, 등으로 교류를 점점 넓혀나간다.

{이미지:6}

1990년대
대만의 독립 주장으로 관계 악화

양안관계는 대만의 리덩후이 총통과 그 뒤를 이은 천수이볜 총통의 취임으로 다시 악화된다. 리덩후이 총통은 양안관계를 국가대 국가의 관계로 보는 양국론을, 천수이볜 총통은 대만해협을 사이에 두고 한쪽에 한 나라씩 존재한다는 '일변일국론'을 주장했다. 두 사람 모두 대표적인 대만 독립주의자로 중국과 대만은 별개의 독립 주권국가이며 이를 국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고 얘기한 인물들이다. 이에 중국은 대만에 대해 비평화적 수단 사용을 공식적으로 천명하고 양안관계가 경색된다. 하지만 이 시기에도 평화통일에 대한 노력, 우편·교역 등의 교류는 지속해가며 이전보다 다소 유연한 입장을 취했다.

{이미지:7}

2000년대
마잉주 집권으로 경제적 교류 강화

대만의 마잉주 총통이 집권하면서 양안관계는 다시 개선된다. 마잉주 총통은 2008년 집권 이래, 중국과 대만은 서로의 존재를 부인하지 않는다는 '호불부인'과 중국에 대한 불독립·불통일·무력불사용을 내용으로 하는 '3불 정책'을 내세웠다.  임기초반 그는 민감한 정치적·안보적 이슈 보다 실질적인 경제 교류를 위주로 대중국 교류를 펴왔다. 이들의 관계는 양안경제협력기본협정을 체결하는 등 경제분야에서 긴밀한 관계로 발전했으며, 2012년엔 안보·군사 관계에서도 협력적인 태도를 취한다. 특히 일본과의 영토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댜오위다오(중국명)/센카쿠(일본명) 열도 문제에 대해서는 공동 대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두 관계가 앞으로 정치적 협력관계로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의견도 존재한다.


쯔위 사태와 차이잉원

2014년 장관급 회담에 이어 2015년, 중국과 대만은 중국의 시진핑과 대만의 마잉주가 한자리에 서는 정상회담을 가졌다. 중국이 두 개로 나뉘어진 후로 정상급이 나란히 서 손을 맞잡은 것은 66년만의 일이다. 하지만 대만 내부에서는 여전히 중국과의 통일에 반대하고, 대만의 독립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쯔위 사태'가 일어나기 전 총통 선거를 앞둔 대만에서는 대만의 독립과 자주권을 주장하는 민진당의 차이잉원의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중국과의 경제교류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살아나지 않은 현 정부에 대한 불만 또한 높은 상태였다. '쯔위 사태'는 이런 대만인들에게 분노를 보태 결과적으로 차이잉원의 압도적인 승리를 가져왔다. "대만 국민은 자신의 국가를 지지하고, 그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기 위해 국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힌 차이잉원의 대만이 향후 중국과의 어떤 관계를 펼쳐갈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셈이다.

추천8 비추천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