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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에 기대어 사는 키다리 제비꽃 한국의 멸종위기식물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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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순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32회 작성일 15-11-04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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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자생하는 50여 종의 제비꽃속 식물 중에서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야생생물이 3종이나 된다.

충청북도 이북의 산지 숲 속에 자생하는 왕제비꽃, 강원도와 충청북도의 석회암 지역에서만 자라는 넓은잎제비꽃은 북방계 멸종위기식물이다. 세계적인 멸종위기식물로서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와 경기도에서 발견 기록이 있는 선제비꽃은 자생지 파괴로 인해 경상남도 낙동강 습지에서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다.
선제비꽃은 법정보호종으로 지정된 3종의 제비꽃속 식물 가운데 하나로서 과거에 발견되었던 제물포, 수원 등지에서는 완전히 멸종하고 말았다. 2005년부터 환경부가 멸종위기야생생물로 지정했으며, 낙동강 습지에서 유일하게 발견되고 있지만 자생지 훼손 압력이 매우 높은 상태이다. ⓒ 현진오

우리와 친숙한 식물 가운데 하나가 제비꽃이다. 오랑캐꽃이라고 하는 제비꽃은 마을 부근의 길가, 화단, 잔디밭, 숲 가장자리 등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제비꽃을 포함하여 제비꽃속(屬) 식물은 우리나라 토종식물만 50여 가지가 넘고, 세계적으로는 600여 종류나 보고되어 있다. 제비꽃, 남산제비꽃, 노랑제비꽃, 낚시제비꽃, 졸방제비꽃, 콩제비꽃처럼 흔한 것들도 있으나, 넓은잎제비꽃, 선제비꽃, 애기금강제비꽃, 왕제비꽃처럼 멸종위기에 놓여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

선제비꽃(Viola raddeana Regel, 제비꽃과)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러시아 극동지방, 중국 동북3성, 일본 혼슈 및 큐슈에 드물게 분포하는 세계적인 멸종위기식물이다. 저지대 습지에서 갈대나 물억새와 같은 정수식물에 기대어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는 여러 대가 모여 나며, 높이 30-70cm이다. 외국 문헌에는 잘 자라면 100cm까지도 자라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우리나라 개체들을 관찰해 보면 갈대숲 속에서 자라는 경우가 수풀 가장자리의 양지에 자라는 것들보다 키가 훨씬 크게 자란다.

50여 종의 우리나라 제비꽃 중에서 가장 큰 키 자랑

잎은 어긋나며, 삼각상 피침형, 길이 4-8cm, 너비 1-2cm, 끝은 점차 뾰족해지고, 밑은 얕은 심장형이며, 가장자리에 낮은 톱니가 있다. 잎자루는 길이 3-6cm, 윗부분에 날개가 있다. 꽃은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길이 5-10cm의 꽃자루에 1개씩 달리며, 연한 보라색이다. 곁꽃잎에 털이 있고, 꽃뿔(거, 距)은 길이 1.5-2mm이다. 열매는 삭과, 긴 타원형이다.

한반도에 분포하는 제비꽃속 식물 중에서 높이 70cm까지 자라는 대형종으로 왕제비꽃(Viola websteri Hemsl.)에 비해 잎은 삼각상 피침형으로 밑이 심장형이고 잎자루 윗부분에 날개가 있으므로 구분된다.

남부지방에 주로 자라는 긴잎제비꽃(V. ovatooblonga (Miq.) Makino)과도 조금 유사한데 선제비꽃은 일반적으로 잎이 보다 더 길고, 꽃이 필 때 뿌리잎이 남아 있지 않으므로 구분된다.

선제비꽃은 독일 태생의 식물학자로서 러시아 코마로프식물원장으로 말년을 보낸 레겔(E. A. Regel, 1815-1892)이 1861년에 신종으로 발표했다. 그가 신종 발표 당시에 사용한 표본은 1857년 라드(G. F. R. Radde, 1831-1903)가 아무르 일대에서 채집한 것이다.

독일 탐험가이자 수집가인 라드는 코마로프식물원의 극동 탐사대에 참가하여 1855-56년 시베리아 바이칼 일대, 1857년 아무르 일대에서 식물을 채집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보냈다.

라드가 채집하여 레겔이 신종 발표에 이용하였던 선제비꽃 표본은 현재 동기준표본(isotype)이 영국 큐식물원 식물표본관과 프랑스 파리국립자연사박물관 식물표본관에 각각 한 점씩 보관되어 있다(코마로프식물원 표본관에 기준표본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필자는 확인하지 못하였다). 이들 표본은 코마로프식물원에서 신종 발표 후에 기증한 것들이다.

꽃은 5-6월에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5-10cm의 꽃자루 끝에 1개씩 피는데, 연한 보라색이며, 곁꽃잎에 털이 난다. ⓒ 현진오

1885년 제물포에서 채집된 표본 영국에 보관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큐식물원의 표본은 이질적인 표본 2점이 한 장의 표본대지에 함께 올려져 있다는 점인데, 하나는 라드의 표본으로서 동기준표본이고, 다른 하나는 조선 영국 부영사로서 「조선풍물지(Life in Korea)」를 저술하기도 한 영국인 칼스(W. R. Carles, 1846-1929)가 1885년 인천 제물포에서 채집한 표본이다.

한편, 프랑스 선교사 포리(U. Faurie, 1846-1915)가 우리나라에서 채집하여 프랑스로 보낸 선제비꽃 표본들도 있는데 1901년 6월 1일 강원도, 1906년 5월 31일 수원에서 채집된 표본이 파리국립자연사박물관 식물표본관에 보관되어 있다.

1885년 칼스가 채집하였던 제물포에서는 그 이후 채집기록이 전혀 없다. 1901년 포리가 채집하였던 강원도 자생지는 어디인지도 밝혀지지 않은 채 소멸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1906년 포리의 채집 장소였던 수원에서는 1960년대 초 이후에는 더 이상 발견되지 않고 있다. 제물포나 수원 자생지는 도시화 과정에서 파괴되었다.

1971년에 표본이 채집되었던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에서도 절멸한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 삼척에 자란다는 최근 보고가 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현재까지도 자생지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보호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현재 유일한 자생지로 알려져 있는 낙동강변 습지는 보호시설을 하루빨리 설치하고, 지속적으로 동태를 관찰해야 하는 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보호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주변의 수생식물들이 무성하게 자랄 경우에 생육 환경 변화에 따라 도태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이에 대한 관리방안을 공론화하여 마련한 후에 시행하는 것도 시급하다. 낙동강 습지에서 자라고 있는 선제비꽃은 100개체 미만이다.

안타까운 마음에서 자생지에서 종자를 채취하여 주변에 뿌리는 등의 인위적 교란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사람이 씨를 뿌려 개체군의 활력을 높이는 것은 ‘야생에서의 멸종’을 부추기는 행위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적절하게 관리되지 않기 때문에 자생지에서 절멸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비과학적인 일로서 세계적으로 지양하고 있다.

국가 법정보호종의 종자를 허가 없이 채취하는 것 자체가 위법행위이기도 하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지방환경청의 허가를 받고 종자를 채취한 후에 자생지와는 멀리 떨어진 식물원 등지에서 자생지외 보전에 만전을 기해야 하며, 증식된 개체를 자연 상태에 심을 때는 원래 자생지와 멀리 떨어진 곳에 별도의 표시를 한 후에 대체자생지를 조성해야 한다.

줄기가 높이 70cm까지도 자라서 우리나라 제비꽃 종류들 중에서 가장 큰 식물이지만 풀숲 가장자리의 양지에서 자랄 때는 10cm 내외로 작게 자란다. 사진은 갈대숲에서 자라는 모습이다. ⓒ 현진오
일본, 러시아, 중국서 모두 희귀한 멸종위기식물

선제비꽃이 한반도에서 멸종위기에 놓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자생지 파괴이다. 살던 장소 자체가 없어짐으로써 멸종으로 치닫고 있는 것인데, 자생지가 대부분 저지대 습지이기 때문에 각종 개발이나 경작에 의해 파괴되기 매우 쉽다. 게다가 원래부터 자생지가 몇 곳에 불과했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선제비꽃은 세계적으로 동북아시아에만 자라고 있는데, 이들 자생지역 어디에서나 매우 드물게 발견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에는 지린성, 헤이룽장성, 네이멍구 등지의 몇몇 곳에 분포하고 있지만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이들 중국 자생지에서 가까운 러시아 극동지방의 하바롭스크주, 연해주의 상황도 비슷하다.

일본의 경우에는 혼슈의 군마현과 토치기현, 규슈의 오이타현, 미야자키현, 가고시마현 등지에서 800여 개체만이 확인되고 있을 뿐이며, 홋카이도의 자생지에서는 1960년대 초에 이미 절멸하였고, 혼슈의 미야기현과 지바현에서도 절멸하였다. 그밖에 혼슈의 이바라기현, 도쿄, 나가노현 등지에서는 과거에는 확인된 바 있으나 현재는 생존이 불투명한 상태이다.

현진오 동북아식물연구소장다른 기사 보기
저작권자 2015.11.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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