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 안 걸리는 여름 감기? 냉방병 얕봤다간 큰코 > 자유 게시판

평일 낮 기온이 30도까지 치솟으면서 에어컨을 가동하는 곳이 많아졌다. 에어컨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회사, 은행, 백화점은 물론 일반 상점이나 대중교통까지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이 에어컨 바람 때문에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 말은 옛말이 되고 말았다. 특히 요즘같이 아침저녁 일교차가 크고 에어컨이 계속 가동되는 여름에 감기를 달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한 대학병원 조사 결과, 7~8월 감기환자는 연중 환자의 약 14%를 차지해 한겨울(1~2월)에 비해 그리 낮지 않았다. 중앙대병원이 최근 3년간 단순 감기로 내원한 사람 3만978명을 조사해보니 3~4월 감기환자가 19%(5793명)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5~6월 18%(5546명), 11~12월 17%(5434명), 1~2월 15%(4764명), 7~8월 14%(4269명)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보다 여름철 평균기온이 높은 홍콩에서 독감(인플루엔자)으로 올해 들어 약 570명이 사망한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홍콩은 열대해양성기후로 연평균 기온이 23.2도지만 7~8월 평균기온은 27~32도, 일교차는 평균 4~5도이다. 홍콩 독감의 주요 원인은 바이러스 변형에 의한 예방 백신 미스매칭이지만,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평소 올바른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질병관리본부도 "지난달 12일~이달 1일에 독감으로 89명이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이 중 61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최근 여행객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정재우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흔히 감기는 날씨가 추워야 잘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며 "한여름에도 에어컨 가동에 따라 실내외 기온 차가 커지면서 우리 몸이 온도 변화에 적응을 못해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여름에 무슨 감기냐며 방치했다간 기관지염이나 폐렴으로 진행할 수 있다"며 "감기 증상이 2주 이상 계속되면 기관지염이나 폐렴, 결핵, 천식 등을 의심해 볼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적절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름 감기 주범은 '에어컨'과 '면역력 약화'다. 여름 감기와 냉방병은 엄연히 다른 질환이지만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감기는 200가지 이상 다양한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호흡기 질환이고, 냉방병은 우리 몸이 실내외 기온 차이에 적응하지 못해서 생긴다. 냉방병은 실내와 외부 온도가 5도 이상 차이가 날 때 발생한다. 사계절에 따른 온도 변화에도 불구하고 인간 체온은 거의 정확하게 36.5도 전후에서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인체 항상성도 환경 변화가 심하면 부조화가 일어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냉방병이다.

냉방병 증상은 다양하다. 신체 기능 균형이 깨져서 여름인데도 감기에 걸린 것처럼 오한이 난다. 두통을 호소하고 피로감이나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또 졸리거나 장 운동 능력이 떨어져 변비, 설사, 복통 등이 잘 발생한다. 코나 목이 자극적이고 불편한 느낌을 갖게 된다. 그리고 체내에서는 열을 보충하기 위해 계속 열을 생산하기 때문에 피로가 쉽게 온다.


과도한 냉방장치 사용은 감기를 유발한다. 에어컨 등 냉방기가 공기 중 수분을 응결시켜 기온을 떨어뜨리는데 1시간 동안 계속해서 틀면 습도가 30~40% 수준으로 내려간다. 이런 환경에서 호흡기 점막이 마르면서 저항력이 떨어지면 감기 같은 호흡기 질환에 쉽게 걸리게 된다. 정도광 하나이비인후과병원장은 "건조하고 차가운 공기는 코 점막이나 기관지 점막에 좋지 않은데, 여기에 자극 증상이 나타나서 콧물이나 마른 기침이 발생하거나 저항력이 떨어지면 감기에 잘 걸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감기는 바이러스에 의해 코와 목에 염증이 생기는 병으로 열, 콧물, 코막힘, 재채기가 생긴다. 건강한 어른은 감기 증상이 보통 일주일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 그러나 면역력이 약한 60대 이상 고령층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단순한 감기 증상으로 시작해 폐렴으로 발전하는 등 증세가 급속도로 나빠질 수 있다.

폐렴은 폐에 염증이 생기는 것으로 면역력이 약한 노인, 만성 질환자 같은 고위험군에서는 치명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 노인에게서는 호흡기 증상보다 미열과 함께 전신쇠약감이나 식욕저하 등 애매모호한 증상으로만 나타날 수 있어 단순 감기와 폐렴을 구분하기 어렵다. 김도훈 고려대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감기가 일주일 이상 지속되거나 호흡이 어려운 경우, 감기와 증상이 유사하더라도 가슴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 이유 없이 입맛이 없어지고 전신쇠약감이 심해지면 병원을 찾아 조기에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여름 감기와 냉방병을 예방하려면 실내 기온이 섭씨 2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가능한 한 실내외 기온 차가 5도를 넘지 않도록 하며 냉기를 직접 받지 않는 게 좋다. 실내습도는 50% 이내로 낮춰줘야 한다. 냉방은 단시간에 강하게 하는 것보다 적정 온도를 설정해 놓고 지속적으로 온도를 낮춰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냉방에 들어갈 때는 땀을 잘 닦아야 한다. 온도 변화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긴팔 옷을 준비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따뜻한 물이나 차를 마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소 큰 잔으로 하루 8잔 이상 물을 마셔야 체온 조절이 잘 된다. 너무 차가운 물이나 주스를 많이 마시면 장을 과민하게 만들어 배탈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냉방된 곳에서는 따뜻하거나 미지근한 음료를 마시는 것이 좋다. 냉방을 계속할 경우에는 1시간 정도 간격으로 실내외 공기가 잘 순환되도록 환기를 시켜주는 것이 좋다. 이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하루에 3번 이상 30분씩은 꼭 환기를 시키도록 한다.

장시간 실내를 밀폐시킨 채 에어컨을 켜두면 두통과 피로감이 생기고, 감기에 걸리기 쉽다. 에어컨을 오래 가동할 경우 생길 수 있는 냉방병에는 레지오넬라증이 있다. 에어컨 냉각수 세균이 에어컨 가동과 함께 공기 중에 퍼져 근육통, 미열, 기침, 인후통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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