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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그 많은 물은 다 어디서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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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구인인데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요원 댓글 0건 조회 457회 작성일 15-02-15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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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우연히 한 과학일러스트를 보고 감탄한 적이 있다. 지구에 있는 물의 양을 한 눈에 가늠할 수 있게 한 위의 그림이다(일단 설명은 읽지 말기 바란다). 지구표면의 75%를 덮고 있는 물을 모으면 꽤 될 것 같지만 보다시피 지구가 야구공만할 때 약간 큰 물방울 하나 부피다. 지구 그림을 보면 물을 빼 바다의 해저면이 그대로 드러나 있지만 전반적인 형태에는 사실상 영향을 주고있지않다

일러스트를 보면 지구의 물이 얼마 안 되는 것 같지만 전체 물방울의 지름은 1400km에 가깝다. 지구 지름이 1만2700km이므로 부피비로 대략 0.15%를 차지하고 있다. 질량으로 보면 약 0.03%다. 바다의 평균 수심이 대략 3.8km이므로 지표가 편평해 지구 전체가 일정한 수심으로 물에 덮인다면 3km 가까이 헤엄쳐 올라가야 하늘을 볼 수 있다. 지구야말로 수성(水星)인 셈이다.

● 수소동위원소비율 훨씬 높아

학술지 ‘사이언스’ 1월 23자에는 혜성탐사선 로제타의 연구결과들을 담은 특집이 실렸다. 10년의 여정 끝에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에 접근해 탐사로봇 필레까지 상륙시킨 로제타는 지금도 혜성 주위를 돌면서 여전히 탐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혜성이 태양을 향해 오고 있기 때문에 현재 배터리가 나가 잠자고 있는 필레도 충전이 돼 다시 깨어나 활동할지도 모른다.

특집에 실린 논문 8편을 훑어보다가 혜성 67P에 있는 물분자의 중수소/수소(D/H)비율을 측정한 결과를 담은 논문이 필자의 주의를 끌었다. 잠깐 읽어보니 혜성 67P의 D/H비율이 0.00053으로(수소원자 10만 개 당 중수소원자가 53개라는 뜻) 지구의 D/H비율 0.00015보다 훨씬 높아 혜성이 지구 물의 기원일 가능성이 낮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지난해 8월 1일 혜성 67P에 1000km까지 접근한 로제타는 수일 뒤 100km 이내까지 다가가 코마의 기체를 포집해 분석했다. 코마(coma)는 얼음과 먼지로 이루어진 혜성에서 승화된 입자 무리로 뿌옇게 보이는데 물분자가 주성분이다. 로제타에는 로지나(ROSINA)라는 질량분석기가 장착돼 있어 물분자의 질량을 측정할 수 있다. 즉 중수소 하나를 포함한 물(HDO)은 질량이 19이고 보통 물(H2O)은 18이다. 따라서 두 피크를 비교하면 D/H비율을 구할 수 있다.

문득 ‘지구의 물이 외부에서 온 건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백두산 천지 정도의 양도 아니고 바닷물 전체가 혜성 같은 외부 천체에서 왔다는 게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46억 년 전 태양계가 형성될 때 만들어진 초기 지구는 온도가 뜨거웠을 테니 수증기의 형태로 대기중에 있거나 암석에 뒤섞여 있다가 지구가 식으면서 엄청난 양의 비가 내리고 지각이 굳으며 수분이 빠져나와 바다를 이룬 게 아니었단 말인가.

● 초기 지구에는 바다가 없었다

논문 말미에 있는 참고문헌들을 추적해 몇 편을 보고나서야 지구 표면을 덮고 있는 물의 기원을 찾는 게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실제로 많은 가설이 나와 있지만 아직 결정적인 시나리오를 재구성하지는 못한 상태다.

그럼에도 필자가 막연히 생각한 것처럼 지구가 형성될 때 물이 있었던 건 아닌 게 거의 확실하다. 대신 지구가 형성되고 수천만 년 사이 수분을 함유한 외부천체가 지구에 쏟아져 들어오면서 물이 축적된 것. 외부천체 후보로는 소행성과 혜성이 거론돼 왔는데 수소의 동위원소비율, 즉 D/H비율을 측정한 결과 혜성보다는 소행성이 더 기여도가 높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행성과 지구의 D/H비율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중수소는 매우 안정한 동위원소이기 때문에 지구의 물과 소행성의 물에서 D/H비율이 비슷하다는 건 두 물이 같은 기원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흥미롭게도 태양의 D/H비율(태양풍에 포함된 물분자를 분광학적으로 측정)은 0.00002로 지구의 7분의 1에 불과하다. 따라서 현재 바닷물이 지구 형성 과정에서부터 존재한 물이었다고 보면 수소의 동위원소비를 설명할 수 없다. 그렇다면 같은 태양계의 구성원인데 소행성의 동위원소비율은 왜 다른 걸까.

2001년 ‘사이언스’에는 ‘지구에 있는 물의 기원(The Origin of Water on Earth)’라는 제목의 논문이 실렸다. 저자인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프랑수아 로베르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인터스텔라, 즉 성간우주에 있는 얼음의 D/H비율이 최대 0.01까지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수소분자의 D/H비율은 이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46억 년 전 태양성운이 이합집산하면서 태양과 행성들이 형성될 때 태양에 가까울수록 온도가 높았다. 그 결과 성간공간에서 얼음을 이루던 물분자와 성운의 수소분자 사이에 수소원자의 교환반응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물분자의 D/H비율이 낮아졌다는 것. 태양에서 멀어질수록 온도가 낮아져 이 반응의 빈도가 떨어졌기 때문에 물분자의 D/H비율이 태양계 내에서도 차이가 난다는 말이다.

D/H비율값이 아니더라도 유력한 지구 형성 시나리오를 보면 초기 지구표면은 물이 없었다고 봐야 한다. 즉 초기 태양이 서서히 식어 온도가 떨어지면서 휘발성이 낮은, 즉 끓는점이 높은 원소들부터 응축돼 지구를 형성했기 때문에 물처럼 휘발성이 높은 분자가 존재하기 어려웠다. 결국 지표가 식어 물의 끓는점인 100도 밑으로 내려왔을 때는 이미 물분자들이 다 흩어진 상태였다는 것. 이런 현상은 지구 근처에 있는 금성과 화성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났다.

그러나 태양계 형성 초기에도 화성과 목성과 사이에 있는 지점을 분기점으로 해서 그 너머에는 수증기가 얼음으로 응축할 정도로 충분히 온도가 낮았고 그 결과 이곳에 있던 소행성들은 물(얼음)을 충분히 머금게 됐다. 태양계 형성 초기에는 목성 같은 거대 행성의 궤도가 불안정해 중력섭동이 일어났고 그 결과 소행성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지구로도 쏟아져 들어왔다는 것.

예전에는 이런 일들이 지구가 형성되고 수억 년이 지난 뒤에 일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십 수 년 전부터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수천만 년이 지난 뒤로 훨씬 앞당겨졌다. 즉 지구가 생겨나고 1억 년 쯤 뒤에는 이미 오늘날처럼 파란 행성으로 보였다는 말이다. 따라서 지구의 생명탄생 시나리오도 더 앞당겨질지도 모른다.

우리 몸에서 물이 60%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다른 분자에 있는 수소원자도 어차피 물분자의 수소원자에서 왔다!)을 생각하면 지구에게 우리 모두는 타인이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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