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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비슈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요원 댓글 0건 조회 2,485회 작성일 11-02-12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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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이란 지질시대에 살았던 동식물의 잔해나 흔적이 지구의 지각에 보존된 것을 뜻한다. 우리말 화석(化石)을 풀이하면 '돌이 된 것'이지만 영어로 화석을 뜻하는 'fossil'은 '발굴된 것'이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한다. 대부분의 경우 생물의 내장, 근육, 피부와 같은 연한 조직은 죽은 후 부패되기 쉽기 때문에 생물들의 유해 중에 딱딱한 골격 부분이 주로 화석화된다. 골격마저도 물이나 바람에 의해 운반되는 동안 또는 다른 동물에게 잡아 먹히는 동안에 부서져버리기 쉬우므로, 실제로 살았던 생물의 극히 일부분만이 화석으로 남을 수 있다.


그런데 아주 특별한 경우, 부드러운 몸체를 가진 생물이나 심지어 배아 세포(embryo)까지도 화석으로 보존되는 경우가 있어 생명 진화의 역사를 밝히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발견 중 하나는, 다세포(대형) 생물이 등장하기 전이라고 알려져 있었던 선캄브리아대의 지층에서 발견된 에디아카라 동물군 화석 이다. 이 생물들은 해파리와 같이 화석화 되기 어려운 유연한 몸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곳곳에서 발견됨으로써 고생대 이전에 이미 전 지구에 대형 생물들이 등장했었다는 것을 증명하게 되었다. 흥미롭게도 에디아카라 생물들은 약 6억년 전 지구상에 '갑자기(지질학적 시간 개념으로)' 출현하여 캄브리아기가 시작되기 직전에 후손을 남기지 못한 채 멸종해 버렸다. 이 시간에는 이 신비로운 생물들에 대해 알아보자.

에디아카라 동물군 화석 발견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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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대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골격 생물뿐 만 아니라 복잡한 구조의 다세포 생물 자체가 고생대 캄브리아기(약 5억 4000만년 전~약 4억 9000만년 전) 초에 최초로 등장했다고 믿었다. 그렇기 때문에 선캄브리아대의 화석이 그 가치를 인정받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최초의 에디아카라 화석은 1872년 캐나다에서 발견된 원반형의 아스피델라(Aspidella)인데 그것이 생물의 흔적일 지도 모른다고 인식되기까지 수 년이 걸렸다. 1933년 아프리카의 나미비아 또는 1946년 남호주에서도 독특한 화석들이 발견되었으나, 선캄브리아대에 대형 생물이 살았을 가능성이 배제되어 별 관심을 받지 못했다. 영국에서는 지질학과 고생물학의 오랜 역사 덕분에 지층의 상하 관계와 연령에 대한 지식이 앞서 있었다. 덕분에 1957년에 영국에서 발견된 카르니아(Charnia)가 비로소 선캄브리아대 생물의 화석임이 확실하게 받아들여졌고, 이전에 발견된 여러 지역의 화석들과 함께 캄브리아기 이전의 다양한 생물의 존재가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되었다. 학자들은 캄브리아기 이전의 화석이 산출되는 최후기 선캄브리아대의 지질시대를 남호주의 화석 산출지 지명을 따라 '에디아카라기(6억 3500만년 전~5억 4200만년 전)', 화석으로 발견된 당시의 생물들을 '에디아카라 동물군(Ediacara fauna)'이라 부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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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아카라 동물군 화석들이 발견된 남호주 플린더스 레인지 국립공원 안에 있는 에디아카라 언덕의 론슬리 규암층

정체 불명의 다양한 연체 생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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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아카라 화석들은 생각보다 매우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크기도 수 밀리미터에서 크게는 1미터가 넘기도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에디아카라 화석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딱딱한 골격을 가지고 있지 않은 해파리와 같이 유연한 몸체를 가진 동물이었다는 점이다. 이 생물들은 주로 해저면에 붙어 자라던 미생물 매트에 주로 고착해서 살거나 바닥을 기어다니며 살았다. 기어다녔다 하더라도 발달된 다리가 없었기 때문에 매우 느렸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당시의 생물들은 때때로 갑작스럽게 쓸려 내려온 모래나 진흙더미에 파묻혀 죽었고 퇴적물 속에서 부패되면서 공간을 남김과 동시에 생물 표면의 문양을 위아래 퇴적물에 남겼다. 더 흥미로운 것은 에디아카라 화석들이 지금 살고 있는 생물들이나 다른 화석들과의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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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과학관에서 전시된 에디아카라 동물군의 화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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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화석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에디아카라 동물군의 상징적인 싸이클로메두사(Cyclomedusa)는 방사대칭의 형태로 인해 해파리의 일종 또는 미생물 군집의 흔적으로 해석된다. 큰 것은 140cm길이에 달하는 디킨소니아(Dickinsonia) 역시 해파리의 일종으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산호, 갯지렁이 또는 갯민숭달팽이류, 말미잘, 지의류, 심지어 버섯으로 분류하는 의견도 있다. 원시적인 머리구조와 체절을 가진 스프리기나(Spriggina)는 지렁이와 같은 환형동물이었거나 삼엽충의 조상 격인 절지동물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마치 전복처럼 보이기도 하는 킴버렐라(Kimberella)는 연체동물의 이빨인 라듈라(radula)와 같은 흔적과 함께 발견되기도 하여 연체동물의 조상일 가능성이 높다. 세 방향으로 뻗은 돌출부를 가진 트리브라키디움(Tribrachidium)은 주로 산호 또는 극피동물로 분류되곤 한다. 둥그런 주머니 형태의 네미아나(Nemiana)는 해파리류 또는 해면동물(스폰지)로 추측된다.

에디아카라 생물의 출현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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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아카라 생물들이 어디서 어떻게 진화하게 되었는지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당시 지구 상황을 통해 출현 배경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선캄브리아대 말에는 혹독한 빙하 시대(snowball Earth; 약 8억년 전~6억년 전)가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 거의 전 지구가 빙하에 덮여 있었는데 에디아카라 생물들은 이 빙하기가 끝나갈 무렵 등장했다. 전반적으로 낮은 온도는 세포의 신진대사를 저하시킬 수 있으므로 빙하기 동안 원시 생물체들이 복잡한 다세포 생물로 진화하기 보다는 단세포 생물의 형태로 머물러 있는 편이 생존에 유리했을 것이다. 또한 당시에는 생물이 호흡하는데 필요한 산소가 부족했다. 다세포 생물은 단세포 생물과 달리 몸의 구석구석까지 산소 및 영양분을 순환시킬 수 있는 조직이나 기관을 발달시켜야 한다. 선캄브리아대의 수 많은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에서 알 수 있듯이, 선캄브리아대 후반에는 남세균의 광합성 작용이 활발했지만, 초기에는 반응성이 높은 철이나 우라늄 등이 광합성에 의해 발생된 산소와 결합하여 침전되었기 때문 생물이 활용할 수 있는 산소가 대기와 해양에 풍부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산소를 이용할 수 있는 조직을 발달시키면서 다세포 생물로 진화하기에는 시기상조였다. 그러나 남세균들의 꾸준한 광합성으로 약 6억년 전에는 현재의 10%에 해당하는 산소가 축적되었다. 결국 지구의 온도 상승과 산소의 축적으로 인해 비로소 다세포 생물이 진화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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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0억년 전부터의 대기 중 산소량 변화. 붉은 화살표가 대략적인 에디아카라 동물들의 출현 시기를 나타냄. 붉은 점선은 현재의 산소 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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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에디아카라 동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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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독특한 생물들은 고생대 캄브리아기가 시작되기 직전에 멸종해 버렸고 새로 등장한 생물과 진화적으로 연결짓기 힘들다. 갑작스런 멸종 원인도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몇 가지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다. 첫째는 에디아카라 동물들 사이의 경쟁으로 인한 멸종 가능성이다. 이들은 이전에 다세포 생물들이 없던 상황에서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급속하게 번성했기 때문에 어느 순간에는 먹이나 서식지를 획득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 과정을 겪으면서 사라져 갔을 수 있다. 둘째는 갑작스런 환경 변화의 가능성이다. 선캄브리아대 후반에 일어났던 초대륙의 분열, 해수면 상승, 영양분의 부족, 해수와 대기의 화학 조성의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에디아카라 생물들을 멸종으로 몰아갔다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마지막으로 생태계의 교란을 멸종의 원인으로 생각할 수 있다. 에디아카라 생물 중 미생물 매트를 갉아먹고 자라던 생물들이 번성하여 매트 위에 고착하여 살던 생물들의 생존이 어려워지거나 말랑말랑 하던 에디아카라 생물들을 먹이로 삼게 된 새로운 포식자들의 등장으로 인해 생태계가 교란되어 멸종했을 가능성이다. 이 각각의 원인들로는 이들이 후손을 남기지 못한 이유를 완벽하게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구 환경과 생태계의 변화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하여 에디아카라 생물들을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생명 진화의 위대한 실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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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아카라 동물들을 복원한 상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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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기원과 멸종에 관한 사실에는 의문점이 많지만 고생대가 시작하기 전 약 6억년 전에 이미 다양한 다세포 생물이 살았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단세포 생물이 지배하던 지구상에 최초로 나타난 이 덩치 큰 생물들은 조건이 갖추어 진다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원시적인 생물로부터 복잡한 생물이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쉽게도 지구 환경과 생태계의 변화에 의해 후손을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지만, 그런 의미에서 에디아카라 동물들은 과감하고도 혁명적인 진화의 실험가들이었다. 또한 화석화 되기 쉽지 않은 동물들이었지만, 마치 자신들의 존재를 인정받기 원했다는 듯이 세계 각지에 비교적 많은 흔적을 남겨둘 수 있었던 행운아였다. '만약'이라는 가정이 통할 수는 없지만, 이들이 멸종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지구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기이한 생명체들로 붐비게 되었을 것이다.

출처 : 이승배 / 국립과천과학관 전시기획총괄과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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