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로마톨라이트 > 자유 게시판

지구상에 최초로 나타난 생명체는 세포핵이 없는 단세포생물인 원핵생물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들 최초의 원핵생물들은 지구상에 산소가 없는 상황에서 물 속에 들어 있던 영양분을 섭취했을 것이다. 즉, 종속영양생물이었다. 그러나, 곧 이러한 생물의 급격한 번성으로 인해 먹이가 부족한 상태에 이르게 되었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변이체들이 스스로 양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독립영양생물로 진화하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초의 독립영양생물들은 당시 대기와 바다에 풍부했던 이산화탄소와 수소 또는 황화수소를 이용하여 광합성 활동을 했던 박테리아 종류로 추정된다. 그러나 수소와 황화수소 등은 풍부하지 않았으므로 이산화탄소와 물을 이용해 광합성을 하는 종류가 번식에 유리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 또는 cyanobacteria)이다. 흥미롭게도 광합성의 결과 만들어진 산소는 강한 산화력 때문에 당시의 다른 형태의 생물에게는 치명적인 성분이었으므로, 산소를 호흡에까지 이용할 수 있게 된 일부 남세균들이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여 더 활발하게 번식할 수 있었을 것이다. 즉, 광합성의 결과 만들어지는 산소로 인해 혐기성 생물이 대폭 감소하고 남세균으로 대표되는 호기성 생물이 급증하는 생태계의 재편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생 남세균의 현미경 사진, 남세균은 최초로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낸
생물로 추정된다.

선캄브리아대 산소 공장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

가장 오래된 화석이 바로 호주 서부의 35억년 전 지층에서 발견된 이 남세균 화석이다. 지금도 호주 서 부의 샤크만(Shark Bay)이나 바하마 제도에서 볼 수 있는 스트로마톨라이트는 광합성 활동 중인 남세균 매트의 끈끈한 석회질 성분에 물에 떠다니던 가는 모래 입자들이 포획되어 층층이 쌓여 자라난 생물기원의 퇴적 구조이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퇴적 환경에 따라 기둥 모양, 돔 모양, 원뿔 모양, 판상 모양 등으로 성장하는데, 35억년 전 이후의 선캄브리아대(지구 탄생~5억 4200만년 전까지의 지질시대) 지층에서 세계적으로 흔히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당시 남세균들이 활발히 활동하며 지구에 산소를 공급했다고 볼 수 있다.

원시 지구의 대기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약 6억 년 전에는 비로소 공기 중 산소의 양이 지금의 10% 수준에 도달했는데, 이는 남세균이 활발히 산소를 만들어낸 덕분이라고 여겨진다. 산소는 생물이 탄산염, 인삼염, 이나 키틴질과 같은 딱딱한 골격을 형성하고 몸집을 키우는 데 중요하기 때문에, 비로소 다양한 형태와 크기를 가진 다세포 생물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생물계가 진화함에 따라 남세균을 먹이로 삼는 동물들도 나타났기 때문에 캄브리아기(5억 4200만년 전~4억 8800만 년 전) 이후로 스트로마톨라이트는 갑자기 줄어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발견되는 스트로마톨라이트

우리나라 서해의 소청도에 노출된 선캄브리아기 지층에도 약 10억년 전의 활발한 남세균의 활동을 보존하고 있는 스트로마톨라이트 가 풍부하다. 그 뿐만 아니라 강원도 영월, 태백 지역에서는 고생대 초기의 스트로마톨라이트, 경상도에 분포하는 중생대 백악기 지층에서는 호수에서 퇴적된 스트로마톨라이트를 관찰할 수 있다.

깊고 깊은 생명의 역사를 담은 스트로마톨라이트

어느 한 순간에 마술처럼 일어난 듯이 보이는 최초 미생물의 출현과 산소를 생산하는 남세균의 출현은 실제로 아주 긴 시간 동안 서서히 진행된 결과물이다. 고작 수십 년 동안의 사건들 만을 기억하고 상상하는 데 익숙해져 있는 인간의 두뇌로 수 억년 동안 진행된 초기 생명 진화의 역사를 이해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소청도로의 여행이 여의치 않다면, 국립과천과학관에 전시된 스트로마톨라이트 앞에서 깊고 깊은 생명의 역사를 천천히 상상해 보는 기회를 갖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