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나면 내 예금 어떻게 되나? > 자유 게시판

2001년 9·11 테러 당시 미국 금융권은 추가 테러 위협에 노출돼 있었다. 뉴욕 월스트리트에는 미국 주요 은행들의 본부가 자리잡고 있었는데, 이들 본부에 테러가 발생할 경우 은행 전산시스템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당시 뉴욕에선 뱅크런(대량 현금인출 사태)은 발생하지 않았다. 현금인출기 앞에도 평소보다 두세명 정도 더 줄을 서있는 정도였다. 이처럼 미국인들이 준전시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던 것은 금융기관들이 고객들에게 예금정보 등 데이터를 복수로 저장해뒀다는 걸 알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은행 고객들은 금융기관들의 철저한 전산관리로 자신들의 투자정보가 사라져 손실을 입을 일은 없을 거라 확신할 수 있었다.

남북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면서 국내 은행 고객들 사이에서도 "전쟁나면 은행에 맡긴 내 돈은 어떻게 되나"라는 걱정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만약의 사태가 발생하면 열심히 모아뒀던 목돈이 날라가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불안감에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전쟁이나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 천재지변 등을 대비해 마련해 놓은 비상대책(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위기대응에 나설 수 있어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들은 실제로 고객정보 및 예금정보 등은 서울시내 메인 전산센터와 경기권 내 백업센터 1곳, 그리고 제3의 지역에 주요 정보만을 따로 추린 백업센터를 따로 두고 관리하고 있다. 전산센터를 3군데로 분산해 운영하고 있어 전국적인 전면전이 아니라면 고객 투자 정보가 사라지는 일은 발생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은행들은 아울러 전시에도 은행 업무를 지속할 수 있는 대체사업장도 별도로 마련해 두고 있다. 본점 등이 붕괴되는 비상사태에 대비한 조치다. 대부분 서울 외곽지역에 마련된 대체사업장은 유가증권거래, 환딜링, 외화송금, 대출승인 등 본점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본점과 똑같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IT센터, 콜센터와 전산망이 연결된 것은 물론 심지어 본점 전화번호까지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전국적인 전면적으로 번질 경우 고객 정보가 파기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전국적인 전면전으로 확대돼 비밀문서, 화폐, 증권, 주식 등에 대한 보호가 힘들 경우 비상지출 또는 파기에 대한 계획에 따라 정보를 파기하게 된다.

한 시중은행 IT기획부장은 "해외 백업을 검토했지만 국내와 똑같은 시스템을 해외에 두고 관리하는데 비용부담이 커서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전면전 상황에서는 고객 정보를 완벽히 지켜낼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은행들은 정부가 북한의 급변 사태에 대비해 만든 '충무계획'과 한국은행,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라 단계별 조치를 취하도록 돼 있다. '충무계획3'(데프콘3에 준함) 상황이 전개되면 사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고객에게 예금을 지급하거나 전시물자를 지원하게 된다.

한편 금융감독원에선 지난 4월 천안함 침몰 사태를 계기로 전시 상황에서 발생할 뱅크런 사태에 대한 대비책 등을 담은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했다. 아울러 예금보험공사에서는 전쟁 등으로 금융기관이 파산한 경우 고객들에게 최대 5000만원(원리금)까지 예금을 지급한다.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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