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자화상 > 자유 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자유 게시판

화가의 자화상

페이지 정보

작성자 비슈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요원 댓글 1건 조회 1,441회 작성일 10-10-26 00:33

본문

화가의 자화상은 그들이 남긴 수많은 걸작만큼이나 후세의 우리에게 깊은 영감을 준다. 자화상을 통해 우리는 걸작 뒤에 가려져 있던 화가를 만날 수 있으며, 일련의 자화상 속 변화하는 화가의 모습은 그들의 일생을 엿볼 수 있는 좋은 단서가 된다. 또한, 화가의 예술가적 자의식이 고스란히 투영된 자화상은, 우리가 일상에서 거듭하는 '반성(reflection)'의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운 감상물이다. 자화상을 통해 자화상의 의미와 그 속에 담긴 화가들의 일생을 살펴보자.

화가와 자화상

15.jpg
화가의 자의식과 욕망을 드러내는 자화상

모든 회화 장르는 개인의 욕망을 드러내는 도구로 기능하다. 그 중 특히 초상화는 개인의 정체성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욕망을 상징하는 장르이다. 이러한 욕망은 개인에게 부여된 사회적 위치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평론가 에이미 골든이 [후기 지각적 초상화]에서 지적하였듯, 살아있는 이의 초상화는 사회가 그들에게 부과한 의무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한 개인의 특징을 표현한다. 이는 화가의 자화상에도 다름이 아니다. 화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자화상을 그림으로써 자신에게 부과된 사회적 위치와 그에 따른 욕망을 표출해왔다.

화가의 일생과 예술가적 자의식

13.jpg
서양 최초의 독립 자화상을 그린 "뒤러"

1493년의 [자화상]은 이 시기에 그린 것으로, 집안끼리 정혼한 약혼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고향집으로 보냈던 것으로 보인다. 모델이 손에 들고 있는 에린기움은 남편의 정절을 상징하는 식물이다. 뒤러는 수많은 ‘최초’의 기록을 가진 화가인데, 이 작품은 본격적인 회화로 그려진 ‘서양 미술사 최초의 독립 자화상’이다. 그전까지 화가는 그림의 한 구석에서 관람자를 바라보는 인물로 등장하는 정도로 자기 모습을 기록했다.

7.jpg
100여 점의 자화상 "렘브란트"

다소 냉소적이면서도 강한 자의식의 소유자였던 그는 인기 있는 초상화가로서의 명성과 부를 누리던 젊은 시절부터 가난과 주변의 몰이해에 시달리던 외로운 노년에 이르기까지 거의 백여 점에 가까운 자화상을 남겨 놓았다. 그 중에서도 만년에 제작된 자화상들은 젊은 시절의 호승심과 격렬한 정서가 연륜에 의해 걸러져 인간 본연의 모습에 대한 성찰이 배어나온다.

11.jpg
품격있는 화가의 모습으로 남은 마지막 "루벤스"

루벤스가 마지막으로 그린 자화상인 1639년의 작품은 그가 전에 그린 어떤 초상화보다 높은 격조로, 왕이나 통치자들과 능숙하게 교제하는 귀족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육체는 쇠약했지만 거의 단색조인 이 자화상에는 왕족과 같이 살았고 학식, 교양, 태도에서 군주와 동등했던 인물의 품격이 느껴진다.

12.jpg
분장한 자화상 "카라바지오"

카라바지오는 붓을 들고 이젤 앞에 서 있거나 옷을 차려입고 정면을 응시하는 자세를 취한 전형적인 화가의 자화상을 그린 적이 없다. 대신 그는 자신의 그림 속의 한 인물로 분장을 하고 자주 등장했다. 실제의 자신을 숨기면서 다른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이런 작업은 20세기 말에 세계 미술계에서 유행한 작가들의 ‘분장 자화상’과 맥이 닿는 것으로, 그는 이런 흐름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분야에서 가장 탁월한 작가 중 한 명인 신디 셔먼이 1990년에 바로 이 작품 속 바쿠스, 즉 분장한 화가로 분장하여 그에게서 받은 영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14.jpg
자신의 회화 이론을 자화상에 담은 "푸생"

푸생은 자기 모습을 한 점의 드로잉과 두 점의 회화에 남겼다. 그중 마지막 작품인 1650년의 [자화상]은 파리의 후원자 샹틀루의 요청에 의해 그려진 것인데, 그에게 보내는 푸생의 메시지가 상징과 알레고리의 형태로 담겨 있는 ‘그려진 회화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5-1.jpg
위대한 화가로서의 자부심 "앙리 루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를 우스꽝스러운 기인으로 여겼지만 루소 본인은 자신을 위대한 화가라고 진지하게 믿었다. 1909년 한 사기 사건에 휘말렸을 때 그는 “내가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가장 피해를 당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예술 그 자체일 것이다”라는 말로 자신을 변호하기도 했다. 1890년 낙선전에 출품한 자화상 [나, 초상-풍경]에는 그의 미술 양식과 이러한 그의 자부심이 잘 드러나 있다.

자화상 속 인상파 화가들의 이야기

1.jpg
뒤바뀐 현실의 자아 "고흐"

고흐는 거울을 보고 거기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그렸기 때문에 이 자화상의 모델이 된 실제 모습은 반대로 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말하자면 그림의 자화상은 왼쪽을 보고 있지만, 실제로 고흐는 오른쪽을 보면서 그림을 그린 것이다. 대수롭지 않게 보이는 이 사실이 고흐의 작품 세계를 상징적으로 말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고흐에게 현실의 자아는 그의 자화상에 등장하는 것처럼 언제나 뒤바뀌어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2.jpg
고흐를 위해 자화상을 그린 "고갱"

1888년에 고갱이 고흐를 위해 그려준 자화상은 파탄에 이를 둘의 관계에 대한 어떤 암시도 보여주지 않는다. 고갱이 원했던 것은 고흐의 호의보다 테오의 관심이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고갱에게 필요했던 것은 사사건건 자신의 그림에 간섭하는 동료 화가였다기보다 자신의 그림을 구매해줄 화상이었다. 순진한 고흐는 이런 고갱의 이해관계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다.

3.jpg
특이한 성격의 괴짜 화가 "세잔"

피사로는 세잔에게 그랬듯이 극진히 고갱을 가르쳤다. 그것이 세잔에게 불만이었는지도 모른다. 피사로와 세잔, 그리고 고갱은 퐁투아즈의 야외로 나가서 함께 그림을 그렸다. 카유보트처럼 고갱도 역시 화가 지망생이자 후원자였다. 고갱은 그 희한한 세잔의 그림도 사줬다. 하지만 그렇다고 고갱에 대한 세잔의 시선이 바뀔 리 없었다. 그랬다면 어디 세잔이겠는가? 자화상에 드러나는 세잔의 모습을 보라. 고집스럽고 불만 가득한 표정은 세상과 절연하고 오직 그림만을 생각한 한 고독한 남성의 내면을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4.jpg
고집불통 완벽주의 청년 "드가"

1855년에 그린 젊은 시절 드가의 자화상을 보자. 이 자화상을 그릴 당시만 해도 드가는 살롱에 데뷔할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 그림은 마네를 만나기 전에 그린 그림이라고 하지만, 어딘가 드가다운 고집스러움이 배어나오는 걸 느낄 수 있다. 이 성마르고 잘 생긴 청년은 예술에서 구원을 찾았을 뿐, 다른 그 무엇에도 눈을 돌리지 않았다. 마네나 모네와 달리 드가는 결혼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다. 그는 노골적인 여성 혐오주의자였고 “여자의 수다를 들어주느니, 차라리 울어대는 양떼들과 함께 있는 게 낫다”고 단언하는 위인이었다. 한 마디로 ‘밥맛’이었다.

우리 작가의 자화상

9.jpg
전쟁 속에 구축된 평화와 풍요의 세계 "장욱진"

[길 위의 자화상]은 장욱진이 한국전쟁 중 잠시 고향 충남연기에서 피난하던 1951년에 제작한 초기작품이다. 피폐하고 궁핍했던 전쟁시기에 그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평화롭고 풍요롭기까지한 이 작품은 파격적인 구도와 자유로운 표현을 통해 동양철학이 깃든 향토적이고 서정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 장욱진의 예술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추천5 비추천0
Loading...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71건 1 페이지
자유 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비추천 날짜
171 비슈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4 17 0 02-07
170 비슈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9 14 0 04-06
169 비슈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7 10 0 03-01
168 비슈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95 9 0 08-29
167 비슈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1 8 0 10-03
166 비슈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2 8 1 09-06
165 비슈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9 7 0 11-03
164 비슈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6 7 1 06-08
163 비슈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68 7 0 10-14
162 비슈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5 7 0 10-23
161 비슈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61 6 0 10-25
160 비슈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86 6 0 02-12
159 비슈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6 6 0 11-07
158 비슈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4 6 0 07-22
157 비슈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6 6 0 10-14
156 비슈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7 6 0 11-28
155 비슈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5 6 0 10-21
154 비슈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0 6 0 10-23
153
남극바닷속 댓글+ 2
비슈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16 6 0 02-12
비슈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2 5 0 10-26
게시물 검색

회원로그인

구글 OTP 인증 코드 입력

디바이스에 앱에서 OTP 코드를 아래에 입력합니다.

OTP 를 잃어버렸다면 회원정보 찾기시 해지 되거나,
아래 링크를 클릭하여 이메일 인증으로 해지 할수 있습니다.

OTP 해지하기

론건맨 상위 순위 10

  • 1 사라랜스399,421
  • 2 선상반란302,220
  • 3 eggmoney118,327
  • 4 샤논115,847
  • 5 nabool100,030
  • 6 바야바94,846
  • 7 차카누기93,273
  • 8 기루루87,907
  • 9 뾰족이86,755
  • 10 guderian008385,195

설문조사

론건맨 싸이트가 열리는 체감 속도는 어떤가요.?

설문조사

론건맨이 부활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접속자집계

오늘
1,633
어제
2,384
최대
2,420
전체
14,247,774
론건맨 요원은 31,003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