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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플러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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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비슈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요원 댓글 0건 조회 1,445회 작성일 10-10-14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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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에 방송된 드라마 [선덕여왕]은 미실이라는 전대미문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전 사회적인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드라마 속의 미실은 자신의 권세를 유지하기 위해 천문의 변화를 십분 활용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천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는 과학자, 즉 월천대사가 필요했다.

수천 년 천문의 역사에서 가장 혁명적인 제안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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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비밀을 밝히는 일은 미실이 활동했던 7세기보다 수백 년 전에도, 그리고 수백 년 뒤인 지금에도 과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극적이었던 사건은 물론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장한 것이었다. 그는 1543년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De revolutionibus orbium caelestium)]에서 그때까지 지배적이었던 천체관인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을 부정하고, 구형의 지구가 태양 주변을 1년 주기로 돈다고 주장하였다. (혁명을 뜻하는 영어단어인 revolution은 이 책 제목의 revolutionibus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러나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에도 허점은 있었다. 천동설보다 개념적으로 단순하긴 했으나 실제 천체의 위치를 예측하는 데에는 천동설보다 오히려 정밀하지 못했다. 그리고 코페르니쿠스는 여전히 천체들이 완전한 원운동을 한다고 고집했으며 천체들이 수정구에 붙어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코페르니쿠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천상의 비밀을 보다 확실하게 세상에 내보인 사람이 바로 독일 출신의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 1571~1630)였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붙은 세 가지 법칙, 즉 케플러 법칙으로 천상의 행성운동을 정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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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의 움직임에 대한 3가지 법칙을 남긴, 요하네스 케플러.

케플러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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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든 행성의 궤도는 태양을 하나의 초점에 두는 타원궤도이다.
2. 태양과 행성을 잇는 직선은 항상 일정한 넓이를 훑고 지나간다.
3. 행성의 공전 주기의 제곱은 궤도 장반경의 세제곱에 비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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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플러가 이런 법칙들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스승이었던 티코 브라헤(Tycho Brahe, 1546~1601)가 당대 최고의 천문관측 기록을 남긴 덕분이었다. 브라헤는 맨눈으로도 먼 거리의 사람 얼굴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이 좋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당시는 아직 망원경이나 렌즈가 나오기 전이었지만, 브라헤는 자신의 유별난 시력으로 방대하고도 정밀한 관측 자료를 남겼다. 그러나 브라헤의 방대한 자료로부터 행성운동의 법칙을 이끌어내는 작업은 매우 고단하고 힘들었다.

이미지캡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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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7년, 케플러가 6살 때 목격한 대혜성을 그린 그림.

이미지캡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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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행성의 타원궤도는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 플라톤 시절부터 원운동은 가장 완벽한 운동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천체가 그와 다른 운동을 한다는 상상을 해본 사람은 케플러 이전에 아무도 없었다. 코페르니쿠스도 예외는 아니었으며 심지어 케플러 자신도 처음에는 원운동을 가정하고 브라헤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행성이 타원운동을 한다는 결론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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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원의 작도 방법,그림에서 녹색,노란색 고정점은 타원의 두 초점이 된다.
<출처: Dino at en.wikipedia.com>


원은 평면 위의 한 점에서 거리가 일정한 점들의 집합이다. 그래서 평면 위에 임의의 점을 잡아 일정한 길이의 실의 한 끝을 그 점에 고정하고 다른 끝에 펜을 달아 한 바퀴 돌리면 원을 얻는다. 타원은 이보다 약간 복잡해서 평면 위의 두 점에서의 거리의 합이 일정한 점들의 집합이다. 먼저 평면에 두 점을 고정하고 그 두 점 사이의 거리보다 길이가 더 긴 실의 양끝을 두 점에 고정한다. 펜으로 실의 한 지점을 팽팽하게 잡아당기면 펜과 두 고정점은 하나의 삼각형을 이룰 것이다. 이렇게 팽팽한 상태를 유지하며 펜을 한 바퀴 돌리면 타원을 얻는다. 이때의 두 고정점을 타원의 초점이라고 부른다.

두 초점 사이의 중점은 타원의 중심이다. 두 초점을 잇는 직선을 타원의 장축, 이와 수직이면서 타원의 중심을 지나는 축은 단축이다. 타원의 중심에서 장축이 타원과 만나는 점까지의 거리를 장반경, 단축이 타원과 만나는 점까지의 거리를 단반경이라고 한다. 타원의 장반경과 단반경이 같은 경우가 원에 해당하며 이때 두 초점은 타원의 중심에서 만난다.

케플러는 처음에 지구궤도를 구하려 했으나 이내 포기하고 화성의 궤도를 탐구했다. 우선 원운동을 가정하고, 브라헤의 자료를 설명하기 위해 화성의 공전속도가 일정하지 않다는 가설도 세웠다. 그 결과 각도로 약 8분 정도의 차이가 났다고 한다. 케플러는 브라헤의 관측이 워낙 정확하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가설을 과감하게 버렸다. 이렇게 그는 수년에 걸친 엄청난 시행착오(2절지 900장에 달하는 계산, 70여 회의 반복 계산)를 거친 끝에 1605년 타원궤도를 찾아내게 되었다. 케플러의 이 작업에는 ‘화성의 전투’라는 별칭이 붙었다.


케플러 제1법칙 : 타원궤도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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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화성이 타원궤도라고는 하나 이 궤도는 모두 원에 아주 가깝다. 지구의 경우 장반경에 대한 단반경의 비율이 99.986%이고 화성의 경우 99.566%이다. 맨눈으로 관측한 결과로 이 정도의 타원궤도를 끄집어 낸 케플러(그리고 브라헤)의 공적은 자연에 대한 엄밀한 관측과 그 결과로부터 자연법칙을 도출한다는 전형적인 과학적 방법론에 대한 최상의 예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플라톤주의자였던 케플러는 화성의 궤도가 타원임을 알고서는 무척 실망했다고 한다.

케플러의 제1법칙은 행성의 질량이 태양에 비해 대체로 아주 가볍긴 하지만 0이 아니므로 근사적으로 성립하는 법칙이다. 즉, 태양의 위치는 정확하게 타원궤도의 초점에 있지는 않다. 두 물체가 서로 잡아당기면서 (그 힘의 정체는 뉴턴이 규명하였다.) 회전하는 경우 회전의 중심은 두 물체의 질량중심이 되며, 각 물체는 이 질량중심을 타원의 한 초점으로 하여 각각 궤도운동을 한다. 만약 지구-태양처럼 한쪽의 질량이 다른 쪽에 비해 엄청나게 크면 질량 중심은 질량이 큰 물체(태양)의 내부 깊숙한 곳에 있게 되어 태양의 질량중심이 태양-지구의 질량중심(이 지점이 타원궤도의 초점이다)에 아주 근접하게 된다.

케플러의 제2법칙 : 면적속도 일정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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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플러의 제2법칙은 행성의 궤도운동이 일정하지 않다는 점을 말하는데, 이 사실은 타원궤도를 알기 전부터 알려졌었다. 행성이 원운동을 하면 행성과 태양과의 거리는 언제나 일정하다. 그러나 타원궤도이면 행성과 태양의 거리는 수시로 변한다. 행성이 태양에 가장 근접할 때의 위치를 근일점, 가장 멀어질 때의 위치를 원일점이라고 한다. 행성이 궤도운동을 할 때 그 속도는 근일점에서 빨라지며 원일점에서 느려진다.

여기서 행성이 빨라지고 느려지는 정도는 단위 시간당 행성이 궤도상을 훑고 지나가는 부채꼴의 넓이가 항상 일정하도록 유지된다. 이것이 케플러의 제2법칙이다. 그래서 제2법칙은 흔히 ‘면적속도 일정의 법칙’으로도 불린다. 행성의 면적속도가 항상 일정한 것은 행성의 각운동량이 늘 보존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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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플러의 제2법칙: 면적속도 일정의 법칙.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돌 때, 근일점에서는 빠르게,원일점에서는 느리게 돈다.
<출처: Oleg Alexandrov at en.wikipedia.com>

케플러의 제3법칙 : 조화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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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플러의 제3법칙은 1618년 발표된 것으로, 행성의 공전주기와 장반경 사이에 특별한 관계가 있음을 나타낸다. 공전주기는 궤도의 장반경이 클수록 커지는데, 그 정도는 공전주기의 제곱이 장반경의 세제곱에 비례한다. 이를 이용하면 이미 알려진 행성들의 성질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어떤 행성의 주기만으로 태양에서 그 행성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다. 이 법칙은 관측 가능한 모든 행성에 보편적으로 적용되었기 때문에 ‘조화의 법칙’이라고도 불린다.

케플러의 법칙은 수학으로 과학현상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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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타고라스는 숫자가 우주의 근본이라고 생각했고 플라톤은 우주가 기하학적인 구조를 가진다고 생각했다. 이런 입장을 받아들이면 인간은 우주를 수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케플러가 한 일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케플러는 자신의 법칙을 발견하기 전인 1596년 25세의 나이로 [우주의 신비]라는 책에서 5개의 플라톤 입방체(정사면체∙정육면체∙정팔면체∙정십이면체∙정이십면체)로 행성의 궤도를 설명하려고 했었다. 지금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이런 시도는 아주 터무니없어 보일는지 모르나 적어도 원리상 그는 충실한 피타고라스주의자였고 동시에 플라톤주의자였다. 그리고 지금도 과학자들은 수학적인 구조를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데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도입하고 있다.

케플러의 작업에는 스승 티코 브라헤의 방대한 관측 자료가 바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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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플러의 스승인 티코 브라헤의 동상
<출처: Claus-Joachim Dickow at en.wikipedia.com>


자신의 조수에게 방대한 자료를 남긴 티코 브라헤는 사촌과의 다툼으로 칼싸움을 벌이다 자신의 코가 잘리기도 했다. 그는 덴마크 왕 프레데릭 2세로부터 벤 섬을 하사받고 그곳에 우라니보르크(Uraniborg, 하늘의 성이라는 뜻)라는 관측소를 지었는데, 한때는 덴마크 총생산의 5%를 사용할 정도의 규모였다고 한다. 그러나 프레데릭 2세의 뒤를 이은 크리스티안 4세는 우라니보르크에 대한 지원을 대폭 삭감해 하는 수 없이 프라하로 자리를 옮겼다.

그로부터 얼마 뒤인 1600년 1월 케플러가 브라헤와 합류했다. 브라헤는 타고난 관측자였으나 수학적 분석에는 재능이 없었고, 케플러는 정반대였다. 덕분에 이 둘은 서로의 재능을 보완하며 완벽한 조력자가 될 수 있었다. (둘 사이의 인간적인 관계는 별로 좋지 않았다.) 일화에 따르면 브라헤는 로젠베르크 남작의 만찬에 갔다가 예의상 소변을 억지로 참는 바람에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비교적 빠른 시기에 브라헤의 자료를 넘겨받을 수 있었던 케플러로서는 다행이었을지도 모른다.

브라헤는 죽음을 앞두고 “내 삶이 헛되지 않기를”이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자신의 후임자가 자신의 관측 자료로 과학계에 길이 남을 위대한 발견을 했으니 브라헤의 유언은 확실히 지켜진 셈이다. 우라니보르크가 있던 벤 섬에는 덴마크 출신 조각가인 이바르 욘슨(Ivar Johnsson)이 1936년에 조각한 브라헤의 화강암 석상이 버티고 서 있다. 이 석상에서 브라헤는 꼿꼿한 자세로 서서 고개를 들고, 수백 년 전 실제 브라헤가 그랬던 것처럼 머나먼 하늘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다.

출처 : 이종필 /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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