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http://www.sciencetimes.co.kr/?p=134968&cat=134&post_type=news
북극 사과(Arctic Apple). 혹시 사과가 자랄 수 없는 추운 북극용 사과로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전자 변형 기술을 이용해 개발 된 이 사과는 북극과는 전혀 관계 없다.

캐나다의 한 생명공학 업체가 GM기술을 이용해 갈변이 없는 '북극사과'를 개발했다. 그러나 이 유전자 침묵 기술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갈변이 거의 없는 오른쪽이 북극 사과다.
캐나다의 한 생명공학 업체가 GM기술을 이용해 갈변이 없는 ‘북극사과’를 개발했다. 그러나 이 유전자 침묵 기술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갈변이 거의 없는 오른쪽이 북극 사과다. ⓒ mariamuir.com
굳이 증기기관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어떻게 보면 커다란 기술은 일상생활 속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보통 사과는 자르면 곧 갈색으로 변한다. 그러나 한 기업은 이 평범한 사실에 착안해 유전자 변형 기술을 이용해 갈변 되지 않는 사과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캐나다의 생명공학기업 오카나간 스페셜티 프루츠(Okanagan Specialty Fruits)가 개발한 유전자 변형된 GM사과가 캐나다와 미국의 승인을 얻어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사과는 갈변(褐變) 효소를 생산하는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도록 유전자 변형한 특별한 품종이다. 회사는 그 이름을 ‘북극 사과’로 붙였다.

GM작물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북극 사과는 캐나다에 이어 지난 2월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농무부(USDA) 산하의 동식물검역원(APHIS)과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얻었다. FDA는 “여러 실험을 통해 이 사과가 사람에게 해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승인 배경을 설명했다.

시장성과 관련 전문가들은 이 사과가 많은 사람에게 인기를 얻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기존의 사과보다 싸지도 않고, 그렇다고 더 특별한 것도 아니며 화학적 독성이 낮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오카나간 측은 애플 슬라이스(fresh-cut apple-slice)용 절단기 사용자, 외식사업주, 그리고 애플 슬라이스에 레몬주스를 끼얹는 것을 싫어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충분히 어필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GM사과가 얼마나 매력적인 과일로 등장할 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절단했을 때 갈변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사과산업에서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물론 갈변을 하나의 신선도의 상징으로 높게 평가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또 그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 수준 높은 소비자들도 많기 때문이다.

유전자 침묵에 대한 검증 많이 이루어지지 않아

그러나 대부분의 유전자 변형 농산물과 동물이 그렇듯이 이 GM과는 과학자의 창의적인 산물만으로 끝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 사과는 유전자 변형 기술 가운데서도 꽤나 진보된 기술로 평가 받는 유전자 침묵(gene-silencing)이 만들어 낸 작품이다.

그러나 과학매체 ‘라이브사이언스’는 사과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 하는 문제보다 GM사과는 여론의 커다란 이슈로 부각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소비자의 건강과 환경에 끼칠 수 있는 GM사과의 위해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가 문제다.

모든 GM생물체가 그렇듯이 북극 사과가 우리의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위험 여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문제다. 이 사과는 기존의 GM기술과는 다른 복잡한 유전자변형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작물이기 때문이다.

유전자 침묵은 DNA유전자가 아니라 RNA에 기반

기존의 GM기술은 간단히 DNA 유전자를 자르고 다시 잇는 유전자편집 방식에 의한 것이지만 북극 사과에 적용된 유전자 침묵은 DNA가 아니라 RNA 분자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기술이다.

한 생명체를 이루는 수만 개에 이르는 유전자들이 과연 적시적소(適時適所)에서 어떻게 활동하는 지에 대한 의문은 지난 15년 동안 분자생물학자들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였다.

2006년 크레이그 멜로(Craig Mello)와 앤드류 파이어(Andrew Fire) 교수는 “발전적 발견(seminal discovery)”이라는 업적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이들은 이중가닥 RNA(double stranded RNA, dsRNA)가 유전자를 침묵시켜 유전정보를 조절할 수 있다는 발견을 했다.

그 이후 과학자들은 이러한 많은 형태의 RNA 유전자 간섭을 발견했다. 최근 등장한 유전자 간섭, 또는 유전자 침묵 기술이란 바로 특정 유전자가 발현하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제 유전공학자들은 이러한 기술을 이용하여 유전자 발현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이 GM사과도 유전자 침묵 기술에 의해 탄생한 품종이다. 사과가 잘리면 갈색으로 변하는 것은 PPO(poly-phenol oxidase)라는 효소 때문인데, 바로 이 효소를 침묵시키면 갈변이 되지 않는 “북극사과”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유전자 침묵에 의한 생물체에 대한 검증 보고서 많이 나와야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을 포함해 시민단체들은 RNA를 조작하게 되면 목표했던 유전자 외에 다른 유전자도 저해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미 식품안전센터(CFS) 북극 사과에 대해 USDA에 보낸 논평에서 나와 있듯이 많은 유전자들이 DNA 구간(stretches)이 비슷하거나 동일하다고 판명되었다. 따라서 이중 나선 RNA(double stranded RNA)는 다른 유전자도 저해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면 유전자 저해가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PPO 유전자계(gene family, 유사한 기능을 담당하는 유전자들의 집단)는 특히 식물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사과의 PPO 유전자계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 그러나 다른 식물들의 경우 PPO 유전자계는 해충의 저항성과 관련 있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 GM사과는 일반 다른 사과나무를 질병에 취약하게 만들고, 따라서 농민들은 살충제를 더 사용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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