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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품은 물의 기원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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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구인인데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61회 작성일 15-03-23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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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표면의 70% 이상이 물(바다)로 이뤄져 있는 지구는 흔히 ‘물의 행성’이라 불린다. 지구가 지금처럼 많은 생명들의 보금자리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생명의 근원인 액체상태의 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대체 이토록 많은 물이 언제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이는 진화론과 창조론으로 대변되는 지구 생명의 기원만큼 오랜 학계의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혹자는 지구가 처음부터, 그러니까 탄생 순간부터 애당초 상당량의 물을 보유하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는게 과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46억년 전, 갓 태어난 지구는 무수한 운석과 충돌해 뜨거운 불덩어리 상태였다는 이유에서다.

즉 당시의 지구는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기에 너무 뜨거운 환경이었다. 돌처럼 고온에서도 응축 가능한 물질만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설령 원시의 지구에 물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지구 자체의 열기로 인해 증발해 사라졌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그간 지구에 존재하는 물의 기원에 대한 많은 이론들이 발표됐지만 물론 아직은 어느 것도 진실로 증명되지 못했다.



지구 내부 발생설 vs 우주 유입설

가장 오래된 가설은 ‘지구 내부 발생설’. 1894년 등장한 이 가설의 지지자들은 물이 다름 아닌 지구 자체에서 생겨났다고 주장한다. 수억 년 간의 화산활동에 의해 암석 속의 물이 빠져나와 증발하면서 대기에 유입됐다는 것. 이후 지구가 차츰 식으면서 대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돼 비로 뿌려졌고, 이 비가 모여 바다를 이뤘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지구상의 물이 지구가 화산활동을 통해 토해낸 수분의 양과 일치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 가설은 한동안 가장 유력한 이론으로 평가됐었다. 하지만 바다가 생기기 전에는 지구의 암석에 지금처럼 많은 수분이 함유돼 있지 않았을 것이라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그로부터 100여년이 흐른 1986년 한층 설득력 있는 이론이 제기됐다. 지구의 물이 지구 밖의 우주에서 유입됐다는 설이다.

실제로 우주에 존재하는 원소의 약 75%가 수소(H)다. 또한 세 번째로 많은 원소가 산소(O)다. 때문에 두 원자의 결합으로 만들어지는 물 분자(H2O)는 우주공간에서 꽤 흔한 물질이다. 게다가 대다수의 물은 우주공간에서 분자 상태로 떠다닌다. 이를 감안하면 우‘ 주 유입설’은 상당히 합리적인 타당성을 갖추고 있다.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루이스 프랭크 교수도 이 이론을 지지한다. 그는 혜성을 지구 물의 원천으로 꼽는다. 원시 지구가 식어가는 동안, 구체적으로 말해 41억년 전에서 38억년 전 사이에 혜성들이 끊임없이 지구에 떨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지구에 엄청난 양의 물이 공급됐다는 게 프랭크 교수의 판단이다.

이는 혜성의 주성분이 휘발성 기체를 포함한 얼음과 먼지라는 사실에 기반하는 데 처음에는 그다지 학계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프랭크 교수의 이론이 제기된 지 10년이 지나 상황은 조금 달라졌다. 다량의 물이 혜성이나 소행성에서 떨어져 나온 유성에 실려 지구로 유입되고 있다는 사실이 미 항공우주국(NASA)에 의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에는 목성의 물 역시 기원이 혜성과 유관하다는 발표가 있었다. 2013년 4월 유럽우주국(ESA)이 “허셜우주망원경을 활용, 목성 성층권에서 수증기를 관측했다”며 “물의 분포로 봤을 때 1994년 7월 슈‘ 메이커-레비 9’ 혜성과의 충돌 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것.

이 혜성은 목성에 흔적을 남길 정도로 강하게 충돌했으며, ESA는 1997년 목성의 성층권에서 수증기를 관측했었다. 이에 학자들은 이 수증기가 혜성과의 충돌로 생긴 것이라 추정했지만 목성의 위성 같은 다른 곳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재하지 못했다. 그런데 허셜우주망원경이 2013년 혜성 충돌 지역에 물이 집중돼 있음을 확인, 결정적 증거를 확보한 것이다.




지구와 혜성의 물은 기원이 다르다?

그렇다면 결국 지구의 물은 혜성으로부터 온 것일까. 안타깝게도 이 이론 또한 빈틈이 남아있다.

작년 8월 ESA의 혜성탐사선 ‘로제타’호는 10년의 비행 끝에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67P/C-G)’ 혜성에 도착했다. 그리고 3개월 뒤 뜻밖의 데이터를 보내왔다. 이온·중성입자 분광기(Rosina)를 이용해 이 혜성의 물을 분석한 결과였다.

데이터를 본 연구자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지구의 물과 성분이 달랐기 때문이다. 무엇이 달랐냐고? 혜성의 물속에 함유된 중수소 대 수소(D/H) 비율이 무려 3배나 높았다.

지구의 물에 들어 있는 중수소는 150ppm인 반면 혜성의 물에는 530ppm이나 들어 있었던 것.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과학적 관점에서 이 차이의 의미는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다. 지구의 물 분자는 수소 원자 2개와 산소 원자 1개가 결합돼 있다. 하지만 중수소와 같은 수소 동위원소와 산소 동위원소가 결합해서 만들어진 물은 지구의 물 분자와 화학적 성질이 다르다. 질량과 밀도, 녹는점, 끓는점 등이 다르다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이 같은 D/H 비율 차이는 지구와 67P/C-G 혜성의 물이 서로 다른 기원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67P/C-G가 태양계 외곽에서 온 혜성들의 표준으로 여겨졌었기에 학계의 충격은 더욱 컸다.

한편 이 결과는 아이러니하게도 혜성이 아닌 소행성에 의해 물이 탄생했다는 ‘소행성 기원설’의 신빙성을 높여주고 있기도 하다. 소행성의 파편인 운석에서 발견된 물의 중수소 비율이 지구의 물과 거의 비슷했기 때문이다. 특히 혜성은 태양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지만 소행성의 대부분은 목성과 화성 사이의 소행성대에 위치해 있다. 지리적으로 지구와의 충돌 확률이 훨씬 높은 셈이다. 참고로 2014년 12월 현재 잠재적으로 지구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소행성이 NASA가 파악한 것만 1,500개가 넘는다.

다만 일각에서는 로제타호가 보내온 정보로 혜성 유입설이 거짓으로 판명된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 한다. 물의 D/H 비율은 혜성마다 다양할 것이기에 67P/C-G의 결과만으로 단정짓기 어렵다는 것. 2010년 NASA의 탐사선이 ‘103P/하틀리2’ 혜성의 대기 샘플을 채취해 분석했더니 지구의 물과 D/H 비율이 꽤 비슷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에 프랑스 국립 우주 연구센터(CNES)는 “로제타호의 데이터가 기존 학설을 뒤흔들었다기보다는 좀더 복잡하게 만들었을 뿐”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달에서 찾은 단서

주지하다시피 지구의 물은 지구 밖에서 유입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여전히 지구 생성 당시에 이미 물을 갖고 있었다고 보는 학자들도 있다. 이들은 지구와 유사한 화학적 특성을 지닌 달에서 그 단서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2013년 미국 브라운대학교 연구팀은 “달에서 발견된 물이 지구의 물과 성분이 유사하다”며 “달은 45억년 전 지구에 있던 물을 아직 가지고 있다”고 밝혀 이목을 집중시켰다.

연구팀은 NASA의 아폴로 15호와 17호가 달에서 가져온 암석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암석에서 수소 동위원소가 발견됐고, 수소와 수소동위원소의 비율이 지구에 있는 물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연구팀은 “달과 지구의 물은 기원이 같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지구가 태어난 지 얼마 안됐을 때부터 이미 물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원시 지구에 있던 물이 운석과의 대충돌을 통해 달로 이동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참고로 달은 45억년 전 커다란 운석이 지구와 충돌하면서 지구에서 떨어져 나간 파편이라는 가설이 가장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지난해에도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었다. 영국 오픈유니버시티의 행성우주과학자 제시카 반스 박사팀이 아폴로 17호가 채취한 달의 인회석 표본을 분석, 수소 동위원소를 발견한 것.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2가지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나는 운석과의 대충돌 당시 지구에 있던 물이 달로 이동한 후 지금껏 달에 남아있을 가능성이고, 다른 한 가지는 지구가 달을 위성으로 갖게 된 뒤 혜성이든 소행성이든 외부의 동일한 기원으로 인해 두 천체가 물을 얻었을 가능성이 그것이다.

이외에도 여러 지질학자들이 원시 광물을 분석, 초기 지구가 형성될 당시 이미 수십억 ℓ의 물이 있었다는 이론을 제시한 바 있다. 일례로 지난 2001년 미국 위스콘신대학 메디슨 캠퍼스 존 밸리 박사팀은 호주 서부의 잭 힐스에서 44억년 된 ‘지르콘(ZrSiO4)’ 결정을 발견했다. 이는 지금껏 발견된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광물이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이 결정은 메마른 땅이 아닌 액체 상태의 물에서 형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주지하다시피 오랫동안 학자들은 원시 지구가 뜨겁고 메마른 곳이었으며, 수소가 증기로 변해 우주로 사라져버렸기 때문에 물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으로 믿었다. 이는 상식으로 통용됐다. 하지만 어쩌면 이 상식은 완전히 틀린 것일지도 모른다. 지구의 물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이전부터 이미 지구에 존재했을지도.

물론 현재까지 드러난 자료만으로 지구가 가진 물의 기원에 대해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지구상의 물
지구가 품고 있는 물의 97.2%는 지표면의 70.8%를 뒤덮은 바닷물이다. 육지에 존재하는 물은 전체의 3% 정도에 불과하다. 그나마 극지역과 고산 지대에 분포된 빙하가 약 2%며, 강이나 호수 등의 비중은 1% 밖에 되지 않는다.

14억㎦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의 총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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