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화석이 미래의 타임머신? > 자유 게시판

화석의 어원은 ‘땅속에서 파낸 것’이라는 뜻으로 라틴어 ‘fossilis’에서 유래되었다. 그러나 19세기 말엽부터는 그 좁은 의미를 벗어나 지질시대의 생물이 보존된 것이면 모두 화석으로 취급한다.

일반적으로 화석이라고 하면 약 35억 년 전부터 1만 년 전 사이 지질시대의 고생물이 죽어서 남긴 유해나 흔적 따위를 일컫는다. 사람들은 화석을 고생물이 딱딱한 돌로 변한 것만을 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시베리아의 얼어붙은 동토의 지층 속에서 살과 피와 가죽이 거의 원형대로 냉동되어 있는 매머드와 같이 1만 년 전 이전에 살던 생물의 유물이면 모두 화석으로 취급되고 있다.

관광지로 유명한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의 식물화석은 약 5000만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동물화석과 달리 식물화석은 미래의 기후변화와 생태계를 짐작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 turism-360.ro

화석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시대를 구별하여 지층의 대비를 가능하게 하는 데 있다. 세계적으로 같은 종류의 화석생물은 같은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같은 화석을 보존한 지층들은 같은 시대에 쌓였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쓰고 있는 고생대·중생대·신생대 등의 지질시대 구분은 고생물의 화석을 근거로 이루어졌으며 이 화석은 지질학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질시대 구분은 주로 동물화석이 기반

그러나 지질시대의 구분은 주로 동물화석을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화석연구라는 차원에서 볼 때 동물 종(種)의 수명은 짧다. 그래서 시대의 구분이 가능하다. 흔히 등장하는 삼엽층을 비롯해 파충류, 공룡 등이 그렇다. 또한 유인원들의 화석을 통해 인간진화의 진화의 과정을 추측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제까지의 화석연구는 과거에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그리고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대한 연구라고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 화석연구를 통해 미래를 추측할 수는 없을까? 있다. 그 동안 다소 등한시 되었던 식물화석 연구가 미래의 타임머신이 될 수 있다.

과학자들은 고대 식물이 남긴 미세한 흔적을 통해 지구 환경변화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얻는다. 관광명소로 유명한 아르헨티나의 파타고니아(Patagonia) 지역의 식물화석은 얼음이 거의 없었던 에오세(Eocene epoch)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에오세는 5300만∼5000만 년 전에 시작되어 약 3700만 년 전에 끝난 것으로 학자들은 추정한다.

식물 밀집도 알면 과거는 물론 미래 생태계도 알 수 있어

이 화석은 그 지역에 각 시기별로 어떤 종류의 식물이 얼마나 밀집했는지를 보여준다. 워싱턴 대학 국제 연구팀이 이러한 연구에 도전했다.

연구팀은 식물의 밀집도를 분석하면 지난 수백만 년 동안 지구 생태계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서도 추론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이 연구는 지구상에서 특정 시기에 어떤 식물 종이 살았는지를 밝히려는 작업의 일부다. 식물 종의 유전형질을 함유한 꽃가루 화석 분석을 주로 한다.

이 연구를 이끈 워싱턴 대학 캐롤라인 스트룀버그 생물학과 교수는 뉴스위크와의 회견에서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면 지구상의 동식물 집단이 지난 수백만 년 동안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해 왔는지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할 수 있다. 또한 앞으로 다가올 기후변화 속에서 생태계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필수자료”라고 말했다.

동위원소 측정하면 수백만 년 전 환경 복원 가능

과학자들은 화석 속의 세포패턴을 연구하면서 그 식물이 음지에서 자랐는지, 양지에서 자랐는지를 파악한다. 또 이를 알면 해당 지역에 얼마나 많은 식물이 밀집했었는지도 알 수 있다.

세포에서 식물암(phytoliths)이라 불리는 미세 이산화규소를 추출한 뒤 현대의 식물암과 비교하는 연구도 있다. 스미소니언 연구소는 식물이 죽어 없어진 뒤에도 오랜 기간 흙 속에 남는 식물암을 고식물학자의 ‘최고의 친구’라고 불렀다.

과학자들은 한 지역에 하늘을 뒤덮을 정도의 나무가 얼마나 무성했는지를 알면 강수량, 기후, 심지어 그곳에 살던 동물 집단까지도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연구에 참여한 워싱턴대학 버크자연사문화박물관의 고생물학자 리건 던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식물 구조는 육지 생태계를 이해하는 열쇠다. 이제 우리는 그 동안 식물 구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던 역사의 주요한 간격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도구가 생겼다”

식물화석으로 고대 기후를 연구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의 고생물학자 잭 울프(Jack A. Wolfe)는 20세기 중반에 잎사귀 형태와 기후와의 관계를 비교연구하면서 이 분야의 선구자가 됐다. 그의 연구는 방사성연대 측정법으로 고대 식물을 분석하는 오늘날 연구에 기초를 놓았다.

비슷한 방법으로 캘리포니아 대학의 한 연구진은 최근 연구를 통해 식물 화석 속의 산소동위원소를 측정하면 그 식물 종이 어떤 기후에서 생성됐는지 알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자들에 따르면 “이 방법으로 수백 만년 전 환경을 얼음 속에 보존된 표본 없이도 복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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