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8월 16일 솔트레이크 인근에서 순찰하던 경찰이 낯선 비틀 승용차 한 대를 발견했다. 수상하게 여긴 경찰이 번호판을 조회하려고 다가가자 차는 갑자기 속도를 높여 달아났다. 경찰은 차를 추적해서 결국 운전자를 체포하고 차 안을 수색했다.

연쇄살인범 테드 번디 체포 후 유행되기 시작

못을 박는 쇠지레, 스키마스크, 수갑, 철사, 얼음송곳 등 수상한 물건들이 발견되었다. 마침내 30여명이 넘는 젊은 여성들만 납치해 성폭행한 후 살해한 ‘연쇄살인범의 귀공자’ 테드 번디(Ted Bundy)의 범행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사이코패스’라는 단어가 상종가를 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이코패스가 꼭 범죄자에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들이 사회에서 큰 성공을 거두거나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일이 빈번하다. 비윤리적 행위를 서슴지 않고 사용해 사람들을 조종하는 데 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30여 명이 넘는 젊은 여성들을 납치해 성폭행 한 후 살인한 테드 번디. 이후 연쇄살인범이라는 용어와 사이코패스라는 말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됐다. 그는 전기의자에서 사형을 당하기까지 일체 후회의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 위키피디아

사이코패스의 성향, 아니면 기질? 어쨌든 이러한 특성은 어디서 오는 걸까? 선천적 유전적 결과일까, 아니면 환경에 의해 형성된 후천적 결과일까? 그렇다면 교정이나 교화를 통해 고칠 수 있는 성질의 것일까?

사이코패스의 뇌 구조와 활동 전혀 달라

최근의 한 연구결과는 유전적인 것도, 후천적인 것도 아니라 아예 뇌의 처리방식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처벌이나 교정효과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심지어 다른 강력범과도 정신적인 대처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테드 번디의 경우, 신체적 처벌이나 심지어 사형까지도 이들의 마음을 바꿔놓을 수가 없다는 주장이다.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과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교수인 세일라프 호진스(Sheilagh Hodgins) 박사가 이끈 연구팀의 연구결과다.

정신장애와 범죄연구가 전공인 호진스 연구팀은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강력범 32명을 조사했다. 그 가운데 12명은 두드러진 사이코패스 기질도 있었다. 그들을 건강한 정신의 선량한 시민 18명과 비교했다. 그 결과 사이코패스 기질을 가진 범죄자 12명의 두뇌에서 반사회적 범법자나 시민들과 뚜렷한 차이점이 나타났다.

이 같은 차이는 뇌의 신경세포 활동을 분석하는 기능적자기공명영상촬영(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에 잘 나타났다. (연구팀이 진행한 게임에서) 정상적인 범법자인 경우에는 ‘처벌’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차리고 행동양식을 바꾸려는 의지가 있었다.

형벌은 행동양식을 바꿀 수 없어

그러나 사이코패스 피험자들은 행동양식을 바꾸지 않았다. 그들은 행동양식을 바꾸지 않으면 자신에게 해가 돌아온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이러한 처벌에 반응하지 않는 성향이 행동으로 나타난다는 연구결과를 얻었다.

범죄자에 대해 부과하는 형벌은 원래 두 가지 목적이다. 일종의 신체적 고통을 가해 그들의 사고를 바꾸지 않는다면 불리한 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체험하게 하는 것이다. 다른 한가지는 시범 케이스로 다른 일반 사람들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다.

호진스 교수는 연구결과를 결국 두 가지로 축약했다. 첫째, 사이코패스는 처벌을 일반적인 방식으로 이해하거나 처리하지 않는다. 또한 행동에서 사이코패스 징후가 나타나는 사람의 경우에는 어릴 때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방식의 재활교육을 적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부정적인 결과를 예상하지 못한다. 보통 사람의 경우 처벌이나 검열은 그들의 행동이 다른 사람을 해치기 때문에 용납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이러한 자극은 행동양식을 바꾸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사이코패스는 이러한 일반적인 통념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연구팀이 진행한 시험결과에 따르면 사이코패스의 경우 후측대상회(posterior cingulate)와 섬엽(insula)으로 알려진 뇌 영역에서 일반사람들과 다른 활성화 패턴을 나타냈다. 이 부위는 처벌과 보상 학습에 관여하고, 예기치 않은 결과가 나타날 때 행동변화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이코패스는 또한 전문측 전두엽(anterior rostral prefrontal cortex)과 측두극(temporal poles)의 회백질(gray matter)도 감소했다. 죄의식, 당혹감, 친사회적 감정 처리 및 감정이입에도 관여하는 부위다.

아직까지 검증된 치료방법이나 프로그램 없어

“이 같은 연구결과는 사이코패스를 생애 초반에 치료하는 방법을 연구하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들은 어렸을 때부터 거의 모두가 독특한 행동문제를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해결책은 필요한 예산을 초기에 투자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검증된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다 할 프로그램도 없다. 그러나 어떤 방법에서든 간에 처벌에 대한 반응이 나타나도록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 호진스 교수의 주장이다.

어쨌든 사이코패스는 일시적으로 있다가 사라지는 현상은 아니다. 예를 들어 우울증이나 불면증은 평생 지속되기보다 몇 달 혹은 몇 년간 존재하다가 사라진다. 그리고 환자는 자신의 문제를 고치려고 애를 쓴다.

사이코패스는 자신이 남에게 해를 끼치고 있다고 여기지 않으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거나 괴로워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인격장애의 특징적인 면이다. 괴로워하는 사람은 그의 주변 사람들이거나 피해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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