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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 뇌를 해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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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순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62회 작성일 15-04-17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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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물리학의 세계적 석학인 뉴욕시립대 미치오 카쿠(68) 교수의 책이 새로 나왔다. '평행우주'를 비롯한 그의 전작을 재미있게 읽은 나로서는 기대도 되고 이번에는 어떤 내용을 다루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훌륭한 교양 과학서를 쓰는 학자는 여럿 있지만, 그중에서도 카쿠는 '흥미로움'과 '진지함'의 결합에 특별한 경지에 도달한 사람이다. 어려서부터 과학소설을 즐겨 읽었던 카쿠는 대다수 과학자라면 "그건 공상과학에서 등장할 법한 이야기"라며 제쳐 놓을 주제에 대해 탄탄한 과학적 분석을 제시한다. 이번 책의 주제는 마음에 대한 첨단 과학 연구와 미래 전망. 아인슈타인 천재성의 근원을 그의 뇌 연구를 통해 밝혀내어 일반인을 단숨에 천재로 만들 수 있을 가능성처럼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을 풍성하게 펼쳐 놓았다.

그동안 마음의 과학을 다루는 다른 책들이 주로 뇌과학이나 인지심리학의 관점에서 서술되었다면, 카쿠의 관점은 철저하게 '물리학적'이다. 예를 들어, 그는 책 도입부에서 우주와 마음을 자연의 가장 큰 미스터리로 규정한 후, 이들이 모두 물리학적으로 설명 가능하다고 역설한다. 물리학 기반의 측정도구 망원경이 우리로 하여금 우주를 이해할 수 있게 한 것과 마찬가지로, 물리학 기반의 측정도구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가 인간 마음을 연구하는 데 결정적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도입부에서 물리학의 중요성을 강조한 후, 카쿠는 2부와 3부에서 마음이 복제될 수 있는지나 로봇도 진정한 마음을 가진다고 할 수 있는지처럼 우리가 마음에 대해 궁금해할 다양한 주제에 대해 하나씩 검토하면서 최신 연구 결과에 부합하는 답을 제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카쿠는 각 분야 최고 전문가의 생생한 증언을 적절히 활용하며 설명함으로써 자신의 분석과 미래 예측의 객관성을 높이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 필자로서는 그가 그 대단한 사람들을 일일이 다 인터뷰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다. 200명 넘는 저명한 학자 중에서 피터 도허티, 제럴드 에덜먼 등 노벨상 수상자만 11명이다.

카쿠의 답변은 언제나 물리학의 기본 법칙에 충실하다. 그래서 마음만으로 다른 사람에게 정보를 보내는 것(텔레파시)이나 마음만으로 물체를 움직이는 것(염력)처럼 흔히 초자연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현상도 카쿠는 오직 물리학이 인정하는 네 가지 힘, 즉 중력, 전자기력, 약한 핵력, 강한 핵력의 작용으로 이해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마음'만'으로 물체를 이동시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개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뇌파로 읽어내어 그 내용을 외부 장치의 도움으로 실현하는 일은 가능하다. 전신 마비 상태인 사람이 방 조명을 끄고 싶다고 생각하면 기계가 그 마음을 읽어 대신 불을 꺼주는 방식이다. 순전히 마음이 직접 작동하여 바위를 들어 올려 적에게 던지는 엑스맨 식의 염력을 기대한 독자라면 이 대목에서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카쿠의 답변은 가끔 도발적이다. 특별한 경험을 했던 사람, 예를 들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의 훈련 과정과 결승선에서의 짜릿한 경험을 뇌 스캔을 통해 복제하여 그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가짜' 기억으로 이식하는 기술은, 누구나 그런 드문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상당한 교육적 효과가 있다고 주장할 때가 그렇다. 만약 '가짜' 기억이 충분히 생생하다면 그 기억의 내용과 실제 자신의 삶을 혼동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카쿠도 인정하기는 하지만, 그가 보기에 이는 어차피 도래할 수밖에 없는 기술의 미래에서 해결해야 할 윤리적·사회적 문제일 뿐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외계인의 마음에 대한 예측이었다. 카쿠는 우리를 찾아올 정도의 뛰어난 기술을 가진 외계인이라면 우리처럼 '세포 기반'이 아니라 '컴퓨터 기반 육체'를 가졌을 것이고, 개별 마음의 개체성을 포기한 채 모든 마음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새로운 방식의 지적 존재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는 미래의 인간이 지금처럼 유기체 기반이 아니라 기계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포스트 휴머니즘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이런 급진적 전망을 소개하면서 카쿠는 마음에 대해 인문학과 사회과학적 논의가 중시하는 '주관적 느낌'과 '인간의 본질'에 대한 논의에는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아마도 이런 점이 이 책이 갖는 훌륭한 과학 교양서로서의 장점이자 마음의 미래를 온전하게 다루지는 못한 한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출처;http://book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4/11/2015041100279.html?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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