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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호르몬 ‘이리신’, 과학인가 신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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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순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445회 작성일 15-03-23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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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호르몬 ‘이리신’, 과학인가 신화인가?
http://www.dongascience.com/news/view/6437
지난해 보건당국은 간질이라는 병명에 사람들의 편견이 뿌리 깊게 박혀있어 뇌전증으로 부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름을 바꾼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지만 ‘누가 이름을 함부로 짓는가’라는 책 제목도 있듯이 작명은 꽤 중요한 것 같다.

최근 미국 보건당국은 ‘만성피로증후군(CFS, chronic fatigue syndrome)’이라는 질병의 이름을 ‘전신성활동불내성질환(SEID, systemic exertion intolerance disease)’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의 이름이 귀에 쏙 들어오는데 왜 굳이 이렇게 복잡한 이름으로 바꾸는지 의아하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만성피로’라는 말을 일상용어로 쓰기 때문이다. 아마 직장인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은 자신이 만성피로에 시달린다고 푸념하지 않을까. 그러다보니 이 병의 심각성이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마치 우울증의 한 유형인 것처럼 비친다는 것.

만성피로증후군(전신성활동불내성질환이라는 말이 입에 안 붙어 여기서는 이전 용어를 쓰겠다)은 사실 꽤 심각한 질환이다. 즉 이런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호소하는 피로감은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심하고 두통이나 근육통 같은 통증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또 기억이나 학습 같은 인지능력도 손상된다. 이런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만성피로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아주 흔한 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희귀병도 아니다(미국의 경우 환자수를 100만 여명으로 추정한다). 많은 경우 시간이 지나면 증상이 어느 정도 회복되기는 하지만 깨끗하게 낫는 경우는 드물고 평생 사회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이 되기도 한다.

● 잔 다르크에 비유되기도

만성피로증후군이라는 병명은 1987년 붙여졌는데 갑자기 나온 건 아니고 이전에는 별도의 질병으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병명이 붙어도 원인은 불명이었다. 많은 경우 갑자기 증세가 생기는데 독감을 앓을 때 같은 증상이 먼저 나타난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바이러스 감염이 질병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2009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만성피로증후군가 정말 바이러스 감염과 관련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미국 휘트모어피터슨연구소 주디 미코비츠 박사팀은 만성피로증후군 환자 101명 가운데 67%에서 친이종쥐백혈병바이러스(XMLV)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조군 218명 가운데는 불과 3.7%만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이 연구결과가 발표되자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들은 환호했다. 이 병이 결국 환자 본인에게 화살이 돌아가는 심리적 질환이 아님이 밝혀졌을 뿐 아니라 치료법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의 세포와 함께 배양한 전립선암세포(LNCaP cells)에서 바이러스(XMRV) 입자가 나오는 장면을 포착한 전자현미경 사진으로 2009년 논문에 실렸다. 훗날 조사한 결과 시약이 바이러스에 오염된 것으로 결론이 나 논문이 철회됐다. - 사이언스 제공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의 세포와 함께 배양한 전립선암세포(LNCaP cells)에서 바이러스(XMRV) 입자가 나오는 장면을 포착한 전자현미경 사진으로 2009년 논문에 실렸다. 훗날 조사한 결과 시약이 바이러스에 오염된 것으로 결론이 나 논문이 철회됐다. - 사이언스 제공

그러나 환호성도 잠시, 이 연구결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들의 방법대로 환자의 혈액을 분석했지만 바이러스를 검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이들의 실험과정에서 시약에 바이러스가 오염된 것으로 결론이 났고 결국 2011년 논문이 철회되기에 이르렀다. ‘사이언스’ 2011년 9월 23일자에는 무려 8쪽에 걸쳐 이 과정을 되돌아본 심층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이 글에서 과거 미코비츠 박사의 동료였다가 입장을 바꾼 미국 터프츠대 존 코핀 교수는 끝까지 주장을 고집하는 미코비츠를 보며 “문득 잔 다르크가 떠올랐다. 과학자들은 미코비츠를 화형시키려고 하고 지지자들(환자 그룹)은 성녀로 추앙하고 있다”고 촌평했다.

● 사람에서는 번역 개시 코돈부터 이상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3월 9일자에는 만성피로증후군 논문 논란이 연상되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이 논문은 2012년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되면서 의학계와 생명과학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호르몬 이리신의 실체가 모호하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운동호르몬’ 또는 ‘다이어트호르몬’으로 불리는 이리신은 운동을 할 때 근육에서 분비돼 혈액을 타고 지방세포에 도달해 백색지방세포를 갈색지방세포와 같은 성격으로 바꿔 지방을 태우게 한다고(열생성) 알려졌다.

당시 연구를 발표한 미국 하버드대 브루스 스피겔먼 교수는 언론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고 그 자신 공동투자자로 참여한 바이오벤처 엠버테라퓨틱스를 만들기도 했다. 몸이 이리신을 많이 만들게 하거나 이리신을 대신할 수 있는 약물을 만들 경우 획기적인 다이어트법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이 연구에 깊은 인상을 받아 한 에세이에서 소개하기도 했다(과학카페82 ‘똑같이 먹었는데도 살 안찌는 비결은 뭘까?’ 참조).

그런데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이 연구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미국 듀크대 해럴드 에릭슨 교수팀의 논문이 실린 것. 논문을 몇 줄 읽는 순간 필자는 ‘아차’싶었다. 그 이유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이리신에 대해 잠깐 언급한다.

이리신은 아미노산 112개로 이뤄진 작은 단백질로 인슐린이나 렙틴 같은 펩티드(작은 단백질) 호르몬으로 분류한다. 다만 특이하게도 이리신은 FNDC5라는 막단백질이 잘린 조각이다. 즉 운동을 하면 FNDC5가 잘려 이리신으로 바뀌면서 혈관을 타고 지방세포로 이동해 작용한다는 것.

그런데 논문은 사람의 이리신(엄밀히는FNDC5)의 유전자는 번역 개시 코돈이 ATG가 아니라 ATA라며 포문을 연다. 이런 비정규적인 개시 코돈으로도 작동하는 유전자가 있지만 이는 예외적인 현상이고 대부분은 기능이 있는 유전자에서 기능이 없는 유사유전자(pseudogene)으로 가는 변이인 경우다. 실제로 사람에서 FNDC5가 발현해 전령RNA가 만들어져도 이를 주형으로 만들어진 단백질의 양은 미미한 것으로 밝혀졌다(리보솜이 개시 코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므로). 참고로 2012년 논문은 개시 코돈이 ATG로 정상인 생쥐를 대상으로 했다. 따라서 설사 생쥐 실험이 맞다고 해도 사람에서도 그렇다는 보장은 없다는 말이다.

물론 2012년 논문에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도 있다. 즉 10주 동안 운동을 한 사람은 대조군에 비해 혈중 이리신의 농도가 두 배가 됐다는 데이터가 수록됐다. 그런데 이번 논문에 따르면 이 데이터도 엉터리라는 것. 즉 이리신에 결합하는 항체를 통해 이리신의 존재를 추측하는 방법을 쓴 건데, 문제는 이 항체가 이리신뿐 아니라 다른 많은 단백질과도 결합을 한다는 것. 게다가 항체를 제조한 회사가 만든 카탈로그에는 이 항체가 달라붙는 부위가 FNDC5 단백질의 149~178번 아미노산 영역이라고 나와 있는데 이리신은 FNDC5의 32~143번 아미노산으로 이뤄진 조각이다! 이에 대해 스피겔먼 교수팀은 제조사가 카탈로그를 잘못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리신이 워낙 핫토픽이다보니 지금까지 이리신과 관련된 논문이 80여 편이나 나왔다. 그런데 다들 결과가 들쭉날쭉해 혈액에서 이리신 농도가 0.01~2000ng(나노그램)/㎖까지 엄청난 편차로 펼쳐져 있다. 연구자들은 좀 더 정교한 실험방법으로 인간의 혈중 이리신 농도를 측정했지만 존재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사람뿐 아니라 운동을 상징하는 동물인 말의 혈액에서도 이리신이 없었다고 한다. 아직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면 2009년 만성피로증후군 논문의 전철을 밟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스피겔먼 교수가 투자한 엠버테라퓨틱스도 이리신에서 ‘손을 뗐다’고 한다.


무지개의 여신 이리스는 신의 뜻을 인간에게 알리는 전령이다. 이리스에서 이름을 딴 호르몬 이리신이 신화로 전락할 위기에 몰렸다. 프랑스 화가 피에르나르시스 게랭의 1811년 작품 ‘모르페우스와 이리스’. - Hermitage Museum 제공
무지개의 여신 이리스는 신의 뜻을 인간에게 알리는 전령이다. 이리스에서 이름을 딴 호르몬 이리신이 신화로 전락할 위기에 몰렸다. 프랑스 화가 피에르나르시스 게랭의 1811년 작품 ‘모르페우스와 이리스’. - Hermitage Museum 제공

2012년 당시 스피겔먼 교수팀은 새로 발견한 호르몬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전령의 여신 이리스(iris)를 다 이리신(irisi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근육의 신호를 지방조직에 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표된 반박 논문의 제목은 ‘이리신, 운동으로 유발되는 마이오카인(근육에서 분비하는 신호분자)이 아니라 신화’다.

사실 이리신 발견에 대해 회의적인 서신이나 논문은 2012년부터 나왔는데 2013년 한 논문의 제목은 ‘그리스 여신 또는 그리스 신화(Greek goddess or Greek myth): 사람에서 이리신/FNDC5에 미치는 운동의 효과’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평범한 이름을 붙이는 게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sukkik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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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사과향기님의 댓글

사과향기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림이 참 리얼합니다.ㅎㅎㅎ

남자의 성기를 보니 그 옛날 고대에도 역시 포경은 하지않고 살았던가 봅니다. 귀두의 끝이 표피에 덮여있는걸보니 말입니다.
여성의 가슴이 좌우로 벌어져 상향인것을 보면 비교적 빠른 속도로 하강하던중이었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성의 좌측 엄지손가락 (구름을 짚고있는쪽 손)를 보면 비정상적으로 길어보이네요.
또한 여성의 좌측 새끼발가락을 보면 기형인듯 싶습니다. ㅎㅎㅎ

뭐..그림을 그리면서 나름 구도나 위치, 비례를 감안해서 그렸을거라 생각듭니다만...ㅎㅎㅎ

그 옛날 사람들도 하늘에서 선녀(천사)가 내려올때는 그냥 스므스~하게 내려오는것이 아니라 아주 빠른속도로 내려온다고 생각했던가봅니다.

그런것을 보면 옛날 선인들도 하늘에서 내려오는 그런 존재들또한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지 않는다...라고 생각했던거 아닐까요.
혹 그림의 저 여성은 다른 외계 생명체를 은유적으로 표현한것은 아닐까..ㅎㅎㅎ
그들이 홀로그램을 완벽하게 작동시킬수있는 능력이 있고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 그 모습으로 자신의 외형을 홀로그램화 하여 보여지는것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림상의 인물들 모두..머리털을 제외하고는 털이 없네요..ㅎㅎㅎ 남녀 모두 겨드랑이든 음부 주위든 말이죠...그 옛날 사람들도 겨드랑이랑 음부의털은 지저분하다고 생각했던가봅니다.

마치 현대인들이 다리와 겨드랑이 털을 제거하려하는것처럼 말이죠...인간의 본능일까요..ㅎㅎㅎ

그냥 그런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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