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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식동물에서 진화한 외계인 SF관광가이드/ 외계인신화(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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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순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75회 작성일 15-03-21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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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sciencetimes.co.kr/?p=134002&post_type=news
우리는 보통 자신이 경험한 테두리 안에서만 사물을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다. 초식동물에 대한 선입견도 마찬가지 아닐까? 지구상에서 바다를 제외하고는 어디서나 먹이사슬의 정점에는 육식성 포식자가 버티고 있다. 영양이나 임팔라가 호령하고 다니는 사바나 초원이 있다는 얘기, 들어봤는가?

그러나 잠깐! 생태계 먹이사슬의 이러한 권력서열을 우주로 확장한다 해도 항상 그대로 통할까? 우주는 넓다. 천체마다 별의별 환경이 있으니 외계생명이 존재한다면 그들 역시 별의별 유형이 다 있을지 모른다.

이런 맥락에서 한 번 가정해보자. 만일 어느 행성에 육식성 동물들에게만 전염되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성 전염병이 돌아 항체를 지닌 돌연변이가 생겨날 새도 없이 이들이 죄다 전멸했다면? 또는 화산폭발이나 지진 등 지질학상의 격변으로 주위와 반영구적으로 격리되는 바람에 오로지 초식동물들만 사는 지역이 수만 년 혹은 수십 만 년 이상 존속되었다면? 또는 아예 인위적인 개입이 있었다면? 예를 들어 포식자나 육식동물보다는 초식동물이 온순하고 순종적이라고 판단한 나머지 어느 고등문명이 유전공학을 동원해 특정 행성의 초식동물들을 하인으로 써먹을 수 있게 지능을 대폭 상향시켜 놓았는데 나중에 가서 주인종족이 피치 못할 이유로 떠나가거나 불운한 운명으로 사멸했다면?

위 사례들의 공통점은 전부 다 초식동물은 존속한다는 조건이다. 이처럼 생존에 위협을 받는 치명적인 포식자 없이 초식 동물군이 안정적으로 먹이사슬의 정점에 오른다면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결국에 가서는 이들 가운데 인간 못지않은 지적인 존재로 진화하는 종이 나올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Harlequine_the_Puppeteer
인류보다 진화한 초식동물 외계인 퍼펫티어인. 래리 니븐의 ‘알려진 우주 시리즈’에서 인류 못지않게 주요한 역할을 한다. (Credit: Joelglaine)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개성 있고 있을 법한 초식성 외계인 캐릭터를 창안한 작가가 래리 니븐(Larry Niven)이다. 수십 편의 장단편으로 이뤄진 그의 대표작 ‘알려진 우주 시리즈 (Known Space series;1964~2012년)’에 나오는 주요 외계종족 중 하나인 퍼펫티어(Puppeteer)인은 초식이란 태생적 식성에서 기인하는 기질이 그들의 과학기술문명과 고유문화 그리고 심지어는 이방의 외계인들을 대하는 태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퍼펫티어인들을 규정하는 가장 큰 특징은 이들이 무지무지하게 겁쟁이라는 사실이다. 자신들의 모(母)행성에서 어떻게 해서 육식 포식자들이 멸종했는지는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지구처럼 황색 주계열성 계열의 태양을 공전하는 암석행성에서 인류보다 훨씬 일찍부터 고도의 문명을 쌓아올린 퍼펫티어인들은 고향의 태양이 적색거성으로 변해갈 조짐을 보이자 부랴부랴 짐을 싼다.

그런데 짐 싸는 규모가 도무지 장난이 아니다. 퍼펫티어인들은 모행성 허쓰(Hearth) 자체를 궤도에서 이탈시켜 심우주 공간으로 피난 간다. 아울러 이 와중에 주변에서 만난 쓸만한 지구형 행성들 다섯 개를 함께 편입시켜 하나의 안정된 인공생태계로 끌고 간다. 문제는 이처럼 어느 종족도 선뜻 따라할 수 없을 만큼 막강한 테라포밍 기술을 구사하는 과학기술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퍼펫티어인들은 늘 외부의 침략에 자신들의 문명이 붕괴될까봐 노심초사 내지 전전긍긍 한다. 이러한 근심의 수위는 일반국민 개개인부터 정치지도자에 이르기까지 한 치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 마디로 걱정도 팔자인 종족이다. 그러다 보니 타(他)종족에 대한 경계가 지나치다 못해 병적이어서 종종 무리수를 범할 우려가 있다. 즉 이들은 자신들의 압도적인 과학기술을 앞세워 호전적이지만 아직 저급한 문명발달 단계에 있는 종족들의 사회내부를 교란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잠재적 위협으로 간주되는 종 전체를 말살시키려 획책한다.

퍼펫티어인들에게는 왜 모행성 허쓰 외에 다섯 개나 되는 지구형 행성이 덤으로 필요했을까? 총 6개의 행성이 공통의 무게중심에 있는 작은 인공태양을 서로 충돌하지 않게 일정한 속도로 공전하는 하나의 조화로운 시스템으로 만든 것은 무려 1조명이나 되는 퍼펫티어인들의 어마어마한 식량 수요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줄 농작지 행성들이 여럿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NP1 ~ NP5로 불리는 다섯 개의 농업행성에서는 수시로 농작물을 실은 화물선들이 허쓰로 출발한다.

퍼펫티어 우주선 - 그림 Aldo Spadoni
퍼펫티어인들의 과학기술문명은 인류보다 월등히 앞서 있어 이들은 자신들의 우주선을 인류에게 수출하여 무역상의 큰 흑자를 기록한다. (Credit: Aldo Spadoni)
기린이나 타조처럼 길게 튀어나온 두 개의 머리와 세 개의 다리가 달려 있는 몸을 가진 퍼펫티어인들은 겉모습만이 아니라 배변습관과 성풍속도 초원에서 풀을 뜯어먹고 살던 출신 이력답게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 이들은 마치 토끼나 염소처럼 식당에서 음식을 먹는 동시에 변을 보는가 하면, 이성 간 짝짓기를 프라이버시 한 좁은 장소가 아니라 벌건 대낮에 초원 같은 공원에서 여러 쌍이 보란 듯이 한다.

퍼펫티언인들의 식습관(혹은 배변습관)은 이들에게 복속되어 있는 NP4 행성의 인간 개척민들에게는 혐오스럽게 보일 터여서 인간들과 접촉하는 퍼펫티어인의 경우에는 이러한 버릇을 의식적으로 숨기거나 참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자기들끼리 있을 때에는 있는 그대로의 본색을 드러낸다. 다만 발달된 과학기술 덕에 오물의 뒤처리가 위생적으로 깔끔해져 그나마 다행이다.

제목 없음
퍼펫티어인들은 고향 행성 허쓰를 곧 폭발할 조짐이 있는 태양으로부터 떨어뜨려 놓는 것은 기본이고 풍부한 식량 공급을 위해 타 태양계의 생존가능 행성들을 여러 개 가져와 위 그림에서와 같은 인공적인 천체 생태계를 따로 꾸릴 정도로 과학문명이 앞서 있다. (Credit: 고장원)
예를 들어 작가는 네서스와 오르페우스 그리고 에우테르페라는 인간 닉네임을 쓰는 세 퍼펫티어인이 식사하는 장면을 아래와 같이 묘사한다. (인류 가운데 일부를 하인종족으로 부리다보니 퍼펫티어인들의 사회 일각에 인간의 습속이 유행하여, 개중에는 자신들의 발음을 따라 할 수 없는 인간들과의 소통을 위해 인간들에게 익숙한 이름을 자신의 별명으로 쓰는 경우가 있다.)

오르페우스가 아닌 그 뒤쪽에서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냄새가 났다. 배설물 냄새였다. 부드럽게 떨어지는 소리가 간신히 네서스의 의식 속으로 들어왔을 때 그 소리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복도에는 도약원반(공간이동기)이 깔려 있었는데, 그곳에는 배설물만 다시 합성기로 돌려보내는 필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먹으면서 동시에 비료를 제공하는 것. 초식동물 무리는 아주 오래 전, 그런 행동을 의식하기 전부터 그렇게 해왔다. 기술은 단지 그 과정을 효율적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지적 종족 중에서 초식동물은 오로지 그들뿐이었다. 그리고 초식동물만이 먹이를 먹는 바로 그 자리에 배설을 했다. 네서스가 다른 지적 종족을 방문하기에 앞서 받은 훈련 중에는 장운동도 있었다.

— ‘세계선단’, 국내번역판 123~124쪽

이외 메리 도리아 러셀(Mary Doria Russell)의 장편 ‘참새 The Sparrow; 1996년’1)에도 외계행성 라켓에 거주하는 초식성 휴머노이드 종인 루나족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들은 지능이 비교적 높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같은 행성에 사는 소수의 포식자 종(種)인 자나아타족이 방목하는 가축이나 다름없는 신세이기 때문에 명실상부한 먹이사슬 최상위자와는 거리가 멀다. (즉 양자의 관계는 H. G. 웰즈의 ‘타임머신 The Time Machine; 1895년’에 나오는 엘로이와 몰록의 관계와 대동소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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