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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기 위해 반쯤 죽여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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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uf63…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요원 댓글 2건 조회 928회 작성일 05-09-24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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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장기를 가사 상태에서 보관할 수 있을까. 의료진이 이식을 위해 뇌사자의 심장을 떼어내고 있다. (사진/ 한겨레)



일단 가사 상태의 의미를 따져봐야 한다. 가사 상태의 정도에 따라 무활동이나 휴면, 동면 등으로 불린다. 이때 모든 에너지 생산(대사)과 에너지 소비(세포 활동)가 급격히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 생명 현상이 느슨하게 이뤄진다는 말이다. 생물체가 가사 상태에 놓이면 극단적 온도나 산소 결핍, 환경 스트레스 등에 대해 강한 저항력을 보인다. 가사 상태의 극적인 형태는 식물체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예컨대 식물의 씨앗은 발아에 유리한 조건이 나타날 때까지 수년 동안 흙 속에서 휴면 상태로 지내며 애완용으로 키우는 새우 ‘시몽키’(Sea Monkey)는 먹이나 물, 산소 없이 5년가량 버틸 수 있다.

이들은 생명 현상이 정지된 상태로 각각의 조건에서 버틴다. 동면에 들어간 포유류들도 먹이와 공기에 대한 요구를 극적으로 줄인다. 이때 호흡과 심장박동은 거의 감지되지 않으며 체온은 거의 어는점 근처까지 떨어진다. 마치 죽은 듯이 에너지의 요구와 생산을 획기적으로 줄여 산소 결핍 상태를 견뎌내는 것이다. 이런 상태를 인간이 따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몇분이라도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세포가 허혈성 손상을 입으면서 조직과 장기가 괴사 상태에 빠지게 된다. 순간적으로 산소 결핍에 빠졌던 뇌졸중 환자를 떠올려볼 만하다.

만일 인간의 체온이 10도 안팎으로 떨어지면 생명 현상이 이뤄지지 않는다. 25도 안팎만 돼도 심장이 뛰지 않고 혼수 상태에 빠진다. 그런데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사파소생연구소 연구원들은 저체온 상태의 인간이 깨어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전쟁이나 교통사고 등으로 지나치게 피를 많이 흘린 부상자들을 소생시키려는 것이다. 이들은 응급환자의 혈액을 빼내고 차가운 특수 용액을 넣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체온이 7도가량으로 떨어져 세포 활동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이때 병원으로 후송해 수술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혈액을 주입해 전기 자극으로 환자를 깨우는 방식이다.

이렇게 인간이 가사 상태에서 깨어날 수 있다면 놀라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세계에서 외상으로 인한 사망자가 해마다 800만명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절반은 과다출혈로 죽는다. 연구자들은 사고 현장의 응급 의료진이 저체온을 유도할 수 있다면 사고 사망자의 10%는 줄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저체온 소생법이 인간에 적용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개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에서 체온이 7도로 내려갔다가 전기 자극으로 깨어났을 때 행동장애 등 신체활동이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극복해야만 인간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할 수 있다.

사실 저체온 소생법은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심장 수술을 받는 환자들은 심장의 온도가 영상 4도로 떨어지며 체온은 18도 정도로 유지된다. 물론 뇌 세포의 손상을 막으려는 별도의 장치를 이용해 뇌에 혈액을 공급하게 된다. 이는 산소가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으면 세포의 연료가 떨어져 허혈성 손상을 입기 때문이다. 문제는 동면에 들어간 동물들처럼 저체온 상태에서 허혈성 손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실마리를 미국 시애틀의 프레드 허친슨 암연구소 마크 로스 박사팀이 내놓았다. 가사 상태의 세포 메커니즘 연구를 통해 산소 농도가 어중간하면 생명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 생명 현상의 속도를 늦춰라! 교통 사고자에게 저체온 소생법을 적용하면 후송 시간을 벌 수 있다. (사진/ 연합)





산소의 양을 줄여 이상 반응 없앤다


이들은 생물체가 가사 상태에 빠지는 것은 의도적인 메커니즘이라는 가설도 내놓았다. 마크 로스 박사는 꼬마선충의 산소농도에 관한 연구를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실으면서 “무산소 상태에 관련된 유전자를 발견했다. 이들 유전자를 조절하면 이용 가능한 산소의 양을 줄일 수 있다. 저산소 상태를 조성해 유전자의 활동을 조절하는 물질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그것이 바로 ‘황화수소’(H2S)였다. 연구팀이 황화수소가 주입된 공간에 생쥐를 넣었을 때 순식간에 의식을 읽고 호흡률과 체온이 급격히 떨어졌다. 이 생쥐가 동면 상태에서 벗어났을 때 이상 반응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인간도 인위적인 가사 상태에 들어갈 수 있을까. 이를 임상적으로 확인한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다만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인간도 산소 없이 몇 시간을 견뎌낼 것으로 예측할 수는 있다. 예컨대 노르웨이 오지에서 스키를 타다 사고로 얼음장 속으로 빨려들어간 여성을 몇 시간 뒤에 발견했을 때 숨도 쉬지 않고 맥박도 뛰지 않았다. 심부 체온은 14도로 떨어져 있었다. 그 여성은 9시간의 소생술로 생명 현상이 되살아났다. 이를 통해 인간도 저체온 상태에서 견딜 가능성을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다. 인간에 내재된 특정 유전자가 가사 상태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자연적인 가사 상태에서 생명 현상이 이어졌다 할지라도 인위적으로 유도된 상황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혈액을 빼고 넣는 일이 신체에 무리를 주어 합병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인간의 조직과 장기를 이식하는 과정에 가사 상태를 이용하려고 한다. 예컨대 장기 기증자의 몸에서 떼어낸 기관처럼 혈액이 없는 상태의 조직을 공기가 통하지 않는 용기에 넣고 일산화탄소를 채워주는 방식이다. 그렇게 하면 급박하게 진행해야 하는 이식 수술을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 황화수소가 있는 밀폐된 공간에서 생쥐를 가사 상태로 유도하고 있다. (사진/ 사이언스 올제)




현재 장기 이식이 필요한 사람들은 시간싸움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기증자의 장기가 있어도 이식 수술대로 옮기는 데 시간적 제약이 따른다. 기증 장기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 순간부터 일어나는 허혈성 손상을 막는 화학적 보존물질을 넣어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임상적으로 허용되는 냉허혈 시간이 심장은 4시간, 폐는 6~8시간, 간은 12시간, 신장은 24시간 등이다. 이 시간을 초과하면 장기가 변질되기에 장기 이식 과정에 헬리콥터가 동원되는 장면이 곧잘 눈에 띈다. 이런 문제를 부분적 가사 상태를 유도함으로써 풀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이론적인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사후 세계 체험은 가능할까


언젠가는 인간의 전신을 가사 상태로 유도할 수도 있다. 그런 상태에 빠진 사람이 사후 세계를 체험할 수 있을까. 일부 연구에 따르면 의학적으로 사망한 환자가 의식을 회복한 뒤 혼수 상태에서 일어난 일들을 기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뇌가 작동을 멈추더라도 의식은 살아 있다고 주장하는 연구자도 있다. 하지만 사후 체험을 부정하는 연구자들은 뇌가 가사 상태에 들어가기 직전의 청각적 기억을 잠재의식 속에서 시각적인 것으로 재구성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의 가사 상태에 대한 연구가 초보적인 수준에 있는 지금으로선 무엇이라 단정하긴 어렵다. 다만 가사 상태가 의식의 확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해도 생명 현상의 확대로 이어질 것만큼은 부정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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