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면 강하다” 웨어러블 로봇 > 자유 게시판

세계 최대 무기업체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천재 과학자인 토니 스타크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새로 개발한 미사일 시연을 마치고 돌아가던 중 게릴라의 공격을 받는다. 가슴에 심한 상처를 입은 채 게릴라에게 납치된 토니 스카프. 게릴라들은 그에게 새 미사일을 만들어 내놓으라고 협박하고 토니는 미사일 대신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웨어러블(입는) 로봇을 만들어 탈출에 성공한다. 하지만 게릴라들은 토니가 버리고 간 잔해를 통해 이를 복원하고 회사로 돌아온 토니 역시 더 강력한 웨어러블 로봇을 만들어 게릴라에 대항한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 ‘아이언맨’의 내용이다.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 NT리서치 김경환 박사는 4일 “영화 속의 로봇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휴대용 원자로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기술들은 10∼15년 내 상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웨어러블 로봇 세계를 들여다 보자.

■사람을 닮은 로봇, 어려운 일 척척

지난 2월 과학기술부(현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08년 남자, 2030년 여자’라는 미래 과학기술 시나리오에도 무너진 건물 잔해에 갇혀있는 사람들이 웨어러블 로봇을 입은 인명구조대원들에게 구조되는 장면이 나온다. 이처럼 웨어러블 로봇이 각광받는 이유는 인간이 가진 물리적 한계를 극복해 줄 수 있기 때문.

현재 개발 중인 웨어러블 로봇들은 의료용, 산업용, 군사용 등 그 쓰임도 다양하다.

팔이나 다리에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웨어러블 로봇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교통사고로 다리가 절단된 사람이 하반신에 로봇을 입고 정상인처럼 걸을 수 있으며 팔 근육을 못쓰게 된 사람 역시 웨어러블 로봇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다.

산업용 로봇은 더 강한 근력이 필요하거나 보호가 필요한 작업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인명구조용 로봇을 입으면 보통 사람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구난 작업을 척척 해낼 수 있다. 지금 뜨거운 불길에 들어갈 수 있는 화재진압용 웨어러블 로봇도 개발 중이다.

군사용 웨어러블 로봇도 있다. 많은 기술이 그렇듯 군사 목적의 개발은 인류를 위험에 빠뜨리기도 하지만 다른 산업으로 파급돼 인류를 편안케 할 수도 있다. 현재 미국 국방연구계획국(DPRPA) 등에서는 위험 감지 센서 등이 장착된 다양한 군사용 로봇 개발에 한창이다.

■어떤 로봇 나왔나

인간을 닮은 로봇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로봇을 인간화 한 ‘안드로이드’와 로봇으로부터 기계적 도움만 받는 ‘사이보그’로 나뉜다. 현재 출시된 로봇들의 대부분은 아이언맨의 장비와 같은 사이보그 종류다.

일본 쓰쿠바대학 벤처인 ‘사이버다인’이 만든 로봇 ‘할(HAL)’은 보행 지원 장치로 개발돼 전신형으로 발전한 경우다.

이 장치는 피부에 패드를 부착해 근전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운동을 감지한다. 사람이 움직이려고 마음을 먹으면 뇌는 근육으로 전기신호를 보내는데 이 신호를 읽어 움직일 때 작동하는 원리다.

HAL을 입으면 20㎏의 물건을 들던 사람이 80㎏도 거뜬히 들어 올릴 수 있다. 피로감 없이 시속 4㎞로 걸을 수도 있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블릭스(BLEEX)’를 개발했다. 하체보조기구인 블릭스는 31㎏의 등짐을 2㎏으로 느끼게 할 만큼 하체 근력이 강하다. 블릭스는 발목과 무릎, 엉덩이를 구부리고 펴는 동작 등 7가지 동작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올해 상용화

국내에서 개발하는 웨어러블 로봇도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출신 김경환 박사가 이끄는 로봇전문기업 NT리서치는 지금 상체 착용형 웨어러블 로봇인 ‘로보웨어 R3(전신 착용형 로봇)’ 개발에 한창이다.

로보웨어는 HAL이 근전도 측정 방식으로 운동을 감지하는 것과는 달리 근육 경도를 측정해 운동을 감지한다. 근육 경도 측정 방식은 근전도 측정 방식에 비해 착용이 간편하고 신호 처리가 단순하며 잡음에 강하다는 것이 장점. 로보웨어는 60㎏의 운반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양 팔에 ‘운동자유도 5’ 수준의 자유도를 갖춰 웬만한 인간 관절의 움직임을 모방할 수 있다.

NT리서치는 올 하반기 상체착용형 근력보조장치를 의료재활용으로 출시하고 오는 2010년 상반기엔 하체 착용형 근력보조장치도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박사는 “근력 보조를 필요로하는 인구는 총 인구의 10% 이상으로 추산되나 근력 보조 장치는 전무한 실정”이라며 “오는 2012년 시장 규모가 125억원 수준으로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뉴스 / economist@fnnews.com 이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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