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쓰레기의 역습, 지구가 위험하다 > 자유 게시판

[중앙일보 박방주] 　우주 파편이 발생하면 지구로 떨어져 없어지는 걸까? 우주에 남아 영원히 지구궤도를 돌까? 그것도 아니면 지구궤도 바깥으로 사라져 우주를 유랑할까?

우주 개발 사상 이달 들어 처음 일어난 미-러 위성 정면 충돌 사고는 우주 파편에 대한 심각성과 관심을 새삼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우주 파편은 어떻게 생기고, 어떤 과정을 거쳐 소멸되는지 그 일생을 알아본다.

◆저궤도 파편은 지구로 떨어져=우주 파편은 미-러 위성 충돌과 같은 사고 때 가장 많이 발생한다. 초속 7㎞ 이상의 속도로 두 위성이 부딪치면서 그 속의 부품들이 수천 개로 분해돼 사방으로 날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 충돌 이후 며칠 뒤 미국 텍사스에 그 파편들이 떨어진 것이 관측되기도 했다. 위성 파편은 그 외에도 로켓 발사 때 폭발하거나 발사체에서 떨어져 나간 부품들이 포함된다. 작은 페인트 조각도 파편이다. 로켓 발사 뒤 폐기된 3단 로켓, 폐기된 위성도 거대한 파편의 일종 혹은 우주 쓰레기다. 우주 파편이 가장 많은 곳은 지상 800㎞이다. 대부분의 파편이 이 곳에 몰려 있고, 지상 1000~2000㎞대에도 많지는 않아도 파편들이 지구를 선회하고 있다.

지상 1000㎞ 이하의 파편은 세월의 차이는 있지만 언젠가는 지구로 떨어진다. 고도가 낮을수록, 파편이 클수록 파편의 생성 이후 떨어지는 데 걸리는 기간이 짧다. 파편의 낙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공기다. 우주 공간에는 공기가 희박하지만 지상 1000㎞까지는 그래도 공기가 존재한다. 몇 개 안 되는 공기 입자라도 수없이 많이 부딪치다 보면 파편의 속도에 영향을 줘 결국 지구로 떨어지게 만든다. 거기에 걸리는 기간은 며칠~100년 이상이 되기도 한다.

파편들은 지구로 떨어지면 대부분 대기권에서 불타 없어진다. 그러나 가끔 큰 파편은 다 타지 못한 채 땅에 떨어지기도 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상률 박사는 “태양 활동이 활발해지면 공기가 우주에 더 높이 퍼져 파편들을 더 많이 지구로 떨어지게 한다”고 말했다. 지구궤도라고 해도 지구 중력은 파편들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게 이 박사의 설명이다. 파편들은 공기가 없는 높은 고도에서는 영원히 지구 주위를 돈다는 것이다. 태양의 중력권에 있는 지구가 생성 이후 46억 년 동안 태양 주위를 돌고 있어도 태양으로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천체망원경과 레이더로 감시=현재 지구궤도에는 10㎝ 이상 되는 파편이 1만개 정도(인공위성 제외)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0㎝ 크기 이하는 수십만 개가 떠돌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우주 선진국들은 10㎝ 이상 크기의 우주 파편을 천체망원경과 레이더·고성능 카메라를 동원해 감시하고 있다. 우주 파편마다 이름 또는 번호를 붙여 그 궤도를 추적하며, 다른 위성과 충돌 가능성 여부를 분석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우주 파편 감시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는 미국은 지름 3.7m 천체망원경, 여덟 곳의 레이더 추적소를 가동하고 있다.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최규홍 교수는 “10㎝ 크기의 우주 파편은 두께 5㎝의 금속판을 뚫고 지나갈 정도로 위력이 세다”며 “그런 크기의 파편이 매년 200여 개씩 증가해 인공위성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그 심각성을 설명했다.

◆수명 다한 정지궤도 위성은 치워야=지상 3만6000㎞의 정지궤도에 올려진 위성(기상위성·통신위성 등)들은 한번 올라가면 영원히 지구를 돈다. 기능이 정지돼도 그렇다. 우주로 날아가지도 않고, 지구로 낙하하지도 않는다. 지구궤도 밖 우주로 날려버리기 위해서는 초속 3㎞로 돌고 있는 속력을 초속 4.3㎞로 높여줘야 하는데 그렇게 높일 방법이 정지궤도 위성에는 탑재돼 있지 않다. 그렇다고 지구로 떨어지도록 하는 공기도 전혀 없는 곳이다. 이 때문에 각국은 정지궤도 위성의 수명이 다하면 치울 수 있는 위치 이동용연료를 남겨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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