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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입자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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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비슈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요원 댓글 1건 조회 1,765회 작성일 10-11-28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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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앞에 가로놓인 유리장벽은 너무나 두껍고도 무겁다. 그 한가운데, 우리가 아직 근접할 수 없는 곳에 표준모형의 마지막 패가 하나 엎어져 있다. 대다수의 과학자들은 그 패가 ‘신(神)의 입자(God Particle)’라고 굳게 믿고 있다. 신의 입자는 표준모형에서 발견되지 않은 최후의 소립자인 힉스(Higgs) 입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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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짜>의 클라이막스. 아귀는 곤이가 ‘구라’를 쳤다며 곤이의 손목을 잡아 비튼다. 곤이는 오히려 더 큰 소리로 결백을 주장하며 문제의 화투패를 유리컵으로 덮는다. 곤이는 엎어진 패가 단풍이 아니라는 데에, 아귀는 그 패가 단풍이라는 데에 각자의 모든 돈과 각자의 ‘손모가지’를 걸었다. 둘의 손목은 바둑판 위에 묶였고, 이제 유리컵 속의 화투패를 확인하는 일만 남았다. 자,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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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짜(2006, 감독 최동훈)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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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든 소설이든 스토리의 숨통에 가로놓인 히든카드는 보는 이의 손을 땀으로 적신다. 걸린 판돈이 클수록 긴장감은 그만큼 커진다. 시종 굳은 표정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던 정마담이 실제 영화와는 달리 생글생글 웃으며 “난 곤이에게 1억 걸겠어요.”라고 했다면 훨씬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2009년을 맞이하는 전 세계 과학자들의 심정은 자신의 손모가지를 묶어 놓고 유리컵 안에 뒤엎어진 화투패를 노려보는 곤이나 아귀의 심정과 똑같다. 기원전 600년 고대 그리스의 탈레스가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고 선언한 이래 “세상은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라는, 더 이상 근원적일 수 없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이제 막 펴 보려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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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년의 기다림... 때론 암흑기도 있었지만 현대과학의 눈부신 성공은 20세기에도 혁혁한 전과를 쌓아올렸다. 그리고 마침내 1960년대와 70년대에 걸쳐 과학자들은 그 수천 년 묵은 질문에 대한 모범 답안을 내놓았다.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standard model)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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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자 물리학의 표준 모형(Standard model)


그러나 우리 앞에 가로놓인 유리장벽은 너무나 두껍고도 무겁다. 그 한가운데 우리가 아직 근접할 수 없는 곳에 표준모형의 마지막 패가 하나 엎어져 있다. 이 유리벽 속에 있는 것이 영화 '인디애나 존스'에 나올 법한 성배는 아니지만, 그 뒤집어진 패에는 성배가 어디 있는지에 대한 핵심적인 정보가 담겨 있으리라고 사람들은 굳게 믿고 있다.

우주의 섭리와 자연의 기본질서를 이해하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은 흔히 호사가들 사이에서 이처럼 성배 찾기나 신에 대한 도전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이러한 종교적인 수사(修辭)는 스피노자범신론을 신봉했던 아인슈타인 같은 위대한 과학자의 언명과 뒤섞이면 그 위력이 더 커진다. 실제로 아인슈타인 자신은 “신의 마음을 알고 싶을 뿐”이라거나 “신은 주사위 놀이 따위는 하지 않는다.” (양자역학의 확률론적 해석에 반대하며 했던 말)는 등의 명언을 남겼다. 때로는 이런 말들이 과학의 임무와 종교적 목적 사이에 혼란을 가중시킨다. 하지만 표준모형을 구축했던 스티븐 와인버그(Steven Weinberg)의 말마따나 “자연의 최종법칙들을 신의 마음이라는 말로 표현하는 것은 참을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인 은유이다.” 신의 마음이 참을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인 은유인 까닭은, 과학이 지금까지 인간 지성과 인류문명의 최첨단에서 그 경계를 넓혀 온 덕분에 그 바깥 세상을 지배하는 절대자에게 가장 강력한 위협이 되어 왔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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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터운 유리장벽 속에 뒤집어져 있는 표준모형의 마지막 패는 ‘참을 수 없는 은유’의 절정이다. 대다수의 과학자들은 그 패가 '신(神)의 입자(God Particle)’라고 굳게 믿고 있다. 신의 입자 는 표준모형에서 발견되지 않은 최후의 소립자인 힉스(Higgs) 입자의 별칭이다.

힉스 입자 는 다른 모든 소립자들에게 질량을 부여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한다. 한편으로 생각해 보자면 현대과학이 해결해야 할 최대의 미스터리가 신의 입자라니, 수백 년 동안 종교의 대척점에 서 왔던 과학의 역사를 되돌아보았을 때 신의 입자라는 작명은 일종의 아이러니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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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븐 와인버그 (1933~, 좌) 레온 레더만 (1922~, 우)

신의 입자라는 말은 새로운 종류의 중성미자를 발견한 공로로 1988년 노벨상을 수상한 미국의 물리학자 레온 레더만(Leon Lederman)이 1993년 <신의 입자 (God Particle)>라는 책을 쓰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원래 레더만이 원했던 제목은 <빌어먹을 입자 (Goddamn Particle)>였다. 그만큼 힉스 입자를 실험적으로 발견하기가 무척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책을 내는 발행인으로서는 도저히 이런 제목을 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빌어먹을 입자를 졸지에 신의 입자로 둔갑시켜 버렸다. 물론 신이라는 말이 제목에 들어가면 판매량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그러나 모든 소립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 입자의 역할을 생각해 본다면 그 발행인의 기지가 전혀 엉뚱했던 것만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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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도초대형충돌기의 건설 계획 도면


안타깝게도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여러 가지 정황과 간접적인 증거로 인한 믿음만 있을 뿐 누구도 아직 이 패에 다가가지 못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우리 앞을 가로막는 유리벽을 깨뜨리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 왔다. 그 시도 가운데 가장 담대했던 계획은 1980년대 중반 미국에서 있었다. 미국 과학계는 초전도초대형충돌기(Superconducting Super Collider, SSC)라는 원형 입자가속기 건설을 추진했다. SSC는 그 둘레만 84km에 이른다. 이는 서울 지하철 2호선(약 45km)의 두 배 가까운 크기다. 예산도 슈퍼헤비급이라 당시 가격으로 약 8조원이 소요될 예정이었다.

SSC와 관련된 수많은 과학자들은 수시로 워싱턴을 드나들며 의회를 설득했다. 아직 살아있는 과학자 중에서 최고로 꼽히는 스티븐 와인버그도 예외는 아니었다. 와인버그는 1987년 과학, 우주 및 기술에 관한 의회 위원회에서 과학자들이 어떻게 자연의 보편법칙들을 발견하는지, 그 법칙들이 왜 우연히 존재하는 것이 아닌지, 그 속에 내재된 아름다움이 무엇이며 어떻게 우주의 구조 속에 구축된 심오한 뭔가를 반영하는지를 증언했다. 와인버그는 SSC가 이 위대한 과업을 수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와인버그의 증언 이후, SSC를 지지하는 해리스 파월 의원과 반대하는 돈 리터 의원의 대화가 이어졌다. 파월은 이렇게 말했다. “박사님께서는 물질을 지배하는 규칙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우연이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그런데 그 때문에 우리가 신(神)을 발견하게 될까요? 확실히 박사님은 그렇게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그건 분명히 우리가 우주에 대해 훨씬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리터는 파월과 약간의 실랑이 끝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약 이 기계가 그런 일을 한다면 저는 입장을 바꿔 (SSC 건설을) 지지할까 합니다.”

와인버그는 그 자신은 대단한 무신론자였지만 이들의 논쟁에 끼어들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과학적 신념과 다른 사람들의 신앙적 믿음 사이를 오가며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 냈다. 마음을 바꾸었다는 리터 의원이 정말로 SSC가 신의 존재를 직접 증명해 주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그는 SSC가 인간지성의 가장자리에서 그 경계를 한 발짝 넓힐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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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SSC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의회에서 실제 건설에 필요한 예산이 집행되었고 지하터널도 파기 시작했고 일부 설비들이 들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SSC는 의회에서 해마다 그 타당성과 경제성 논란에 휘말렸다. 레이건 시절의 전략방위구상(SDI) 등과 함께 냉전시대의 이른바 거대과학(big science)의 대표주자로 지목되어 반대자들의 지탄을 받았다.

게다가 새롭게 들어선 클린턴 1기 행정부는 이전의 레이건이나 부시 행정부보다 미온적이었다. 결국 미국 과학자들의 야심 찬 계획은 1993년 수포로 돌아갔다. 미 하원이 그 해 10월 SSC와 관련된 예산을 최종적으로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미 약 20억 달러나 예산이 집행된 뒤였다. 지난 2007년 와인버그의 저서 <최종이론의 꿈>을 번역한 것을 계기로 그를 직접 인터뷰했을 때 그는 이렇게 회고했다. “부통령이었던 앨 고어는 저에게 클린턴 행정부가 SSC를 아주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을 위해 많은 일을 하지도 않았어요. 물론 그 계획을 죽여 버린 것은 민주당이 지배하던 의회, 특히 하원이었습니다.” 24km나 파다 만 터널은 한때 버섯 등을 키우는 자연학습장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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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당시의 초전도초대형충돌기의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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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C의 역할은 지금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대형강입자충돌기(Large Hadron Collider, LHC)가 이어받았다. LHC는 2008년 9월10일 공식 가동에 들어갔다. 적지 않은 세월이 흘렀지만 SSC의 핵심적인 임무는 여전히 성취되지 않고 LHC로 이어졌다. 그 임무란 바로 표준모형의 마지막 패를 펴 보는 것이다. LHC는 설비의 규모와 가속되는 입자의 에너지 면에서 SSC보다 못하지만 숨겨진 패를 가로막은 유리 벽은 충분히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위해 14년에 걸쳐 약 10조원의 돈과 함께 전 세계 수많은 과학자들의 땀방울이 필요했다. 패 하나 보는 가격 치고는 꽤나 비싼 편이다. (물론 LHC의 임무가 이 뿐인 것은 아니다.)


불행하게도 LHC는 지금 뜻하지 않은 불의의 사고로 가동이 잠깐 중단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연속된 불행의 늪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드디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신의 히든카드를 엿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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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에 걸쳐 10조원을 훨씬 웃도는 판돈이 들어간 이 게임에는 영화<타짜>에서와는 달리 패의 결과를 놓고 베팅을 하는 구경꾼들도 꽤 있다.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은 LHC가 신의 입자를 발견하지 못할 것이라는 데에 100달러를 걸었다. LHC가 기술적으로 신의 입자를 찾기에 충분하지만 그런 기계가 신의 입자를 찾지 못한다면 “훨씬 더 신나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물론 대다수의 과학자들은 그와 반대로 베팅한다. 설령 표준모형에서 예측한 바로 그 입자가 정확하게는 아니더라도 소립자들이 질량을 가지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힉스 입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힉스 비슷한 입자가 꼭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천 년을 이어 내려 온 우주의 비밀이 40년도 넘는 예측과 준비, 천문학적인 비용을 소요하고 온갖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이제 곧 밝혀지려 하고 있다. 이번 연재는 여러분들이 이 세기의 빅 이벤트에서 어디에다 베팅을 할 것인지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한 안내서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도 어디에 얼마를 걸 것인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출처 : 이종필/고등과학원 물리학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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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호다님의 댓글

재호다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요원 작성일

      지금은 납이온 충돌결과에 관한 내용을 세세히 조사하고 있다는 기사를 본적 있습니다.<br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네요 미국에서 원래 시도했던 내용음 처음 봤습니다 좋은 자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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