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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식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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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비슈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요원 댓글 0건 조회 1,408회 작성일 10-10-14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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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발생학 실험 시간이었다. 실험 주제는 조류의 발생 과정. 온도와 습도가 맞춰진 인큐베이터에 유정란을 넣고 시기별로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관찰하는 실험이었다. 그저 냉장고에서 얌전하게 놓여 있다가 프라이팬으로 투하되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달걀은 놀라운 비밀을 지니고 있었다. 그저 흰자와 노른자에 불과했던 달걀은 시간이 지나면서 심장과 혈관과 검은 눈을 지닌 하나의 생명체로 변해갔다. 그것은 하나의 작지만 완벽한 하나의 세계였다.

달걀의 발달 과정을 관찰하노라면 얼핏 모든 달걀이 생명을 품고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생명으로 자라나는 달걀은 암수의 결합으로 인해 만들어진 유정란뿐. 암탉은 혼자서도 달걀을 낳을 수는 있지만, 또 다른 닭으로 자랄 가능성을 지닌 달걀 혼자서는 만들 수 없다.

세상에는 홀로 번식할 수 있는 생물들은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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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는 닭이라서 그렇단 말이다. 적어도 닭이 속한 조류의 경우, 유성생식을 기반으로 하므로 홀로 번식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구상 수많은 생명체들은 서로 다른 생김새만큼 다양하게 번식한다.

세상에는 홀로 번식할 수 있는 생물들은 넘쳐난다. 이들은 혼자서 만들어낸 생식세포를 그대로 발생시킬 수 있는 놀라운 특성을 가진다. 닭으로 치면, 암탉 혼자서 유정란을 낳는 셈이다. 이미 여왕벌이나 여왕개미는 자신의 난자만을 발생시켜 수벌이나 수개미를 낳는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고, 심지어는 상당히 복잡하게 진화된 기관을 가진 파충류들조차 약 70여 종은 짝 없이도 홀로 번식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류의 번식은 주로 두 가지 생식세포 중 정자의 도움 없이 난자만을 홀로 발생시키는 단성생식을 통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세상에는 애초에 짝이 있음에도 홀로 번식이 가능한 난자와는 달리 애초에 ‘나홀로’ 번식을 위해 만들어지는 생식세포도 존재한다. 포자(胞子, spore)가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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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륵곰팡이의 포자, 8000배 확대.

포자, 제 3의 생식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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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자란 양치식물, 선태식물, 조류(藻類), 균류 등이 만들어내는 생식세포를 말한다. 사실 포(胞, 태주머니)에 둘러싸인 종자란 뜻의 한자어보다 '홀씨'라는 우리말이 '홀로 번식이 가능한 씨앗을 만들어낸다'는 이들의 특징을 더 잘 나타내는 말로 보인다.

포자, 즉 홀씨란 앞서 말한 생물군들이 만들어내는 무성적 생식세포로, 다른 생식세포와 더해지는 일 없이 그 자체로 자라나 새로운 개체를 만들어내는 존재를 말한다. 앞서 말한 개미나 벌, 파충류가 난자와 정자라는 양성의 생식세포를 모두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난자만을 이용해 번식하는 것과는 달리, 포자는 애초에 성적인 구분이 없는 무성적 존재라는 점에서 구별된다. 일반적으로 생식세포들은 감수분열을 통해 체세포의 염색체 수의 절반만을 가진 단수체(n)로 만들어지며, 이렇게 만들어진 생식세포들 중 서로 다른 두 종류가 만나 접합자(zygote)를 형성하며 다시 배수체(2n)로 되돌아가는 방식으로 번식한다. 그런데 포자는 접합자를 형성하지 않고서도 성체로 발생하는 것이 가능하다. 포자는 난자나 정자가 아니라, 다른 종류의 생식세포이다. 애초에 짝 없이 만들어지고 홀로 번식하는 점에서는 최강의 ‘모태 솔로’이자 꿋꿋한 솔로부대원의 표상과 같은 존재인 것이다.

포자 번식의 대표 사례 : 고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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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자가 제3의 생식세포라는 것은 고사리의 번식 과정을 보면 이해가 쉽다. 우리가 흔히 나물로 즐겨먹는 고사리는 양치식물의 일종으로 번식 과정에서 난자와 정자, 그리고 포자를 모두 사용하는 생명체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나물로 먹는 고사리는 아직 잎이 피기 전의 어린 고사리로, 더 자라면 길쭉한 줄기 끝에 돌돌 말린 잎이 펴지며 60~100cm까지 자란다. 고사리는 성장하면 잎의 가장자리가 뒤로 말리면서 포자가 든 갈색의 포자낭이 만들어지는데, 이 속에 반수체(2n)의 포자가 들어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포자낭이 열리면 여기서 나온 포자들이 다시 발아해 역시 반수체인 고사리 전엽체를 만들어낸다. 흥미로운 사실은 포자 자체는 무성(無性)적인 존재이지만, 포자에서 발아한 전엽체는 유성적인 존재라는 사실이다. 전엽체에서는 정자를 만들어내는 장정기(antheridium)와 난자를 만들어내는 장란기(archegonium)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장정기에서 만들어진 정자는 물을 타고 장란기로 이동해 난자와 결합하여 배수체(2n)를 형성한다. 양치식물이나 선태식물이 습기가 있는 곳을 선호하는 것은 이 때문이기도 하다. 장정기에서 만들어진 정자가 장란기로 옮겨가기 위해서는 그 길목에 수분이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자와 난자를 맺어주고는 할 일을 다한 전엽체가 시든 자리에 새로이 만들어진 배수체가 자라 고사리의 몸체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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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류 식물이 성장하면 잎 뒤쪽에 포자낭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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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만들어진 배수체는 다시 무성적인 존재가 되며, 다시 성장해 역시 무성적인 포자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되풀이하게 된다. 이처럼 포자로 번식하는 식물들은 항상 포자만이 아니라, 포자와 함께 난자와 정자를 번갈아 생식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식으로 유성생식과 무성생식이 번갈아 나타나는 현상을 세대교번이라고 한다. 한번은 혼자서, 다음에는 짝을 만나서, 그리고는 다시 홀로, 다음에는 또다시 짝을 만나는 과정을 번갈아 되풀이하면서 번식하는 것이다.

번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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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번식의 입장에서 포자는 세대 교번 시 나타나는 제3의 무성적 생식세포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포자(spore)라고 부르는 단어에는 이중적인 의미가 하나 더 숨어 있다. 생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형성하는 세균들의 ‘씨앗’ 역시 포자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체온을 조절할 수 없는 식물들 중에는 추운 겨울을 씨앗의 형태로 버티는 종류들이 종종 있다. 두꺼운 외피에 둘러싸여 있는 씨앗의 특성상 추위나 건조함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세균들 중에서도 식물들의 씨앗을 그대로 모방하는 종류들이 있다. 특히나 그람양성txt_number1.gif (Gram positive)에 속하는 세균들 중에는 먹을 것이 부족해지는 등 환경 상황이 열악해지면 성장을 멈추고 포자를 형성하여 후일을 대비한다. 보통의 세균들은 이분법을 통해 번식하기 때문에 세포가 분열되기 전에 먼저 핵을 하나 더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그래야 분열된 뒤, 두 개의 딸세포가 각각 하나씩의 핵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환경이 열악해져 포자를 만들어야 할 시기가 다가오면, 세균 내에서 두 개의 핵이 만들어진 뒤 세포 분열로 이어지지 않고 이들이 오히려 하나의 핵으로 더해지는 일이 벌어진다. 즉, 원래는 반수체(n)였던 세균들이 배수체(2n)를 형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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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의 포자의 경우는 번식보다는 생존이 목적이다.

두 개의 핵이 합쳐지는 것은 포자를 만들겠다는 명확한 신호가 되어 세포막 주변을 둘러싸고 새로운 막이 형성되어 세포를 단단하게 둘러싼다. 또한 세균은 포자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주변으로부터 많은 양의 칼슘 이온(Ca2+)이온을 끌어들여 이를 바탕으로 디피콜린산(dipocolinic acid)을 형성한다. 이 디피콜린산은 열에 대해 강력한 저항력을 가져 포자가 뜨거운 열 속에서도 생존할 수 있도록 하는 물질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형성된 세균의 포자는 보통의 세포에 비해서 열이나 냉해, 화학약품, 방사선, 수분 부족 등의 외부 스트레스에 높은 저항력을 가진다. 보통의 세균들은 냉동실에서 냉동을 하거나 조리시 뜨거운 열을 가하면 거의 대부분 사멸하지만, 포자 상태의 세균들은 냉동실에서도 뜨거운 냄비 안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이처럼 포자 상태로 혹독한 시기를 이겨낸 세균들은 다시 적절한 자극과 환경이 주어지면 발아하여 이전처럼 이분법으로 번식한다. 이 경우 형성되는 세균의 포자는 번식이 목적이라기보다는 ‘생존’ 이 목적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생식법으로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생식이 가능한 시기까지 세균들의 생존을 보장해준다는 점에서는 장기적으로는 세균의 번식에 기여한다고 할 수 있다.

포자식물, 무성(無性)인가 완성(完性)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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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자식물은 유성 생식과 무성 생식을 번갈아 하는 독특한 생활사를 지니는 존재이다. 흥미로운 것은 두 개의 성이 합쳐지면 ‘양성(兩性)’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성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런 존재들을 과연 그저 ‘무성’이라 치부할 수 있을까, 어쩌면 포자는 성을 ‘잃은’ 존재가 아니라, 두 개의 성을 ‘완벽하게’ 하나로 결합한 존재는 아닐까. 생각지도 못한 작은 존재에게서 새삼 생명의 신비를 느끼는 것은 바로 이런 순간이다.

주요 용어 설명 시작
  1. 그람양성

    그람 염색법으로 염색했을 때 자주색으로 염색되는 세균을 말한다. 그람 염색법은 1884년 덴마크의 그람이 처음 고안했으며 이후 많은 개량을 거쳤다. 그람 염색에 따른 구별은 세균의 분류에 중요하게 활용된다. (편집자주)

주요개념 설명 끝

출처 : 이은희 /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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