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주택 반값' 프로젝트 > 자유 게시판

중앙일보 박경덕] 저소득층에 조립식 전원주택을 5만 유로(약 6100만원) 정도의 싼값에 공급하고 20년 동안 원금과 이자를 합쳐 매달 400유로(약 49만원)씩 상환토록 하는 주택공급 프로젝트가 프랑스의 한 지방 도시에서 시동을 걸었다.

프랑스 일간 라크루아에 따르면 북서부 브르타뉴 지방의 플로에르멜시는 저소득층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최근 시유지에 전용면적 20평 규모의 전원주택 네 채를 완공했다.

시 당국은 이를 시작으로 앞으로 22개 동으로 이뤄진 주립주택촌을 만들 계획이다. 4개 동은 연말, 나머지 18개 동은 내년 봄 입주 예정이다. 현재 190가구의 저소득층이 입주 신청을 해놓고 있다.

400유로는 영세민 주택의 월세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 도시에서 비슷한 규모의 주택이 13만 유로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5만 유로는 반값도 안 된다. 이 때문에 이번 프로젝트는 서민 주택 마련을 돕는 획기적인 조치로 평가받고 있다. 이 주택의 원가는 땅값 1만3000유로에 건설비 5만 유로를 합친 6만3000유로다. 하지만 땅주인인 시 당국은 입주자들의 형편을 고려해 땅값 상환 요청을 18년간 미루기로 결정, 집값 부담을 줄여줬다. 신탁금고는 금융지원을 통해 장기 분할 상환을 가능하게 했다.

무엇보다 조립주택을 채택, 인건비와 공사비를 대폭 줄였다는 점이 주택 공급가를 내리는 데 큰 몫을 했다. 이들 주택은 독일 업체인 알호 그룹이 철골 골조를 뼈대로 규격화해 만든 모듈을 들여와 현장에서 조립 과정을 거쳐 완성했다. 사전 제작된 블록 형태의 모듈을 트럭으로 실어 날라 현장에서 기술자들이 연결만 한 것이다.

부엌이나 목욕탕 같은 모듈은 이미 타일까지 붙어 있다. 건설현장에서는 건물 기초에 주택을 세우고 전선을 연결하는 등의 간단한 마무리 작업만으로 공사를 끝낼 수 있다.

라크루아는 낮은 원가와 간단한 공법에 끌려 조립식 주택에 관심을 갖는 업체가 많이 생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다소 항공그룹 소유주인 세르주 다소가 2003년 저소득층을 위한 모듈 주택 사업에 뛰어들 의사를 발표하고 독일 알호그룹과 파트너 계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금융지원을 한 신탁금고의 자회사 SNI는 조만간 이 같은 조립주택 1000~1500채를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립식 주택이라는 아이디어가 부동산값 폭등에 시달려온 프랑스의 주택문화를 바꾸고 집값 부담을 낮추고 있는 것이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추천0 비추천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