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납치범들 터키 인질한테는 72시간 줘 > 자유 게시판

김선일씨가 피살된 지 5일이 지났지만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김씨를 납치해 살해했던 '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유일신과 성전)'가 그에게는 24시간의 시간 밖에 주지않았던데 비해 터키 인질 3명에게는 72시간의 시간을 줬다. 터키 인질 뿐 아니라 올해 납치된 미국인을 포함한 다른 외국인 인질도 대부분 72시간을 받았다.

지난 26일 밤 무장단체인 '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유일신과 성전)'는 터키인 인질 3명을 잡고 있다며 비디오를 공개했다. 이들은 "72시간 안에 이라크안에서 미국과 협력하고 있는 터키인들은 모두 나가라"며 "그러지않을 경우 터키인들을 참수하겠다"고 밝혔다.


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는 바로 김선일씨를 살해했던 단체다. 똑 같은 단체가 한국인한테는 24시간을, 터키인들 한테는 72시간을 줬다. 이번 추가 파병을 뺀다면 아랍권과 한국은 원수를 질 이유가 없었다. 이전에 한국에 대한 아랍권의 시각이 우호적이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왜 유독 한국인인 김씨에게 그렇게 짧은 시간을 줬는지 의문이다.


27일 알-자지라에 의해 피랍된 모습이 공개된 파키스탄인 유스프 암지드에 대해 납치범들은 72시간의 최후통첩 시간을 줬다. 암지드는 미국의 군납업체인 KBR(켈로그 브라운 앤 루트) 직원이다. 또 미 파키스탄 출신 미 해병 한 명도 피랍됐는데 이 사람에게는 참수 시한을 못박지 않았다. 납치범들은 억류된 수감자들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2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납치된 미국인 폴 마셜 존슨이 무장세력에 의해 납치됐다. 이들은 15일 웹사이트에 존슨의 납치된 모습을 담은 비디오로 공개했고 "72시간 안에 억류된 자신들의 동료를 석방하지 않으면 존슨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사우디 정부가 요구에 응하지 않자 18일 무장단체는 존슨을 살해했고 관련 사진을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지난 4월 피랍됐던 일본인 3명에게도 72시간의 시간이 주어졌다. 지난 4월12일 이탈리아인 4명이 납치됐다. 이탈리아 군의 철수를 요구했던 납치범은 인질 4명 가운데 1명을 14일 권총으로 살해했다. 이것도 피랍된 지 이틀 뒤의 일이다.


이슬람 문화에서 72시간은 아무 의미없어


중동 전문가인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72시간은 이슬람 문화에서 특별한 의미는 전혀 없다"며 "김씨를 납치한 단체는 정치적인 단체로 그들의 정치적 목적을 포장하기 위해 이슬람을 끌어 들였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슬람 문화에서는 설사 동물을 죽이더라도 가장 짧은 시간에 고통을 적게주고 죽인다"며 "양을 잡더라도 경동맥을 잘라서 가장 짧은 시간에 고통없이 죽인다. 따라서 이슬람 교도는 돼지고기 뿐만 아니라 이슬람식으로 도살하지 않는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동전문가인 박항재 박사도 "72시간과 이슬람 문화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박 박사는 "그러나 다른 피랍자들에게는 72시간을 주고 김씨에게만 24시간을 준 것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혹시 김씨의 납치범들이 지난 21일 알-자지라가 공개한 비디오에서 24시간을 말하기 전에 김씨 석방 협상팀에게 72시간의 시간을 줬던 게 아닌가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즉 먼저 72시간을 줬다가 협상이 깨졌고 다시 최후로 24시간을 줬다가 협상이 깨지자 바로 살해했다는 것이다.


지난 23일 새벽 1시45분(한국 시간) 알-자지라가 김씨가 피살당하는 모습의 비디오를 공개했을 때 납치범들은 아랍어 성명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메시지는 한국인들에게 보내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경고했다, 거짓말과 사기는 이것으로 충분하다. 이 것(김씨 살해)은 당신들이 저지른 짓이다, 당신들의 군대는 이라크인들이 아니라 저주스러운 미국인들을 위해 여기에 왔다"


"이미 경고했다. 거짓말과 사기는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말의 뜻이 무엇인지 알수가 없다.


미군 사전 인지 여부도 여전히 논란


28일 오마이뉴스는 카타르에 있는 알-자지라 본사에 문의해봤으나 "왜 24시간인지는 전혀 알 수 없다"고 대답했다.


28일 <서울신문>에 따르면 바그다드에 있는 현지 교민 A씨는 "6월10일쯤 미군측이 김씨가 과격 무장단체로 넘겨졌다는 사실을 김천호 사장에게 알려줬다"며 "그러나 김 사장은 직원들에게 함구령을 내린 채 독자적 구출 노력에 매달렸으며 결국 일을 그르쳤다"고 말했다. A씨는 "그렇다고 김천호 사장의 미국쪽 채널이 상부에 다 보고했을 것이라는 얘기는 아니"라며 "미군은 좋은 일도 하지만 전쟁 중에는 복잡한 사안을 덮어 두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천호 사장도 지난 23일 외교통상부가 공개한 진술서에서 지난 21일 알-자지라가 공개하기 전에 가나무역의 원청업체인 AAFES(The Army and Air Force Exchange Service:미 육·공군 복지지원단)에 두번 도움을 요청했음을 밝혔다. AAFES는 미 육군 현역 소장이 사령관으로 있는 민간 성격이 강한 군 조직이다.


진술서에는 "6월 10일 = 좀더 다양한 경로를 통해 김씨 납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군 서비스업체인 AAFES측에 김씨 억류 가능성을 조심스레 타진했다"고 되어있다. 또 "6월 16일 = AAFES측에 김씨 문제에 대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재차 타진했다"고 씌여있다.


AAFES가 미군 정보기관이나 헌병은 아니지만 미군조직인 이상 과연 상부 또는 정규 조직에 김씨 피랍정보가 들어가지 않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피랍 기간 23일로 너무 길어


26일 피랍 사실이 밝혀진 터키인 3명은 이틀 전에 실종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현지 터키 영사관이 밝혔다. 다른 피랍자들도 모두 실종된 지 2~3일 안에 납치범들이 비디오를 공개해 모두 사실이 알려졌다.


유일한 예외는 지난 5월8일 바그다드 인근에서 피살된 채 발견된 미국인 닉 버그다. 그는 4월10일 바그다드의 한 호텔에서 나간 뒤 소식이 끊겼고 5월8일 시신이 발견됐다. 11일 납치범들은 웹사이트에 버그의 살해 장면을 담은 비디오를 올렸다. 버그는 납치범들이 살해하기 전에 먼저 피랍사실을 알리지 않은 유일한 경우이기도 하다.


김씨의 경우 AP통신이 6월3일 한국 외교통상부에 문의했다. 그러나 "모른다"는 답변에 그동안 보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개되지 않았다. 아무튼 김선일씨는 23일간 억류되어 납치 기간이 가장 길고, 피랍 사실이 가장 늦게 알려진 인물이다.


김씨의 소속사인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은 "21일 알-자지라가 김씨가 붙잡혀있는 모습을 찍은 비디오를 공개하기 전 무장 단체와 협상을 했다"며 "납치범들은 곧 풀어줄테니 걱정말라고 했는데 알-자지라에 비디오가 공개된 뒤 연락이 끊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김 사장은 21일 이전 협상조건이 무엇이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돈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할 뿐 더 이상 입을 다물고 있다.


그래서 다시 왜 AP가 비록 외교통상부에서 "모른다"고 했다지만, 비디오 상으로 볼 때 김씨가 피랍됐다는 점을 알아보기 어렵지 않은데 계속 공개를 미뤄왔는지 의문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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