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제국, 절정기 지나 몰락단계 - 엠마뉘엘 토드 > 음 모 론

이라크 전쟁이 개전 20일만에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가고 있다. 압도적 군사력과 첨단 무기를 앞세운 미국의 위력에 전세계는 또 한번 놀랐다. 유엔과 강대국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밀어붙인 이라크 전쟁을 성공시킴으로써 미국은 ‘유일 초강대국’임을 다시 입증했다. 미국은 과연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세계를 지배하는 ‘제국(帝國)’인가?

프랑스의 저명한 역사학자 엠마누엘 토드는 의심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이 질문에 단호하게 ‘노(NO)’라고 대답한다. 그는 미국 제국이 20세기 후반의 절정기를 지나 이제 몰락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한다. 최근 미국의 외교적 일방주의와 무모한 군사행동은 바로 미국의 쇠퇴에 대한 불안감과 초조감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그는 2050년까지는 미국의 세계 지배가 해체되고 유럽·러시아·일본 등이 균형과 협력의 관계를 맺는 다극(多極) 체제로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세계적인 일급 학자가 상식을 뒤흔드는 파격적인 주장을 펴는데 근거가 없을 리 없다. 토드는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의 믿음과는 달리 미국이 경제적으로 약화 일로를 걷고 있고 다른 나라들에 종속적인 존재가 되었다고 지적한다. 2000년 미국은 4600억 달러의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지는 생산품에 의존해서 미국이 살아가고 있음을 말한다. 엄청난 무역 적자는 전세계에서 미국 금융시장으로 들어오는 투자 자본에 의해 충당된다. 그러나 미국을 위해 생산품과 자본이란 ‘조공’을 바치는 독일과 일본이라는 두 충실한 ‘보호령’이 마음을 달리 먹을 순간 미국 경제는 무너지고 만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 미국은 국제 무대에서 유용성을 계속 과시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의 군사력은 국가의 안전을 지키는데는 너무 크지만 제국의 질서를 유지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미국이 러시아·중국 등이 아니라 이라크·이란·북한 등 약소국을 상대로 비디오 게임보다 조금 나은 ‘연극적인 군사행동’을 벌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중장기적으로 생산의 중심인 유라시아 대륙 강대국들로 하여금 ‘미국 없는 균형’을 추구하게 만든다.

미국 제국의 몰락을 재촉하는 또 하나 요인은 모든 제국들의 이데올로기적 원천이라고 할 보편주의의 쇠퇴이다. 내적으로는 흑인과 히스패닉에 대한 통합의 실패, 외적으로는 중동 문제에서 일방적인 이스라엘 편애에 의해 미국의 보편주의는 심각하게 훼손됐다. 교육과 인구 조절, 민주주의의 보급에 의해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많은 나라들은 테러에 의해 세계를 지배하려는 미국에 대해 불신과 두려움을 갖게 됐다.



[이 게시물은 선장님에 의해 2014-02-02 11:18:49 미스테리에서 이동 됨]

추천10 비추천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