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들의 활동을 기록하고 이를 보존하는 '컴퓨터 블랙박스'가 재미 한국인 과학자들에 의해 개발됐다.

서울대 공대 졸업 후 LG전자를 거쳐 조지아공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에서 후학을 지도한 김종만(48·사진) 전 교수는 19일(현지시간) 조지아 공대 호텔에서 신제품 '서버 블랙박스'를 발표했다.

제품 개발을 위해 '소테리아 시스템'을 창업한 후 잠시 학교를 떠난 김 전 교수는 항공기 블랙박스에서 착안해 '서버 블랙박스'를 만들었다. 하드웨어에 장착해 해커 활동을 기록하는 모듈 형식의 제품은 '서버 블랙박스'가 세계에서 처음이다.

사재 등 100만 달러를 투자해 2년 반 정도 연구 끝에 제품을 출시한 김 전 교수 연구팀은 내년 초 발표될 미 특허청의 특허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 제품은 해커뿐 아니라 사내 최고 책임자라도 모든 정보를 지울 수 없도록 설계됐다.

김 전 교수는 "이 제품을 컴퓨터에 장착한 후 관련 소프트웨어를 깔면 사용자는 해커의 침입 여부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 교수는 또 "사이버 범죄 재판에서 해커의 침입과 활동 경로는 문서에 작성된 글자로만 확인됐으나 해커의 모든 기록이 담긴 '서버 블랙박스'를 사용하면 이를 영상으로 시연할 수 있다"며 증거 보존 가치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나라 합동참모본부와 국방과학연구소, 경찰청 사이버 대응반 등에서 이 제품에 관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공동 연구자인 샌안토니오 텍사스대학 전자공학과 이정희(38) 교수는 "이 제품은 은행과 공공기관, 그리고 병원 의료기록 관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테리아 시스템'은 사적인 회선을 사용하는 기관을 위해 개발한 '서버 블랙박스'의 전 세계 시장 규모를 8500만 달러(약 941억 원), 일반 소비자를 겨냥해 이날 함께 발표한 웹 기반의 해커 침입 방지 시스템인 '스텔스 실드'의 규모를 2억 달러(2213억 원)로 전망했다. 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