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가장 주목받은 10대 과학뉴스가 선정됐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3439명의 투표 결과와 선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선정한 ‘올해의 10대 과학기술 뉴스’를 14일 발표했다. 13일간 진행된 10대 뉴스 투표에는 과학기술인 2043명(59.4%)과 일반인 1396명(40.6%)이 참여했다. 지난해까지 1위부터 10위까지 순위를 매기던 방식에서 벗어나 올해는 순위에 관계없이 가장 주목받은 연구 성과 6개와 과학기술 뉴스 4개가 선정됐다.
▽6대 연구 성과
● 치매 걸린 사람 뇌세포 첫 배양
김영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박사팀과 미국 하버드대 의대 공동 연구진은 치매 환자의 뇌세포를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배양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이로써 치매의 원인을 밝히고 치료제를 개발하는 연구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 11월 13일자에 게재됐다.
● 5배 빠른 와이파이 등장
삼성전자는 현재 사용하는 와이파이(WiFi)보다 5배 이상 빠른 차세대 와이파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차세대 와이파이는 초당 최대 4.6Gbps(기가비트)의 속도를 낼 수 있어 현재 최신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와이파이의 초당 최대 속도(866Mbps·메가비트)보다 5배 이상 빠르다. 또 차세대 대용량 저장장치로 불리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Solid State Drive)’의 저장 용량을 3.2테라바이트(TB)까지 늘리는 데 처음 성공했다.
● 두개골 절개 않고 뇌종양 제거 수술 로봇 개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바이오닉스연구단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KAIST 공동 연구진은 지름 4mm 굵기의 가느다란 내시경과 수술용 집게가 달린 미세수술용 로봇을 처음 개발해 카데바(해부용 시체)를 대상으로 시연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 수술 로봇을 이용하면 두개골을 절개하지 않고 뇌종양 수술을 할 수 있다.
● 암세포만 태워 없애는 광열치료법 개발
이지원 고려대 교수팀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진은 수술 없이 암세포만 골라 태워 죽이는 새로운 암 치료법인 ‘광열(光熱)치료’의 상용화를 획기적으로 앞당길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암세포에만 달라붙고 정상세포에는 결합하지 않는 금 나노입자를 만들어 쥐 실험 결과 이 나노입자를 주사한 뒤 5일간 50분씩 근적외선 레이저를 쪼여 암이 괴사해 완전히 사라짐을 확인했다.
● 그래핀 상용화 앞당기는 기술 개발
황성우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나노일렉트로닉스랩팀 전무와 황동목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공동 연구진은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을 넓은 면적으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기존 방법보다 성능이 뛰어난 단결정 그래핀을 5cm 크기로 만들 수 있고 유해 물질을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다.
● 희토류 필요 없는 DCT모터 세계 최초 개발
LG이노텍은 세계 최초로 희토류를 쓰지 않는 차량용 듀얼클러치 변속기(DCT)용 모터를 개발했다. 희토류는 차량용 모터의 자석처럼 쓰인다. DCT용 모터는 듀얼 클러치 자동변속기가 차량 주행 상황에 따라 기어를 변경할 수 있도록 2개의 클러치를 움직여주는 핵심 구동 부품이다. 이 모터가 장착된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는 일반 자동변속기 대비 약 12%, 수동변속기 대비 약 5%의 연비 개선 효과가 있어 유럽 등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4대 과학기술 뉴스
● ‘서울세계수학자대회’ 개최
4년마다 한번씩 개최되며 ‘수학계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수학자대회가 서울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대회에는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 최초로 여성 수학자를 배출했으며, 수상자는 여성 수학자인 국제수학연맹(IMU) 회장의 소개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상을 받으면서 수학계에서 여성 3명이 동시에 무대에 선, 앞으로도 다시 보기 힘든 장면을 탄생시켰다.
●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준공
1988년 남극 세종과학기지를 건설한 지 26년 만에 국내 두 번째 남극기지인 ‘장보고과학기지’가 들어섰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0번째로 남극에 2개 이상의 상설기지를 보유한 국가가 됐다. 세종과학기지는 해양환경, 연안생태 등 연안기반 연구에 집중하고, 장보고과학기지는 빙하, 운석, 오존층 등 대륙기반 연구의 전진기지로 활용된다.
● ‘ITU 전권회의’ 부산에서 개최
세계 정보통신기술(ICT)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2014 ITU 전권회의’가 부산에서 개최됐다. 아시아에서 ITU 전권회의가 개최된 건 1994년 일본에 이어 이번에 한국이 두 번째다. 우리가 의제로 올린 사물인터넷(IoT)과 ICT융합은 ITU 전권회의의 핵심 의제로 채택됐으며, 우리가 제안한 10.2채널 오디오 기술은 ITU 국제표준으로 채택됐다. 또 한국인 최초로 이재섭 KAIST IT융합연구위원이 ITU 표준화총국장에 당선됐다.
●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편 재논의 촉구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를 중심으로 과학기술계는 교육부가 발표한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총론’에 대해 교육 과정 개정 추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번 교육과정의 특징은 문·이과 구분 없이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배우는 것이며, 현재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18학년도부터 도입되고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