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외계 관측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 별들이 어떤 환경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사람이나 로봇을 현지로 보내 파악하는 방법이 제일 확실하다.
달이나 화성도 다양한 관측 방법을 통해 흙과 바위 등으로 구성되었을 것으로 오래 전부터 추정은 해 왔지만, 사람과 로봇이 현지에 도착하여 탐사작업을 벌이면서 관측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탐사 예정인 행성이 액체로 이루어져 있다면, 현지 탐사는 더 필요할 것이다. 실제로 바다나 호수와 같은 액체로 이루어졌을 것으로 보이는 별들은 태양계 내에서도 여럿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Europa)는 두꺼운 얼음 지각 밑에 액체 상태의 바다가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고, 토성 위성인 엔셀라두스(Enceladus) 역시 내부에 바다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환경의 별들은 화성 탐사 로봇들처럼 지표를 달리는 주행 로봇으로는 탐사하기 어렵다. 액체 상태에 적합한 새로운 유형의 탐사로봇이 필요해진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도 이 같은 필요성을 절감하고 수년 전 부터 관련 기술 개발을 추진해 오고 있다.
NASA는 지난 9월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액체로 이루어진 행성을 조사하기 위한 탐사 로봇 개발을 추진 중이라며, 이 로봇은 액체 속을 부표처럼 떠다닐 수 있어 ‘부표로버(Buoyant Rover)’으로 불린다고 밝혔다. (전문링크)
액체 환경 행성의 비밀을 규명하기 위한 로봇
NASA가 부표로버를 개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액체 속에 살고 있을지도 모를 행성의 생명체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지표의 경우는 관측만으로도 움직이는 것을 대략 파악할 수 있지만, 액체는 모든 것이 잠겨있어 그 실체를 조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BRUIE(Buoyant Rover for Under Ice Exploration)’라는 명칭이 붙여진 이번 프로젝트에는 얼음 표면 아래에서도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개발된 부표로버가 투입된다. 이 로봇에는 얼음 표면을 흝으며 액체 속을 전진할 수 있는 특수 형태의 바퀴가 장착되어 있다.
또한 강력한 성능의 수중카메라와 데이터 전송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어 외계 행성의 액체에서 확보한 귀중한 정보를 지구로 전달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제작한다는 것이 NASA의 계획이다.
부표로버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얼음 표면 아래의 환경을 쉽게 탐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중 아래 깊은 곳으로 들어가기에는 적합한 구조가 아니지만, 얼음 표면과 가까운 수중 속을 조사하기에 최적으로 설계되었다.
문제는 유로파를 포함한 행성들의 두꺼운 얼음 지각이다. 적어도 수십 km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행성의 얼음 두께를 뚫고 들어가야 비로소 부표로버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작은 구멍을 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탐사로봇 역시 작은 구멍을 통과할 수 있는 소형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얼음 표면 아래를 흝으며 지나가는 방식
NASA는 부표로버의 효과적인 운용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시스템 개발과는 별도로 현재 알래스카에서 현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NASA 부설 제트추진 연구소가 진행하고 있는 이 테스트는 탐사로봇이 얼음층 밑에서 어떻게 작동해야 원하는 장소로 이동할 수 있고, 원치 않는 장소를 빠져나올 수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마련했다.
비록 프로토타입이기는 하지만 테스트용 부표로버는 수심 200m까지 진입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한 로버 겉면에는 컴퓨터와 센서, 커뮤니케이션 장비 등이 장착되어 있어 지상의 연구원들과 실시간으로 교신이 가능하다.
NASA가 유튜브(Youtube)를 통해 공개한 영상을 살펴보면, 부표로버가 물속에서 얼음 표면에 달라붙어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직 완벽하게 기계가 구현되지는 않은 모습이지만, 애초 그들이 의도한 바대로의 기능은 모두 탑재되어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하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NASA 제트 엔진 실험실의 댄 베리스포드(Dan Berisford) 박사는 “이번 테스트의 목표는 지구의 해양에서 외계 행성과 가장 유사한 장소를 찾아 실험을 하면서, 실제 행성과의 사이에 일종의 ‘정보 다리’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BRUIE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NASA 제트엔진 실험실의 앤디 클레쉬(Andy Klesh) 박사도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 행성의 상당부분은 액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하면서 “현재 수중에서 실험중인 부표로버는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 등 얼음으로 뒤덮인 별들을 탐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번 테스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수십 년 안에 부표로버가 실제로 액체로 이루어진 행성을 부유하며 귀중한 정보를 지구로 보내오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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