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의 달에 소금물바다"…생명체 존재 가능성

깊이 100㎞...지구 전체 물의 양보다 많아

목성의 가장 큰 달인 가니메데의 얼음 지표면 아래에 지구의 모든 물보다도 더 많은 양의 소금물 바다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물의 존재는 지구 이외에 사람이 살 만한 세계를 알려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로 꼽힌다.

美항공우주국(NASA,나사)은 12일(현지시간) 목성을 도는 가장 큰 달인 가니메데의 지표면 아래에서 이같은 바다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토성의 달인 엔켈라두스 지표면 아래에 뜨거운 물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하룻 만이다.

■가니메데, 자기장 가진 우리 태양계의 유일한 달

가니메데는 우리 태양계 최대 행성인 목성을 돌고 있는 가장 큰 달이다. 또한 태양계 안에서 자체적인 자기장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달이기도 하다.

이 자기장은 가니메데의 남극과 북극지역을 도는 리본처럼 빛나는 뜨겁고 전자화된 가스 현상인 오로라(극광)를 만들어 낸다.

가니메데가 목성에 근접해서 돌고 있는 만큼 자기장도 목성의 자기장에 스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목성의 자기장이 바뀌면 위성 가니메데의 오로라도 앞뒤로 요동치게 된다.

미항공우주국이 목성을 도는 가장 큰 달 가니메데 지표면 아래에서 소금으로 된 바다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 달의 주변을 도는 2개의 오로라를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사진=나사,ESA
미항공우주국이 목성을 도는 가장 큰 달 가니메데 지표면 아래에서 소금으로 된 바다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 달의 주변을 도는 2개의 오로라를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사진=나사,ESA

과학자들은 이 두 천체에서 요동치는 오로라의 모습을 관찰함으로써 가니메데의 지표면 아래에 자기장에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소금물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요하임 사우르박사가 이끄는 독일 쾰른대 연구팀은 허블망원경을 사용해 목성의 달 가니메데의 내부에 대해 좀더 잘 알 수 있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사우르박사는“나는 항상 우리가 허블망원경을 다른 방식으로 사용해 행성의 내부를 들여다 볼 방법에 대해 브레인 스토밍 해 왔다. 그리고 나는 그 열쇠가 오로라라고 생각했다. 오로라는 자기장에 의해 제어되기 때문에 만일 우리가 적절한 방법으로 오로라를 들여다 볼 수 있다면 자기장에 대해 뭔가 알 수 있을 것이다. 자기장에 대해 알 수 있다면 달의 내부에 대해 뭔가를 알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가니메데의 지표면 아래에 소금물 바다가 존재한다면 목성의 자기장은 이 바다에 영향을 미쳐 목성의 자기장에 대응할 두번 째 자기장을 만들어 내게 된다. 이 자기장 마찰은 요동치는 오로라를 억누르게 된다.

사우르박사는 “이 바다는 목성의 자기장에 아주 강력하게 저항한다. 그 결과 바닷물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6도 정도의 각도로 요동칠 오로라를 2도 정도로 안정시켜 준다”고 말했다.

그는 나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사람이 가니메데에 가서 하늘을 보면 붉은 오로라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가니메데 소금물 바다 깊이가 지구의 바다보다 10배나 깊은 100km정도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 바다는 두께가 150km나 되는 얼음 지각 아래 있다고 말했다.

■허블망원경, 갈릴레오로 발견하지 못한 증거 찾았다

과학자들은 지난 1970년대에 처음으로 목성의 거대한 달 가니메데의 모델을 만들면서 바다가 존재할지 모른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를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런데 지난 2002년 갈릴레오탐사선이 가니메데의 자기장을 처음으로 측정해 내면서 이 의문을 풀어줄 증거를 처음 제시했다.

목성(왼쪽)과 2개의 자기장 띠를 가지고 있는 목성의 최대 위성 가니메데의 모습 렌더링. 사진=나사,ESA
목성(왼쪽)과 2개의 자기장 띠를 가지고 있는 목성의 최대 위성 가니메데의 모습 렌더링. 사진=나사,ESA

이를 기반으로 과학자들은 가니메데도 지구처럼 내부에 자기핵(Magnetic Core)을 가지면서 자기장을 만들어 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목성이나 가니메데의 자기장이 대기 중의 가스와 상호작용할 때 오로라 활동이 더욱 왕성해지게 된다.

목성 탐사선 갈릴레오 우주선은 20분 간격으로 간단한 자기장 관측 사진을 촬영했지만 너무나 단순한 것이어서 주기적으로 요동치는 가니메데의 두번째 자기장을 뚜렷하게 잡아내지는 못했다.

이를 정확히 잡아낸 것은 지구대기층 위 궤도를 돌고 있는 허블우주망원경의 자외선 관측사진이었다.

탐사미션 책임자인 존 그런스펠드 나사 부국장은 “이번 발견은 허블망원경만이 할 수 있는 점을 보여주며 엄청나게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허블 망원경은 지구궤도를 25년간 돌면서 우리 태양계에 많은 과학적 발견을 제공해 왔다. 가니메데 위성의 얼음으로 된 지표면 아래 있는 깊은 바다는 지구 이외의 곳에도 생명체가 존재할 놀라운 가능성을 제시해 준다”고 말했다.

나사가 쏘아올린 허블망원경은 다음달 24일이면 25년째 생일을 맞는다. 그동안 우리태양계와 그너머에 있는 천체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기여해 왔다.

허블망원경은 나사 고다드우주비행센터와 우주망원경과학원, 와 유럽우주국(ESA)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재구국제과학전문기자 jk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