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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서 티샷 아폴로선장, 왕립골프협회서 경고받은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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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장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요원 댓글 3건 조회 977회 작성일 14-07-0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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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불덩어리다. 폭발할 듯 격정적이다. 모든 것을 묻어두기보다는 눈부신 태양 아래 낱낱이 발가벗기고 태워버릴 듯한 기세로 타오른다. 맨눈으로 쳐다 볼 수 없을 정도로 찬란한 빛으로 만물 위에 군림하려 든다. 
그러나 달에서 느끼는 온도는 차가움에 가깝다. 그리고 차분하다. 맨눈으로 봐도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다. 달은 해가 이글거리는 한낮에는 존재하지 않은 듯 희미하게 숨어 있다가 어둠이 깔리고 나서야 다소곳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겨우 형체를 알 수 있을 정도의 은은한 빛을 뿌릴 뿐이다. 지상의 상당부분은 어둠 속에 묻어두는 아량도 있어 지배하려 들지 않는다.
 

골프는 해와 달 중 어디에 더 가까울까. 골프는 불같은 분노나 넘쳐흐르는 환희의 감정으로는 도저히 다스릴 수 없다. 힘으로 지배하려 덤비는 사람에게는 견디기 힘든 좌절을 안겨 준다. 고요한 수면 같은 평정심을 가지고 겸허한 자세로 골프와 일체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골프는 연인처럼 안긴다.  아무래도 골프는 달에 가깝다. 적어도 골프장에서만은 태양을 닮기보다는 달을 닮도록 노력할 일이다.

 

아폴로 14호의 선장 알랜 B. 셰퍼드

 

실제로 달은 인류가 최초로 지구를 벗어나 샷을 날린 곳이기도 하다. 1971년 2월6일, 두 번째로 달 표면에 사뿐히 내려앉은 아폴로 14호의 선장 알랜 B. 셰퍼드는 달착륙선에서 나와 달 표면을 거닐었다. 그의 손에는 희한한 물체가 쥐어져 있었다. 달의 운석을 채취하는 기구의 샤프트 끝에 지구에서 갖고 간 아이언 6번의 헤드를 연결한 골프채였다. 골프공 2개도 갖고 있었다.

셰퍼드 선장은 활동하기에 둔한 우주복과 두터운 장갑 때문에 그립은 고사하고 스윙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로 비거리에 관한 한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핸디캡 12의 셰퍼드 선장은 자주 플레이하던 휴스턴의 리버 오크스 컨트리클럽에서 날리던 것보다 6배나 더 멀리 날아갈 달에서의 티샷을 생각하며 모래를 쌓아 티를 만들었다. 모래 티 위에 볼을 살며시 올려놓고 힘차게 골프채를 휘둘렀다. 달에서의 인류 최초의 스윙이었다. 

 


   

▲아무래도 골퍼의 마음은 태양처럼 뜨겁게 이글거리는 것보다는 조용하고 차가운 듯한 달과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삽화 방민준

  

그러나 웬일인가. 분명 까마득히 날아가야 할 볼은 톱핑이 나서 달의 표면을 떼굴떼굴 굴러갔다. 달의 중력 덕분에 200야드 정도 굴러갔다고 한다. 지구에서라면 고작 35야드도 안 굴러갈 거리였다. 옆에서 셰퍼드 선장의 티샷 장면을 중계하던 에드거 마이클 부선장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선장님, 공을 친 겁니까, 달을 친 겁니까?” 그러나 부선장은 휴스턴의 우주센터를 향해 소리쳤다. “공은 멋지게 또 멀리멀리 날아가고 있습니다.” 셰퍼드 선장이 두 번째 샷을 했다. 스윙은 멋졌으나 먼지와 함께 튀어 오른 볼은 생크가 나 겨우 50야드를 날아가는데 그쳤다. 지구에서라면 8야드의 거리다.

 



본문이미지

(왼) 칼러 TV로 중계되는 셰퍼드 선장의 티샷 광경

(오) 셰퍼드 선장




 






 



 

 

 

 

 

 

 

그러나 셰퍼드 선장이 귀환했을 때 달 표면에서의 티샷은 인류 최초의 쾌거로 많은 찬사를 받았다. 세계 각국에서 축하메시지가 날아들었다. 그 중에 스코틀랜드의 세인트 앤드류스에 있는 왕립골프협회 R&A 골프클럽에서 날아온 한 장의 편지가 있었다. 
 

"귀하의 골프 에티켓에 대해서 유감의 뜻을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위대한 업적과 무사귀환을 축하합니다. 그러나 귀하의 골프 에티켓에 대해서 유감의 뜻을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골프 룰의 매너에 관한 항목 6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거기에는 ‘벙커를 떠날 때 플레이어는 반드시 샷 한 자국을 깨끗이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되어 있음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셰퍼드 선장이 달에서 사용한 6번 아이언은 지금도 미국 골프협회 박물관에 ‘달 클럽(Moon Club)’이라는 이름으로 보존되어 있다.

태양에까지 다가갈 수 있을 정도로 우주항공기술이 발달해도 태양에서의 골프 샷 시도는 불가능할 것이다. 아무래도 골퍼의 마음은 태양처럼 뜨겁게 이글거리는 것보다는 조용하고 차가운 듯한 달과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출처 | 미디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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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ggmoney님의 댓글

eggmo…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요원 작성일

달에서 골프를 치겠다는 생각 자체가 흥미롭습니다. 아마 두꺼운 장갑을 낀 채로 골프치기가 쉽지 않았을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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