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으로 반 고흐의 '문라이즈'을 추적한다 > 달

당시와 꼭 닮은 달
태음주기는 19년이므로 올해 7월 13일에 떠오른 달은 1백14년 전 상레미 들판 위에 떴던 달과 거의 완벽하게 같은 모습이다.

>>천문학으로 반 고흐의 '문라이즈'을 추적한다<<

예전 탐정들의 수법과 현대의 천문학 장비들을 이용해 미술사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미스테리 중 하나가 풀렸다. 빈센트 반 고흐가 그의 작품 '문라이즈'를 그린 시각이 밝혀진 것이다.

천문학자인 도널드 올슨과 그의 동료들에 따르면 네덜란드 출신인 반 고흐가 이 작품을 그린 것은 1889년 7월 13일로, 언덕 위에 떠오르고 있는 보름달에 가까운 달로 보아 현지 시각으로 정확히 오후 9시 8분이라고 한다.

사우스웨스트 텍사스주립대의 물리학과 교수인 올슨은 "당시, 반 고흐 앞에 펼쳐진 풍경은 거의 완벽하게 그 그림과 비슷했다"고 말했다.

올슨과 그의 아내인 사우스웨스트 동료교수 매릴린 올슨과 러셀 도이셔는 고흐의 메모, 음력 계산, 이 그림에 묘사된 위치 파악과 분석을 위한 프랑스 답사 등 다양한 단서들을 통해 복잡한 수수께끼를 풀어냈다.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범위는 1889년 여름의 어느달로 좁혀졌다.

프랑스 남부의 상레미드프로방스에 있는 한 수도원 근처에서 그려진 이 그림은, 언덕 옆에 서 있는 보기드문 더블하우스(현관 양쪽에 방이 있는 집), 가로지르는 벽과 추수가 끝난 밀짚단 등 그림 자체만으로도 반 고흐가 그의 이젤을 어디에 세우고 그림을 그렸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충분한 근거를 제공한다.

반 고흐는 기억에 의해서가 아니라 직접 대상을 관찰하며 그림을 그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떠오르고 있는 달의 일부를 가린 독특한 산등성이는 그 순간을 추정할 수 있게 해주는, 이 그림에 기록된 실제적 근거가 된다.

올슨은 "그 시간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며 "하루 전날 밤이나 다음날 밤이라면 능선과 겹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날짜가 언제인지 확실히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문잡지인 '스카이 앤 텔레스코프'지 7월자에 실린 이번 연구는 일부 우주광들과 역사광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사카고 대학의 여키스 천문대에서 일하는 엔지니어 겸 천문역사학자 존 브릭스는 "반 고흐에 대한 탐구는 즐거운 탐정놀이며 이것은 확실히 내가 아는 한 가장 논리적"이라고 말했다.

반 고흐는 꼼꼼한 사람?

다른 이들은 더 훌륭한 찬사를 보냈다.

스미소니언 협회 도서관에서 과학 및 기술 희귀서적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는 로널드 브래시어는 "나는 얼마 전에 이에 대한 글을 읽었고 아주 흥미진진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반 고흐는 더 좋은 구도를 위해 달의 위치를 수정했던 것일까 아니면 세부묘사를 중요시하는 꼼꼼한 사람이었을까? 전자라면 문제가 발생하지만 후자라면 우리는 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올슨은 자신의 조사결과가 논쟁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1년 '밤의 하얀집'이 그려진 시각을 밝혀내 또 하나의 반 고흐 수수께끼를 풀어내기도 했다.

"이것은 이 그림이 부분적으로는 자연에 대한 실제 관찰을 통해 그려진 것이라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 물론 인생에서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말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럼에도 그와 그의 연구팀은 또다른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올슨은 그 계획의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2004년까지 연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는 것 이상은 밝히지 않았다.

그는 "어떤 면에 있어서는 훨씬 더 의미심장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그 작업은 훨씬 더 유명한 그림에 대해 아주 놀라운 결론을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CNN) / 변동석 (JOINS)◇ 원문보기200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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