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생명체 확인 의미와 전망] 생명체 존재 논란… 불붙은 ‘火星’ > 화 성

[화성 생명체 확인 의미와 전망] 생명체 존재 논란… 불붙은 ‘火星’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산하 존슨우주센터의 과학자들이 최근 화성에 단순 생명체인 박테리아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를 발견했다는 연구결과를 밝혔기 때문이다.
화성에 인류와 같은 생명체가 살았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직·간접 증거들을 중심으로 이번 연구결과의 의미를 짚어본다.

화성은 그동안 지구 이외의 태양계에서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행성으로 꼽혀왔다.

무엇보다 화성은 중력,자전속도,대기의 존재 등에서 지구와 가장 흡사한 과학적 조건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화성의 하루는 24시간37분이다.

김봉규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화성은 지구처럼 대기와 땅이 뚜렷이 구분돼 있고 고체,액체,기체의 물질순환이 이뤄지는 곳”이라며 “일교차 100℃에도 적응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는 게 생명체”라고 지적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물과 산소의 존재이다. 생명체의 존재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비록 극소량이긴 하지만 지난 76년 미국의 우주선 바이킹호의 화성 탐사로 수증기와 산소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화성 표면의 물기 없는 골짜기들과 강바닥,옛적 화성의 기후상태에 대한 흔적들은 화성이 한때는 물로 가득 채워져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줬다. 최근에는 미국의 탐사선 오딧세이가 화성 표면 90㎝ 아래에 엄청난 규모의 얼음 호수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이같은 사실들은 예전에는 화성에 물과 산소가 지금보다 훨씬 많았었고,따라서 생명체가 있었지 않겠느냐는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또 다른 근거는 지구에 떨어진 화석에서 나타났다.

그동안 지구에서 발견된 운석들에서는 오래 전부터 물 성분이 발견돼 어딘가에 지구처럼 생명체가 사는 ‘별’이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불러왔다. 그런데 지난 84년 남극에서 발견된 화성 운석 ‘ALH84001’에서 화성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보여주는 징후가 발견됐다.

NASA 연구진이 지난 96년 이 운석에서 화성에 박테리아가 존재했다면 그에 따라 있었을 화학물질을 발견한 것이다. 화성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과학적 근거를 통해 보여준 첫 사례였다.

그러나 이 주장에는 운석 ALH84001에 포함된 가스의 동위원소가 바이킹호의 화성 대기 측정결과와 유사하지만 바로 화성에서 가져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운석이 화성에서 온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운석이 발견되기 전까지 남극에서 오래 있는 동안 그 화학물질이 포함된 게 아니냐는 의문이 따랐다.

그러다 이번에는 NASA 연구진이 또 다시 이 운석 안에 들어있는 자철광의 결정구조 등을 연구해 화성에 박테리아가 존재했었다고 주장했다. 이 운석의 6가지 물리·화학적 성질을 조사한 결과 자철광의 25%정도가 화성에 존재했던 박테리아에 의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지구상에서 자연생성된 자철광의 결정구조는 자성 박테리아에 의해 만들어진 것과 다르기 때문에 앞으로 이 결정구조를 더 분석하면 자성 박테리아의 존재 여부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의 사이먼 클레메트 박사는 “올초 화성 글로벌 서베이어호가 보내온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과거 화성에 자기장이 존재했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이로 미뤄볼 때 화성에 자성을 띠는 박테리아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주장에 대해서도 문제의 운석이 화성에서 온 것이냐는 의문은 차치하더라도 운석 내의 자철광 자체가 카보네이트라는 광물이 변형된 것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전희영 박사는 “NASA측의 연구내용이 사실이라면 화성 생명체 연구에서 의미가 큰 것”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자철광이 화성의 박테리아에 의해 자연적으로 만들어졌는지,아니면 2차적 변형에 의해 만들어져 그같은 결정구조를 지니게 됐는지 좀 더 세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연구원의 김유숙 박사는 “화성의 생명체에 대한 연구가 목표를 향해 조금씩 진전되면서 점점 흥미를 끌고 있다”며 “이번 연구결과도 현재로서는 논문으로 발표된 단계이므로 추후 보다 정밀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박찬희기자 bahkc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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