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온 ‘외계 바이러스’ 전염병을 막아라…

미 항공우주국의 특명

2033년 화성 채취 표본 귀환 프로젝트 추진

“초청정 격리 실험실 건설에 8~12년”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포착한 심우주 은하단 컬러 이미지/ NASA

‘외계 바이러스가 지구에 끔찍한 전염병을 몰고 온다.’

공상과학소설이나 SF 영화에 등장하는 상상만은 아니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1973년 출간한 <코스믹 커넥션 : 우주에서 본 우리>에서 “화성에는 병원체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인류가 화성탐사 과정에서 유기체와 접촉해 큰 재앙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외계인의 ‘침공’이 아닌 인류의 ‘초청’으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화성발 외계 바이러스’는 대부분 사람에게 당장 진지한 고민거리는 아니지만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은 다르다. 나사와 유럽우주국은 화성에 보낸 탐사선을 통해 표본을 가져와 연구할 계획을 갖고 있다. 나사가 2020년 쏘아 올린 탐사로봇 퍼서비어런스는 2021년 화성에 도착해 탐사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 로봇은 최근 화성에서 산소를 생성하는 데 성공했다. 화성 표본을 수집하는 것도 퍼서비어런스의 일이다. 나사가 앞서 보낸 탐사로봇 큐리오시티도 2012년부터 화성에서 활동하고 있다. 나사와 유럽우주국은 2026년 화성에 우주선을 보내고 빠르면 2033년 표본을 지구로 가져와 연구할 계획이다. 이른바 ‘화성 표본 귀환 프로젝트’다.

나사와 유럽우주국은 지구로 들여온 화성 표본에 유기체가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전했다. 나사의 샘플 큐레이터 안드레이 해링턴 박사는 외계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 대유행 확률이 “0%는 아니다”라며 나사의 대비책을 소개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로버 ‘퍼서비어런스’가 로봇 팔 끝에 있는 왓슨 카메라를 이용해 첫 우주 헬기 ‘인저뉴어티(Ingenuity)’와 함께 셀카를 찍고 있다. / NASA

보도에 따르면 화성에서 채취한 표본은 사막의 격리시설에 보관될 예정이다. 이 시설은 ‘생물안전 등급 4’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화성의 물질이 외부로 빠져나와서는 안 될 뿐 아니라 지구의 물질도 이 시설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청정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화성 표본이 지구 환경에 의해 변질돼 연구 결과가 왜곡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헤링턴 박사를 포함한 나사 연구팀은 화성 표본 연구를 위한 격리 수용실 건설에 참고하기 위해 최근 에볼라 바이러스를 검사하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와 생물학 공격에 대비하는 미 육군전염병연구소 건물 등 18곳을 방문했다. 영국과 싱가포르, 일본, 유럽 등의 초청정 우주 연구실도 방문했다.

지구상의 물질과 접촉이 없는 초청정 격리 연구실을 만드는 것이 화성 표본 귀환 프로젝트의 관건이다. 이 격리 실험실은 내부의 기압이 외부보다 낮게 만들어야 한다. 대기의 흐름은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향하기 때문에 외부 입자가 내부로 들어올 수 있어도 반대 현상이 일어날 수 없도록 하기 해서다. 만에 하나 화성 표본이 오염돼 실험을 망치더라도 표본에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바이러스가 연구실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

표본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 양압공간과 음압공간이 모두 필요한데 이 공간을 한 장소에 마련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고 헤링턴 박사가 전했다. 연구팀은 이 밖에 과산화수소로 표본을 살균하는 법, 특수 현미경을 이용해 과학자들도 표본과 접촉하지 않고 연구하는 법 등을 찾고 있다. 실험실 규모도 충분히 커야 한다. 나사의 표본 격리 연구실 설계와 구축만 해도 8년에서 12년이 걸릴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소개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탐사 로봇 큐리오시티가 2014년 화성 적도 부근의 분화구 ‘게일 크레이터’ 주변 마운트 샤프 언덕의 이암층(진흙암석층)을 파낸 뒤 토양 샘플을 채취, 현장 사진을 캘리포니아주 NASA 제트추진연구소에 전송해왔다. /NASA

정부 재정으로 건설되는 만큼 현실적으로 건설비도 생각해야 한다. 나사 입장에서는 정부 관료들을 상대로 예산을 따 와야 한다. 청문회가 열릴 수 있고 “그렇게 위험한 실험을 굳이 해야 하는가”란 질문에 과학자들이 답을 해야 한다. 헤링턴 박사는 “화성은 지질학적, 환경적 타임캡슐”이라며 “표본을 통해 우리는 지구의 진화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 표본 격리 연구소 건설은 나사의 난제이지만 도전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구현된 적 없는 초청정 연구실을 만들 수 있다면 이 기술을 우주선 설계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인류의 우주탐사 영역은 더욱 넓어진다. 헤링턴 박사는 “(연구실 격리 과정에서) 솔직히 표본에서 배운 것보다 인류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기술적 이슈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2.09.09 06:01

경향신문 박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