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껏 본 적 없는 태양 활동 모습이 찍혔다 > 행 성

이제껏 본 적 없는 태양 활동 모습이 찍혔다

태양 표면에 가시털처럼 솟은 ‘태양 고슴도치’
솔라오비터, 4800만km 지점 근접비행서 촬영

이번에 처음 관측된 ‘태양 고슴도치’ 현상(사진 중앙 아래쪽). 100만도의 플라스마가 뿜어져 나오는 모양이 고슴도치의 가시털과 같다 해서 붙여진 별칭이다. 유럽우주국 제공

유럽우주국(ESA)과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이 함께 발사한 태양 극지 탐사선 ‘솔라 오비터’가 지난 3월 태양을 네번째 근접비행하면서 찍은 일련의 사진이 공개됐다. 2020년 지구를 출발한 이후 가장 가까이서 찍은 이 사진들엔 특히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태양 활동 모습이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3월26일 촬영 당시 탐사선과 태양의 거리는 4800만km였다. 이는 지구와 태양 거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거리로 수성보다도 태양에 가까운 지점이다. 이 정도 거리에서 솔라 오비터의 방열판 온도는 500도에 이르렀으나, 방열판의 보호 덕분에 모든 기기는 정상적으로 작동했다고 유럽우주국은 밝혔다.

 유럽우주국이 18일 공개한 사진은 태양의 자기장 활동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곳으로 추정되는 남극 지역으로, 탐사선의 10개 장비 중 극자외선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다.

유럽우주국은 이 가운데 특히 태양 표면에서 사방으로 가스가 뿜어져 나오는 현상을 담은 사진(맨 위)에 주목했다. 고슴도치의 몸에 난 가시철처럼 뾰족뾰족한 형상을 했다고 해서 ‘태양 고슴도치’로 명명한 이 현상은 이번에 처음으로 관측된 것이다. 길이가 2만5천km에 이르는 ‘태양 고슴도치’는 태양 지름(140만km)에 비하면 아주 작지만 지구 지름과 비교하면 두배나 되는 크기다. 태양 고슴도치의 실체가 무엇인지, 어떻게 형성됐는지는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코로나 비, 코로나 이끼…“숨이 멎을 듯”

 솔라 오비터가 보내온 관측 자료엔 또 태양의 자기장 활동으로 태양 표면에 형성되는 고리의 역동적인 모습을 포착한 동영상도 있다. 가스가 고리 주위를 움직이며 표면에 ‘코로나 비’를 뿌리고, 표면에 실이 뒤엉켜 있는 듯한 ‘코로나 이끼’를 만들어낸다.

 벨기에 왕립천문대의 데이비드 버그만 박사(태양물리학)는 유럽우주국 보도자료에서 “숨이 멎을 듯한 사진”이라며 “솔라 오비터가 내일 당장 데이터 수집을 중단하더라도 이 사진에 담긴 내용을 알아내는 데만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솔라 오비터의 관측 자료를 통해 태양이 어떻게 태양권(Heliosphere)을 형성하는지 알아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태양권이란 태양에서 나오는 태양풍과 자기장이 거품처럼 감싸고 있는 거대한 태양계 영역을 말한다. 태양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우주 공간으로 태양계 행성 너머까지를 포괄한다. 태양권에 퍼진 전하 입자들과 태양 자기장이 어울려 만드는 우주기상은 지구의 통신망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과학자들은 탐사선에 직접 엄습해오는 전하 입자와 자기장을 기록하는 현장 기록 장비와 태양 표면 활동을 기록하는 원격 관측 장비의 자료를 통해 태양이 태양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파악할 예정이다.

솔라 오비터의 태양 근접비행 상상도. 유럽우주국 제공

 11년에 한 번씩 극대기와 극소기가 반복되는 활동 주기를 갖는 태양은 2019년 말 새로운 주기를 시작해 현재 극대기를 향해 가고 있는 중이다. 이번 주기의 정점은 2025년 7월로 예상된다.

현재 태양을 향해 가고 있는 탐사선은 하나가 더 있다. 2018년 8월 지구를 출발한 미국항공우주국의 인류 최초 태양 탐사선 ‘솔라 파커 프로브’(약칭 파커)다. 두 탐사선 모두 극대점을 찍는 순간의 태양을 관측하기 위해 열심히 날아가고 있다. 특히 탐사선 파커는 2025년 하반기 마지막 궤도비행에서 태양에서 616만km 떨어진 코로나 끝자락에 당도한다.

이번 태양 활동 주기는 2025년 7월 정점을 맞는다.

 솔라 오비터는 2025년 3월부터 2029년 7월까지 네차례에 걸쳐 태양 극지 궤도를 돌 예정이다. 6개월에 한 번씩 태양 근접비행을 하며 태양 4200만km 거리까지 접근한다. 솔라 오비터의 다음 근일점 비행은 오는 10월이다.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가까운 거리에서 태양을 촬영할 예정이다.

 지상에서는 2019년 말 가동을 시작한 하와이 할레아칼라산 정상의 이노우에 망원경(DKIST)이 태양의 자기장 활동을 상세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탐사선 파커와 솔라 오비터, 이오누에망원경을 합쳐 태양 삼각편대라 부른다.

 한겨레 곽노필 선임기자

2022-05-22 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