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네안데르탈인…‘블랙박스’ 열리나 > 전설속으로

[한겨레] 독일 연구팀 “미토콘드리아 DNA 연말까지 모두 해독”

현생인류와의 관계 재주목…“100% 복원 불가능” 지적도

현생 인류와 이웃사촌 격인 ‘호모 에렉투스’ 네안데르탈인은 3만년 전 무렵에 멸종했다. 30만년 전부터 유럽과 서아시아 쪽에 널리 퍼져 살았으나, 현생 인류가 5만년 전 이곳에 진출하면서 2만년 동안 두 종이 공존하다가 3만년 전부터 네안데르탈인의 자취는 사라졌다.

사라진 네안데르탈인은 왜 멸종했고 인류와는 어떤 관계였을까? 인류 진화와 관련한 이런 물음을 풀기 위해 수만년 전 네안데르탈인의 디엔에이를 해독하려는 연구가 과학계에서 다시 뜨거운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 7일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연구팀이 3만8천년 전 네안데르탈인 뼈에서 추출한 미토콘드리아 디엔에이를 “거의 완벽하게 복원했다”며 생물학저널 <셀>에 발표했으며, 네안데르탈인 유전체(게놈)를 올해 안에 다 해독하겠다고 밝혔다. ‘네안데르탈인 게놈 프로젝트’다.

■ 수만년 된 디엔에이 해독 네안데르탈인 디엔에이 연구는 1980년대에 싹텄지만, 2006년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파보 박사팀과 미국의 연구팀이 네안데르탈인 뼈 화석에서 핵 디엔에이 일부를 해독해 과학저널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각각 발표하면서 본격화했다. 그동안 여러 연구를 통해 네안데르탈인과 인류의 유전자가 99.7% 가량 일치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또 네안데르탈인도 인류의 ‘언어 유전자’로 알려진 ‘폭스’(FOX) 유전자를 지닌다는 주장이나 두 종의 와이(Y)염색체가 크게 달라 두 종의 교잡은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네안데르탈인은 대체로 작은 군집을 이루며 인류와 교류를 하지 않은 채 생활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자들은 수만년 된 뼈 화석이라도 보존 상태가 좋다면 디엔에이 복원은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한다. 조선시대 사람 뼈의 디엔에이를 분석하는 신동훈 서울대 의대 교수는 “디엔에이가 오래됐을수록 더욱 작게 잘라 증폭시킨 뒤 겹치는 부위를 하나씩 이어 붙이면 디엔에이를 복원할 수 있다”며 “현존 인류의 디엔에이 염기서열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이와 비교하며 복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포핵 밖에 있는 미토콘드리아의 디엔에이를 복원하는 일은 좀 더 수월하다. 고대 한국인의 유전자를 연구하는 김욱 단국대 교수는 “세포핵 속에 하나뿐인 유전체는 너무 적어 오래된 시료에선 분석하기가 매우 어렵지만 미토콘드리아는 사람 세포 하나에만 수천 개나 들어 있어 좀 더 쉽게 디엔에이를 복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머니 조상을 따라 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의 디엔에이는 종의 분화와 진화를 분석하는 데 요긴하게 쓰인다.

■ ‘유전자 오염’ 탓 진본 논란 문제는 유전자 오염이다. 유전체고고학의 연구 논문들이 잇따르면서, 분석된 디엔에이가 진본인지 아닌지 논란도 더욱 심해지고 있다. 과연 수만년 된 블랙박스를 열어 그때 그대로의 유전물질을 오롯이 꺼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인간의 손’으로 ‘인간 진화의 블랙박스’를 열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딜레마다. 발굴자나 연구자의 사람 디엔에이가 화석 뼈를 발굴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원시인류의 디엔에이에 들어가 뒤섞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홍석 생명공학연구원 유전체연구단장은 “연구자가 숨만 잘못 내쉬어도 디엔에이가 오염돼, 분석된 디엔에이가 발굴자의 것인지 뼈의 것인지 구분하기 힘들 수 있다”며 “매우 엄격한 연구 절차와 격리된 연구 시설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2006년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분석 논문에 유전자 오염이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인간유전체연구소의 김성균 박사는 <한겨레>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최근 <셀>에 발표된 네안데르탈인 연구 논문은 오염을 줄이려고 대단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는 네안데르탈인 게놈을 올해 안에 다 해독하겠다고 밝혔다. 왜 뒤늦게 출현한 인류가 융성하고 네안데르탈인은 텃세도 부리지 못하고 사멸했는지, 두 종이 전쟁 또는 평화의 관계였는지 등에 관해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유전자 오염 논란도 계속될 전망이다. 박홍석 단장은 “과학은 100%를 향해 나아갈 뿐 100% 완벽한 복원은 사실 불가능하다”며 “오염 논란이 다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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